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어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고전소설 독서에 빠져있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인 부모나 교사 혹은 주변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학생의 본분을 잃고 엉뚱한 짓을 하는 철없는 아이라 취급할 것이다. 대학생이라고 해서 별다를 바 없다.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도 바쁜데 웬 한가한 짓이냐며 타박을 받기 일쑤다. 이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라면 갈수록 빨라지는 정보 기술 속도에 따라 새로운 업무를 익히거나 승진 경쟁에 필요한 실적 쌓기를 소홀히 하는 치기 어린 행동으로 취급받는다.

현실적으로 고전 중심의 정독일때 1년으로 치면 아무리 많이 잡나도 100권 이상의 목표는 무리다. 독서를 위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조건에서 잡는 최대 독서량이니, 다른 학업이나 직장 일을 하면서 일부 시간을 내야 하는 조건이라면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현실적으로 1년에 50권 내외만 돼도 정독과 병행하는 다독, 적절한 의미에서의 다독에 해당할 것이다.

베이컨은 수상록에서 책을 세가지로 구분하였다.

'책에 세가지가 있다. 깊이 읽고 음미해야 하는 것이 그 하나이고, 단순히 삼켜서 소화할 만한 것이 그 둘이며, 조금도 씹어서 소화할 필요가 없는 것이 그 셋이다. 바꿔 말하면 그 일부를 읽으면 되는것이 있고, 정독할 필요가 없는것이 있으며 전혀 읽을만하지 않은것이 있다.'

'전혀 읽을만하지 않다는 것'은 재미나 오락거리로 쓰인 책이다. 판타지나 로맨스 소설 혹은 무협소설이라면 아예 소화할 필요가 없는 심심풀이 땅콩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읽는다면, 만화가 그러하듯이 하루에 열 권도 읽을 수 있다. 어차피 재미나 오락거리는 내용 분석이 필요하지 않으니 하루, 이틀 지나면 내용이 가물거린다 한들 아무 상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