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나름 대학교 입학 후에 교양을 위해서(혹은 지적허세일수도 있고..), 수업과목이어서, 흥미가 있어서 여러가지 이유로 책을 꾸준히 읽어왔음.


그런데 책 읽을 당시 그리고 읽은 직후에 강렬한 감상을 불러일으킨 작품도 있었고 많은 깨달음을 얻은 책도 분명히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런 것들이 많이 사라져서 너무 아쉽다.


예를 들어 1학년때 우연히 '러시아문학과 종교'라는 교양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한 학기동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으면서 수업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소설의 각 장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배웠던 적이 있었음. 그당시에 도스토예프스키에게서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 악령, 백치, 지하로부터의 수기 등등을 다 읽었었고 그 후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는 도스토예프스키였음. 그 후로 거의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저 책들을 다시 읽어본 적은 없음. 그래서 솔직히 누군가가 저 소설들의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이고 작품들인데도..


비단 소설뿐만 아니라 정말 재밌게 읽었던 총,균,쇠라던지 제3의 물결, 이기적 유전자, 조선왕조실록 같은 비문학작품들도 분명히 내 인생과 가치관을 정하는데 영향을 끼쳤지만 핵심적인 한 문장을 제외하고 그 외의 부분은 다 증발해버렸음.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독서라는게 그냥 시간때우기로 느껴지고 재밌게 읽고 있으면서도 '이거 한 1년만 지나면 기억도 안나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서 혼자 회의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에는 감명깊은 문장이나 좋은 부분은 따로 메모하면서 읽으려고 하는데 이게 또 문제가 한참 잘 읽다가 중간에 메모를 하니까 독서의 리듬이 끊어지고 그래서 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