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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링크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136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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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만약 원시스프설도 틀렸고, 정향범종설도 틀렸다면 과연 지구상의 생명체는 창조론자 말 대로 신이 창조라도 한 것일까? 그런 건 아니고 그 뒤의 과학자들은 나름의 가설들을 내놓았다.
첫번째 주장은 초기지구는 환원성 대기가 맞으며 그러므로 원시수프설이 옳다는 주장이다. 사실 환원-산화 문제는 각 상황과 조건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다. 예외적으로 산소는 엄청 강력한 산화제로써 다른 조건들보다 거의 우선적으로 다른 물질들을 산화시킨다. 그래서 ‘산화’ 한다고 말한다. 반면 수소가 없는 조건에서 환원성 대기는 산화가 되는 것이 맞지만 다른 조건들에 의해 상쇄되어 약환원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원시수프설(=화학진화설)을 고집하였다.
두번째 주장은 외계기원설로, 크릭의 정향범종설과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가설이다. 이 가설은 우주를 떠도는 운석 속의 유기물들에 의해 지구 상 생명체가 유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어디까지나 자연적인 것이지 신이나 외계인들의 개입은 없다. 우주를 떠도는 탄소질 운석 중 일부에 열이나 우주선을 받아 아미노산을 형성하였고, 그것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아미노산이 축적되었고 지구 생명의 기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69년도, 호주 머치슨 지역에 떨어진 운석을 기점으로 시작된 것으로, 그 운석은 놀랍게도 고약한 악취를 띠었으며 그 내부를 분석해본 결과 지구에서 오염된 것이 아닌, 자체적으로 아미노산을 포함한 유기물을 지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어떻게 운석이 그런 유기물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인가? 전체적인 개념은 유리 – 밀러 실험과 비슷하다. 태양계를 떠도는 운석은 거의 지구와 동일한 시기인 약 46억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그 중 일부는 탄소질을 띠는 것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 탄소질 운석이 우주에서 에너지를 받으면 복잡한 유기물로 합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우주로 옮겨갔을 뿐, 기본적인 개념은 유리-밀러 실험과 같다. 간단한 유기물이 에너지를 받으면 복잡한 유기물로 합성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가설의 가장 큰 문제는 농도문제로써, 초기 지구의 넓은 바다의 농도를 채우기 위해 이따금씩 떨어지는 운석으론 그 양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닌다.
흥미로운 사실은 머치슨 운석에서 발견된 아미노산 중에서 유리-밀러 실험에서 생성되지 않았던 아미노산도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지구 상의 모든 세포는 총 20종류의 아미노산 밖에 사용하지않으며 생명체가 사용하는 모든 단백질은 이 20가지의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유리 – 밀러 실험에서 이 20가지 아미노산 모두가 발견된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 이유는 유리 - 밀러 실험이 원시지구의 환경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 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어떤 과학자에 따르면, 유리-밀러 실험에서 발견되지 않은 일부 아미노산은 원시지구에서 합성되지 않았으며 운석을 통해 지구로부터 유입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세번째 가설은 심해열수구설이다. 이 가설은 79년 심해열수구라는 곳을 처음으로 관찰하게 되면서 떠오른 가설이다. 심해열수구이란 해저지각과 지각 사이를 말하며, 그 중에서도 지각 사이의 틈으로 심해의 바닷물이 들어갔다가 마그마로 데워지면서 나오는 곳을 말한다.
심해열수구 사진.
심해열수구에서는 끊임없이 검은 연기(black smoke)처럼 보이는 각종 화합물을 배출하며 입구 주위는 배출하다가 입구에 부착된 물질들로 기둥같은 형상을 만든다.
이전까지 통상적인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광합성을 하는 생물들로 지탱되며, 일부 발효 같은 무산소호흡을 하는 단세포생물들은 광합성 생태계에 기대어 사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므로 심해 깊은 곳에서는 햇빛이 닿지 않아 광합성하는 생물이 존재할 수 없어 빈약한 생태계를 지녔다고 예상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심해 깊은 곳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 해저지각과 지각의 틈새의 심해열수구에서 반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 곳에서는 광합성으로 지탱되는 지상 부근의 생태계에서와는 달리, 황화수소를 산화시킴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세균들로 지탱되었다. 단지 미생물들만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 세균들을 몸 내부에 키움으로써 공생하는 털게, 튜브벌레 같은 복잡한 동물들까지 그곳에서 산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심해열수구는 발견 당시 큰 화제가 되었고, 심해열수구에서 어떤 물질이 내뿜어지는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심해열수구에서 사는 예티크랩 사진. 이 외에도 tube worm이나 새우 종류도 발견되었다.
그 결과, 심해열수구에서는 데워진 바닷물을 내뿜음과 동시에 지각 내부로부터 메탄, 암모니아와 같은 환원성 물질과, 황화수소 같은 각종 화학물을 내뿜는 것이 밝혀졌다. 그에 따라 심해열수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환원성 물질이 유기물로 합성되어 생명이 탄생했다는 심해열수구설이 등장하였다.
심해열수구설은 현재 다른 가설을 제끼고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이 되었다. 왜냐하면 환원성 문제와 농도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가설이기 때문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심해열수구를 중심으로 환원성 물질을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따라서 전체 바닷물 속에서의 농도는 낮아질 수 있지만 심해열수구 부근에서는 환원성을 유지하며 이 곳을 중심으로 높은 유기물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심해열수구설은 무척 매력적인 가설이다.
심해열수구설 역시 문제는 지닌다. 가장 큰 문제는 간단한 원소들로부터 복잡한 유기물이 합성되려면 고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정작 높은 고온에서 유기물이 분해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현재 심해열수구에서도 생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최초의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선 유전물질과 세포를 만들 기본적인 단백질을 지녀야함과 동시에,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단백질(효소)을 같이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심해열수구설이 지지받는 또다른 이유로는 유리-밀러 실험처럼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학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 금으로 얇은 판막을 만들고 거기에 심해열수구 근처의 바닷물의 구성과 비슷한 조성의 화학물질과 물을 고압으로 집어넣고 감싼다. 그리고 초고속으로 회전시키면 심해열수구의 고온, 고압을 재현할 수 있으며, 몇주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 살펴본 결과, 유리 – 밀러 실험 때과 마찬가지로 아미노산을 포함한 복잡한 유기물이 합성된 것이 확인되었다.
심해열수구설이 현재 원시지구의 유기물과 생명의 탄생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이기 때문에 태양계 내부에서도 지구와 심해열수구와 비슷한 환경을 지닌 천체를 중심으로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지 모른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하였다.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와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는 각각 태양과의 거리가 멀어 표면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지만, 내부에는 지구의 심해열수구처럼 활동적인 지각과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 지구보다 질량이 작은 지구의 위성인 달이 지구의 표면에 중력을 작용하여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듯, 목성과 토성이 각각 위성인 에우로파와 엔셀라두스의 지각 내부에 엄청난 크기의 중력을 가해 지각을 활성화시키고, 액체상태의 물을 존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부의 액체상태의 물이 얼음표면을 뚫고 분출되는 장면이 관측되기도 하였다. 만약 심해열수구설이 정말 옳다면, 이런 위성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런 주장은 많은 sf 소설가들한테도 영향을 주어, 아서 c클라크의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유로파에 원시적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나오며, 영화 유로파 리포트에서는 아예 유로파의 생명체를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이를 모르고 본다면 뜬금없이 얼음으로 뒤덮인 위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설정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언제는 골디락스 존이라고 해서 태양과 거리가 적절히 떨어져 있어 표면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에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해놓고선, 갑자기 태양과도 거리가 멀어 표면이 얼어붙은 위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하는가? 그 이유를 이제는 알았다. sf소설같은 이야기지만 수십년 뒤에 유로파나 엔셀라두스에서 정말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우주생명체의 존재가능성에 대한 시각이 바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아카넷에서 출판한 생명의 불꽃이라고 더욱 자세히 설명한 책이 있다.
여기까지 봤을 때, 외계인이 뿌린 씨앗이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되었다는 크릭의 정향범종성을 아마 터무니없는 가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정향범종설은 과학적 가설이라기보다는 신에서 외계인으로 대상이 바뀌었을 뿐, 창조론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크릭을 너무 욕할 것은 없다. 각각의 사건에 대한 연도를 자세히 보면, 외계기원설에 큰 영향을 준 머치슨운석은 69년에 떨어졌고 심해열수공설에 큰 영향을 준 심해탐사는 79년도에 행해졌다. 그리고 크릭의 정향범종설을 담은 이 책은 81년도에 쓰여졌다. 즉 크릭의 정향범종설은 기존의 화학진화설을 대체할 새로운 이론들이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이전, 과도기에 쓰여진 땜빵용 가설인 것이다. 원래라면 이 땜빵용 가설은 시간이 흘러 잊혀져야 했겠지만, 크릭의 명성 때문에 40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출판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크릭이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요상한 이론을 내놓았을 수도 있다. 애초에 과학이란 잘못된 가설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 가설을 반박하고 대체하는 과정에서 더욱 합리적이고 잘 들어맞는 새로운 가설이 나옴으로써 발전하는 게 아니던가? 그러니 크릭은 정향범종설이 터무니없는 가설이라 할지라도, 이를 제시한 이상 적절한 증거를 내놓았어야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외계인의 증거에 대한 적절한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 이 가설의 가장 큰 문제는 외계인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은 채 가정에 가정을 쌓아 올린다는 것이다. 읽다 보면 이것이 SF 소설인지 아니면 과학적 가설인지 모를 지경이다. 출판사도 조금 찔렸는지 프롤로그 앞에 ‘과학과 소설을 넘나드는 생명 이론’ 이라고 덧붙이기도 하였다.
한편 크릭이 정향범종설 같은 이론을 내놓은 이유가 시대적 환경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할지라도, 노벨상을 탄 학자인만큼 시대적 환경을 뛰어넘은 관찰력을 발휘하길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크릭의 정향범종설이 이제는 나온 지 40년정도 된 이론인만큼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더라도 말이다. 이런 것은 크릭과 제임스 왓슨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뒤가 구린 데가 있다는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고 노벨상의 권위에 의심의 눈초리가 가게 한다.
"이런이런.. 노벨상 지금 보니 순 거품이구만."
"노벨상을 타지않은 나의 승리네"
노벨상은 문학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논란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