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루었나 생각해보니 한국소설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황에서 두꺼운 한국소설이 꺼려졌던 것 같다.
1987년 3월에 나왔으므로 30년된 소설이다.
그해 6월29일에 민주화선언이 있었으므로 민주화 이전 전두환 정권 기간에 쓰여진 건데 군사독재를 절묘하게 풍자하고 있으니 작가의 배짱이 훌륭하다.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1991년에 나온 초판 22쇄였다.
책이 제법 잘 팔렸던 것 같다.
이 소설의 배경은 대충 다들 아시리라.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 실패한 덕분에 비교적(강경 군부에 비해선) 온건하고 합리적인 대외관을 가진 이토가 살아남는다.
그가 일본 군부의 대외적 폭주를 어느 정도 제어해서 길을 잡아준 덕분인지, 나중에 일본은 조선과 만주를 병합하고도 미국, 영국의 승인을 받고 2차대전도 미영 편에 서서 승전국이 된다.
1980년대 중반 현재 일본은 조선, 대만, 만주를 식민지로 거느리며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강대국. 다만 50년대와 60년대 장기집권한 도조 히데키 정권의 부정적 유산 탓에 군사정권 하에서 기본권이 억눌리는 통제사회.
주인공은 게이조(경성)에 사는 조선인 기노시타 히데요. 한도우(반도) 경금속 주식회사 과장이고 39세. 아내와 딸을 둔 가장.
3인칭으로 쓰여졌지만 사실상 1인칭 소설이다. 이 소설은 기노시타 히데요가 생각한 것과 여기저기 다니면서 겪고 보고 대화한 것만을 전개한다.
일단 이 소설은 경이롭다.
첫째. 식민지 상태를 못 벗어난 조선의 전체 사회상을 매우 정밀하게 구현했다. 디테일이 끝내주게 충실해서 복거일 작가가 집필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엄청남을 느낄 수 있다.
둘째. 전체 109장으로 이루어졌는데 각 장 첫머리에 인용문을 적어놨다. 실제 문헌에서 인용한 인용문도 있지만 대부분은 작가가 지어낸 것이다. 지어낸 시, 지어낸 저서, 지어낸 법규정, 지어낸 언론보도, 지어낸 정치인의 발언 등을 정교하고 리얼하게 만들어냈다. 복거일 작가의 지식과 지성의 결정체라고나 할까.
셋째. 일제 하에 신음하는 조선사회의 모습을 빌려 군사독재정권 하의 한국사회를 절묘하게 풍자하고 있다.
넷째. 직장생활 묘사가 현실감 넘친다. 서울대 상대를 나와 16년 동안 은행, 제조회사, 무역회사, 연구소 등을 다닌 작가답다. 회사를 안 다녀본 전업 소설가들의 글에서는 이런 빼어난 직장 현실묘사는 안 나오는 법이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는 몰입을 막는 단점도 많다.
첫째. 시대상에 모순이 있다. 1980년대 중반을 그렸다곤 하지만 작가가 실제 일제시대(1940년대쯤) 조선의 모습과 1980년대에 도달했을 조선의 사회상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은 듯한 느낌이 살짝 든다. 작가가 일제시대 조선의 사회상에 관한 자료들을 수집해서 쓰면서 한편으로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 하의 사회상도 표현하려니 짬뽕이 돼서 이도저도 아닌 정체불명의 시대 느낌이 난달까.
둘째. 근본적 설정의 문제인데, 이 소설에서 조선사람들은 조선말, 조선역사를 완전히 망각하고서 그런 게 있었다는 것도 아예 모르고 사는 것으로 나온다. 즉 조선은 유사 이래 일본과 한 역사 한 언어를 공유하며 계속 산 것이라는 조작된 교육을 받아서 그런 줄 알고만 산다는 설정이다. 합병하고 70년간 아무리 조작하고 세뇌한들 수천만 조선인을 그렇게까지 세뇌할 수 있나? 또한 해외를 통한 정보 루트도 있는데 수천만 조선인이 그렇게 어처구니 없이 바보가 될리가 있나. 무리한 설정이며 이 때문에 주인공의 각성과 투쟁 스토리에 개연성이 떨어지고 독자는 공감하기 힘들게 된다.
셋째. 이 또한 근본적 설정의 문제인데, 일본이 2차대전 승전국이 되고 강대국으로 잘 나가는데 1980년대 현재 왜 아직도 군사정권 하의 빅브라더적 통제사회일까? 경제가 풍요로우면 민주화, 자유화, 세계화, 개방화도 따라오는 것 아닌가. 물론 작가는 일본이 만주에서 중국 공산당과 국지전을 벌이고 있으므로 일본 군부가 집권과 사회통제의 명분을 얻고있다는 설정을 집어넣긴 했으나 좀 설득력이 약하다는 느낌이 있다.
넷째. 식민지 조선의 전체상과 주인공의 지성세계와 감정을 빠짐없이 보여줘야 한다는 작가의 욕심 때문에 소설이 지루해졌다.
다섯째.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힘들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공감하기 힘들다. 작가가 후반부에 사건들을 갈무리하기도 힘들었던데다, 주인공을 초반부엔 작가 자신의 분신(지성적이고 내향적이며 시를 쓰는 시인. 복거일 작가도 등단을 시인으로 했다)으로 만들었다가 후반부엔 격정의 인간으로 변모시키려다 보니 무리수를 많이 둔 듯하다.
한줄 요약 - 복거일 작가가 가공의 세계를 정교하게 만들어낸 엄청난 노력과 지성엔 경의를 표하나, 읽으면서 점점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소설
PKD <높은 성의 사나이>의 오마주로 쓰여진 책인데, 오히려 PKD의 책보다 복거일 책이 더 낫죠. 오죽하면 당시 상종가를 치며 전성기를 달리던 이문열이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와 같은 아류작을 썼을 정도... 2차 대전의 결말이 달랐을 것으로 상정하는 로버트 해리스 <당신들의 조국>, 무라카미 류 <오 분 후의 세계> 등과 비교하면서 읽어도 좋습니다
1980년 광주사태가 났을 때, AFKN 라디오에서 보도하는데도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들어도 이해할 수 없어서 현황을 잘 몰랐습니다. (복거일은 이 사실에 충격을 받고 나중에 영어 공용화를 주장하게 되는데...) 1987년 비명을 찾아서가 나올 때는 아직 인터넷도 없었고 전두환의 철권 통치가 유효하던 통제 사회였죠. 그 때는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할만 했어요
개소리를 워낙 정교하게 한다. 중알일보칼럼 읽는데 좀 무서움
요새는 이승만 소설 쓴다던데, 어떤 의미에서 악마의 재능인듯
독후감에 동의를 못하것다. 반론은 생략... 거이 줄줄 외울 정도로 여러번 읽음... 대단히 정교하고 위트가 곳곳에 숨겨져 잇슴. 개꿀... 주인공이 형사처벌과 징계를 구별 못하는건 좀 웃김. 근혜언니는 징계(탄핵) 받고도 형사처벌(감옥) 중이잔어.. 아주 대단히 매우 재밋게 읽엇는디... 갠적으로 구역질 나오는건 주인공의 선민의식... 도올은 이걸 '선지자적 오만성'이라고 햇지.. 근디 도올한테도 선민의식 때문에 구역질이 나옴 ㅋㅋ
복걸이 요새 이상한 소리 하던데
군국주의와 공산독재를 묘사했겠지,전두환은 태성성대 시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