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소설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설 겐지 이야기,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해서 당시의 지식인들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나는 고양이로소다, 전후 몰락한 귀족들을 다룬 사양 또한 있겠다.
하지만 필자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로 인간실격을 뽑고 싶다, 그 이유를 대라면 인간실격의 인지도가 높아서도 있겠지만 인간실격이 허무주의가 팽배한 사회라면 언제든지 먹힐 만한 인간 고유의 걱정, 고뇌들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자이 소설 중 인간실격 못지 않게 명작으로 칭송받는 사양과 비교해도 나는 인간 실격이 좀 더 나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사양은 물론 지금 읽어도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작품이지만 전후 일본인들이 사양을 읽으면서 받은 충격에 비하면 지금은 그 충격이 많이 줄어든 편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인간실격은 지금 읽어도 받는 충격이 과거와 거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각설하고 이번에는 인간 실격 만화판과 소설판을 비교해보겠다.
우선 인간실격 소설판에 비해 만화판은 만화라는 장르 특성상 글보다 더 세부적인 묘사가 늘어난 편이다.
예를 들어 소설판에서는 요조가 집의 하인들에게 당한 짓이 세부적으로 나오지 않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만화판에서는 성폭행을 당한 것이 그림을 통해 확실히 나온다.
또한 주인공이 신세지는 넙치라고 불리는 사내의 아들이 주인공에게 설교하는 장면이 디테일 해지고 오바의 학교에서에 어릿광대짓이 늘어나는 등 여러 장면에서 세부적인 묘사가 늘어났다.
그리고 소설에선 그렇게 까지 비중이 크지 않은 캐릭들, 예를 들어 타케이치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이는 타케이치 뿐만 아니라 초반부에 요조가 하숙하는 집에서 나오는 젊은 여성 둘 아네사와 셋짱도 마찬가지 인데 소설에서는 이둘의 이름이 나왔는지도 확인하기 힘들만큼 비중이 적었는데 비해 만화판에서는 둘다 요조를 좋아하고 셋짱이라는 캐릭터가 요조의 아이를 임신할 뿐만 아니라 요조 때문에 언니 아네사을 죽인 것으로 비중이 늘어났다.
또한 요조의 캐릭터가 크게 변했다. 원작에서 요조는 '부러 그랬지'라고 말하며 자신을 간파한 타케이치에 대해 죽이려는 생각 대신 누구보다도 가장 친해져서 그를 감시할 생각을 하지만 만화에서는 타케이치를 죽이려 한다. 만화판에서 이 변화는 개인적으로 해서는 않되는 그런 변화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후반부 결혼하게 되는 요시코가 편집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을 알았을 때 소설에서는 요사코를 소설판에서는 최대한 잘 대해주려는 모습이라도 보이지만 만화판에서는 그런 요사코를 성폭행 하며 추궁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만화책에서는 소설과 달리 요조가 그림에 재능이 있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이 설정또한 별로였던 것 같다. 인간실격은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는 타인에 대한 공포심을 과장하긴 했어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소설인데 이 공포심을 요조가 일반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예술가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느낀 것이라고 하여 소설에 주제를 완전히 바꾸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만화와 소설 어느쪽이 더 나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소설쪽을 뽑겠다. 만화는 지나칠 정도로 요조를 쓰래기로 만들어 요조에 대해 연민이라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도록 만든 것 같았다. 소설에서는 요조가 인간관계, 여자들에게 고통받는 것을 보고 그것이 오바가 어느정도 자초한 일이라고 해도 연민에 감정이 들지만 만화판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만화판은 요조를 예술가라는 지나치게 특별한 인간으로 만들고(사실 소설도 어느정도 요조를 특별한 인간으로 만들긴 했다. 공부를 잘하고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잘생겼다는 등등. 하지만 만화처럼 선은 넘지 않았다.)요조를 지나칠 정도로 쓰래기로 만들어버렸다. 예를 들어 타케이치를 충동적으로 죽이려 하고 요사코를 겁탈하며 무수한 여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바람을 피는등 요조를 지나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컸다.
그래서인지 요조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아도 요조에 대해 연민의 감정이 조금이라도 들기는 커녕 그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잘됬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또한 만화판의 엔딩은 여타 이토 준지 만화의 엔딩처럼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이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듯하니 말은 하지 않겟지만 엄청 만화가 허무하게 끝난다.
그래도 괜찮았던 부분을 몇몇개 뽑으라면 그래도 이토 준지의 그림체가 매우 잘 어울렸다는 점, 또한 요조의 아버지가 찾아와서 요사코에게 요조를 잘 부탁한다고 하는 편 정도가 있겠다.
인간실격 만화판은 영화판처럼 인간실격이라는 명작을 먹칠하는 수준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잘만들었다고 부르기도 모호한 작품이었다. 만약 다자이 오사무나 이토준지 팬이라면 한번 쯤 읽어볼 가치는 있는 만화였다.
만화판은 개막장이누;;
아 만화판이 더 재밌어보이는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