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할인이 전혀 없는 '완전도서정가제' 실시를 요청하는 출판계에 "프랑스도 아직 완전정가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22일 밝혔다. 또 신간이 아닌 구간의 할인 조정 문제에 관해서도 "현재의 도서정가제가 자리잡는 것을 흔들 수 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신간·구간 구별없이 최대 10%의 금액할인, 5%의 간접할인만을 허용한다. 다만 발매 18개월이 지난 책들은 정가를 다시 지정할 수 있다. 문체부는 올해 안에 도서정가제를 정비한다는 계획은 갖고 있으나, 할인율 조정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도 장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출판계 인사들과 가진 '출판산업 현장 정책 간담회'에서 전 정부의 '블랙리스트' 문제를 사과하면서, 출판을 살리기 위한 출판계의 다양한 제안을 청취했다. 


우선 모두발언에서 "(블랙리스트로) 불이익을 받은 작가와 출판사에 진심으로 위로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여러분이 하는 일이 소중한데 일하는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창작과 출판, 유통, 소비가 선순환하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100억 규모의 출판펀드 조성, 2018년 '책의 해' 지정, 2018년까지의 모든 서점의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출판계의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대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면서 개편 의지를 피력했다. 


이후 도 장관과 출판계는 약 1시간 20분간 비공개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문체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도서평가제, 민관정 협의체 구성, 도서구입비 세제지원 등에 대해 도 장관과 출판인들이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강일우 창비 대표는 "과거 정부의 잘못이나 제도의 흠결을 바로잡는 것이 선행되고 그 다음에 '문화예술계를 지원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출판 진흥을 위해 (출판계뿐만이 아닌) 큰틀에서 협력해야 한다"면서 "출판계와 문체부,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민·관·정협의체를 한시적라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진 일부를 출판계가 추천할 수 있는 규정을 법에 명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권혁재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은 "도서정가제를 완전정가제로 해야 하지 않나"면서도 "'책의 날' 등의 특별한 기간에는 예외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완화해 달라"고 제안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은 "도매상이나 대형서점, 온라인서점에 비해 지역서점들이 공급률에서 차별대우 받는 것을 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국공립도서관들이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구입하고 있는데 학술서나 전문서 출판사가 살아날 수 있도록 분야별 쿼터를 정해 책을 구입해 달라" "도서구입비 세제지원이 필요하다" "젊은층을 위해 좋은 책을 전자책으로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 등의 요청도 나왔다. 


도 장관은 블랙리스트 관련해 조사 위원회가 구성되면 출판계에서도 참여해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출판이 잘 되어야 국민이 행복하고 잘 사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오늘처럼) 대화를 통해 출판계와 정부가 협력하고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