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사사키 조가 쓴 이 작품은 스파이 소설로, 진주만 기습이 임박한 일본에 잠입한 주인공이자 스파이인 사이토 겐이치로와, 그를 쫓는 일본측의 첩보기관의 도피와 추적을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실감나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인 사이토 겐이치로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그는 에스파냐 내전에 의용군으로 참전했던 경력이 있는데, 이상과 현실의 차이와, 전쟁에서 겪은 수많은 참혹한 경험에 의해 인간불신에 걸리게 된다. 그래서 자포자기하여 귀국하여 온갖 범죄를 저지르다가 결국 감옥에 가게 된다. 그러나 그의 전투 능력과 일본계라는 점을 이용하려는 미국 군부에서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대신 일본 내에 스파이로 잠입하도록 강제한다. 때는 1941년, 12월에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게 되는 바로 그 해이다.
사이토 겐이치로는 이미 잠입해 있던 '가네모리' 라는 요원과 함께 행동을 하면서 일본 함대의 집결지가 '에토로후'(현재 러시아 명은 '이투루프') 라는 홋카이도보다 더 북쪽에 있는 쿠릴 열도의 한 외딴 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어 보고하기 위해 이곳에 잠입을 하려 하고, 이 냄새를 맡은 일본쪽 첩보기관에서 또 이 사이토를 쫓는 긴박한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이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약소민족들의 모습을 작중 곳곳에 묘사했다는 것이다.예를 들면 '가네모리'는 사실 조선인으로 본명이 김동인이다. 그는 일본에 대해 적대심을 드러내면서 '일본은 우리의 이름까지도, 모든 것을 빼앗아갔습니다. 만약 일본인을 죽이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제게 말씀하십시오.' 라고 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이들의 존재가 발각되자 추격해오는 일본측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이면서, 사이토를 열차에 태워서 탈출시키면서 '반드시 이 제국을 끝장내 주십시오' 라는 발언을 하기도 하는 등,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유감 없이 드러내며 제국주의 일본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에토로후 섬 주민 중에서는 아이누인인 '센타로' 라는 인물이 나오면서 아이누족의 비극의 역사도 간략히 언급된다. 일본인이 쓴 소설 치고는 당시 시대 상황에서 시대의 피해자였던 주변 민족들까지도 배려했고, 그게 소설에서 하찮지 않은 떡밥으로 나오고 그게 스토리라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잘 묘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평가할 만한 소설이다.
다만 휘몰아치듯 독자를 흡입하는 중반부 전개까지와는 달리 결말로 갈수록 전개가 허술해지는 용두사미적인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안타까운 점이라 하겠다. 우선 작중 등장하는 히로인격인 '유키'와 사이토와의 관계는 전형적인 러브라인을 위한 러브라인으로 비친다. 또한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뭔가 초반에 던져 놓았던 떡밥들이 회수가 잘 되지 않는다. 즉 '체호프의 총'의 법칙을 어긴 전형적인 경우라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은 분량을 좀 더 늘리더라도 좀 더 스토리 전개를 시켰더라면 상당한 명작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 '에토로후발 긴급전'과 함께 '베를린 긴급지령'과 '스톡홀름의 밀사'로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을 더 쓴 적이 있는데, 이것들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아마 이 작품들을 읽게 된다면 그의 역량을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총평을 내리자면 스파이 소설의 재미와 함께 일본인치고는 상당히 폭넓은 역사인식을 통해 그 깊이를 더한 인물 및 배경묘사로 인해 그 수준을 더한 수작이라고 할 만하다. 다만 후반부의 아쉬움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뛰어난 소설로 평하기는 조금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재미면은 확실히 보장되며, 읽어봐도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현재 절판 상태라는 점도 아쉽다.
굳. 근데 난 스릴러에 러브라인 있는 거 별로더라
그래서 좀 그래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