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1.
제러미 벤담부터 존 스튜어트 밀, 이마누엘 칸트, 존 롤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까지. 도덕철학 및 정치철학사의 굵직한 줄기들을 토대로 현대의 여러 갈등들을 여러 방면으로 분석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구제금융과 누진세부터 대리모, 자원군 옹호, 소수집단우대, 국가 차원 사죄 그리고 이 밖의 수많은 논란거리들... 단순히 도덕철학을 역사순으로 주욱 설명하는 것이 아닌, 풍부한 실제 사례들을 배경으로 여러 정의관을 대조하는 방식이기에 훨씬 흥미진진했다. 그러면서도 독자가 지금 어느 사상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챕터별로 잘 나눠놓아 사례들에 파묻혀 길을 잃지 않도록 한 점도 마음에 든다.
2.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의 반대는 또 다른 정의라는 말이 있다. 어떤 도덕 사상이 옳은 것일까? 아니, 애초에 단 하나의 '옳은' 도덕적 기초를 정할 수 있는 것일까?
저자 마이클 샌델은 인간의 자율을 중시하는 이마누엘 칸트와 존 롤스에 특히 비중을 두어, 이를 바탕으로 공리주의와 고대 그리스의 미덕주의를 비판하는 식의 전개를 해 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칸트의 도덕법이나 롤스의 가언합의를 포함한 자유(또는 자율)주의가 반드시 옳은 사상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의외로 책의 말미에서는 특히 오늘날 백안시 되다시피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주의로 회귀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그럼으로써 마이클 샌델 스스로가 속한 '공동체주의' -자신은 이 호칭을 싫어하지만- 를 들어 자유지상주의에 반박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실 어떤 정의를 자신의 정의로 삼을지는 오롯이 개인의 몫, 독자의 선택일 것이다. (이 문장으로 인해 내가 어느 정도는 자유주의적 태도를 지니고 있음이 드러난 것 같다.)
3.
도덕적 자격과 합법적 권리의 차이.
여태껏 자격과 권리는 서로 불가분의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존 롤스의 평등주의를 배우며 그게 아닐 수 있음을 알았다.
고소득자는 (소득의 일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가 뒷받침한다는 전제 하에) 고소득에 대한 합법적 권리를 가지지만, '도덕적' 자격이 있어 그렇다 할 수는 없다. 노력마저 임의적 재능이라는 말은 최근 종종 들어왔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진지한 이론은 그 말에 대해 잠시 고민하게 만든다.
"지금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기술이 발달했거나 소송을 자주 하는 사회가 아닌 수렵사회나 종교적 사회에 태어났다면? 지금보다는 포상을 적게 받을 것이다. 하지만 포상받을 권리가 적을지언정 다른 사람보다 가치가 적다거나 도덕적으로 자격이 모자란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p.228)
4.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어떤 도덕적 판단이 옳은가는 정치적 자유주의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 존 롤스"
현재 국제통상법을 배우고 있는 입장에서 분명 도움이 되는 말이다. 하지만 '정의'에 있어서 도덕을 배제하는 게 과연 옳은가 또는 가능한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이 점을 거론하면서 샌델은 자유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간을 서사적 존재-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역사와 가치와 의식을 이야기하는 존재-로 보는 매킨타이어의 견해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개인이 직접 합의하지 않아도 공유하는 가치와 의무가 존재할 수 있다니? 그러나 내가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온 (타국민보다는) 자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 또는 자국민으로서 느끼는 자부심이나 수치심을 저자는 예로 들며, 나 또한 공동체주의적인 사상을 항상 품어왔음을 깨닫게 했다. 당장 기부를 할 때도 기왕이면 해외기부보다 국내기부를 해 온 나인데... 심지어 미덕, 도덕에 중립적인 줄로만 알았던 법마저 추구해야 할 특정 가치를 상정하고 또 거기 부합하는 미덕에 영광을 부여하고 있었다.
책을 끝까지 읽으니 내가 평소에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지 자각할 수 있었다. 나는 자유주의인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공동체주의적인 면도 가지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질문과 딜레마를 통해 나 스스로 생각해보고 반박하고 깨닫게 하는 책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5.
이 책을 읽긴 했지만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 쓸 하나의 사상을 특정하거나 나만의 정의를 정할 수 있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앞으로 내가 뉴스에서 집단 간의 대립이나 책 속에서 인물들의 갈등을 접할 때 다방면으로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지식이 조금이나마 생긴 것 같다. 계속 연습하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생각하기에' 옳은 철학을 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재밌게 읽었다.
* 고등학교 윤리시간 이후 처음으로 존 롤스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그의 정의론에 흥미가 생겼다. 다음에 읽을 책으로 남겨놔야겠다.
** 독후감 쓰기 귀찮아서 구냥 메모 짜깁기 수준으로 썼다 ^~^
책 너덜너덜 하네 ㄷㄷㄷ
그나마 상태 괜찮은 걸로 빌린 거였어ㅋㅋㅋ 빌린 다음에 테이프 몇 군데나 붙이고
책에 일반 스카치 테이프 붙이면 안됨...
도서관에서 빌릴 때 붙여달라고 할걸
생각하게 만드는 책 - dc App
맞아 그 점이 좋았어
편향적이어서 입문서로 좋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드는데
전체적으로 좀 편향적이긴 했어 ㅋㅋ
아 ㅅㅂ 손톱때 ! 관리좀 해라 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