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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드디어 김초엽을 리뷰하네. 김초엽의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작품들을 리뷰할 거고, 단편집은 하나하나 리뷰하고 총집편 정리하는 게 내 리뷰 스타일로 굳어져버린 것 같다. 이번 건 스포가 좀 있으니 조심해.
순서는(링크 첨부 예정)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이렇게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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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와 입문용 SF의 경계선에 걸치고
회상 내의 갈등이 전부이며
생각 이상으로 감성적인
그런 평범한 순문학 같은 장르소설
한줄 요약
좀 더 나은 세계를 만든다는 목적과, 단 한 사람의 사랑이 있다면 어떤 고통보다 더 행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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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공간 때 어느 정도 호감을 느끼고 샀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초엽에게 엄청난 기대를 하거나 고평가를 내렸던 건 아니었어. 그냥 때마침 학교 독후감 대회의 도서 목록에 있고, 이전에도 조금 눈에 밟혀서 이참에 산 것이었고, 인지 공간 자체도 그렇게 잘 썼다! 라고 말하긴 애매했거든. 2020 젊작상의 다른 작품들 때문에 상대적 버프를 받았던 것도 있고.
그래서 결론은 앞서 적어놨듯이, 평범한 순문학 같은 장르소설, 장르 자체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SF용어만 쓴 판타지에 가깝지. 그런 점에선 굉장히 안타깝기도 하고... 이게 약간 문단의 한계인지 작가의 한계인지는 잘 모르겠음. 국내 SF작가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건 조금 나중에 좀 더 다루기로 하고, 줄거리 소개부터 가자.
이 단편은 데이지라는 이름의 '나'가 소피에게 쓴 편지로 내용이 전개가 되고, 그 편지 안에는 '마을'과 '순례'의 시초인 올리브의 이야기가 들어가있는 액자식 구성이야. 데이지가 전하는 '마을'과 '순례'의 기원이 이 단편의 주요한 흐름이며, 이걸 설명하기 위해 올리브의 이야기가 껴있는 식이야.
하지만 형식의 한계로 인해 '마을'에 대해 그렇게 묘사되는 게 없어. 대부분이 추상적이거나 뭉뚱그려 묘사하는 것들이라 이렇다 할 만한 분위기와 느낌은 있어도, 구체적인 사물이나 형태를 상상하기엔 역부족이야. 사실 그냥 딱 봐도 이거 은근 SF스럽게 꾸미려 했네~ 라고 알아챌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걸 두고 SF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그런 거지. 괜히 판타지와 입문용 SF의 경계선이 아냐. 사실 이 이후에도 똑같아. 그나마 올리브의 이야기에서 유전자 어쩌고 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용어를 언급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SF의 기술적인 사용은 없다싶고, 그냥 SF적인 기술의 상징성만 활용하고 있어서... 굉장히 난감하지.
'마을'에 살고 있는 데이지(나)와 소피를 비롯한 아이들은 함께 자라다가 성인식을 치루는데, 그게 바로 '순례'라고 부르는 거야. 우주선(으로 추정)을 타고 '시초지(지구)'로 가서 돌아오는 거지.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면, 갈 때의 숫자랑 올 때의 숫자가 다르다는 점이야. 하지만 데이지를 비롯한 소수의 아이들 빼고는 어느 누구도 문제 삼지 않고, 마치 없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해. 데이지는 바로 이 점을 짚으면서, 곧 갈 순례길을 미리 알아보려고 해. 그리고 알아낸 내용을 소피에게 편지로 쓴 거고.
결과부터 말하면, '시초지' 곧 지구는 '마을'의 창시자 릴리 다우드나에 의해 분리주의가 퍼져버렸어. 릴리는 아주 뛰어난 인간 배아 디자이너였거든. 릴리의 손에서 탄생한 '신인류'들은 아름답고, 유능하고, 질병도 없고, 오래 살지. 이들은 '개조인'이라 불리면서 비개조인을 배척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도시는 내부는 개조인들, 외부는 비개조인들이 차지하는 형태를 이뤘지.(사실 이게 지구 전체에 만연한 것인지 제대로 서술이 안 돼 있어서 굉장히 애매한 영역이야. 지구 자체가 개판 났다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릴리는 자신의 유전적 결함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간 배아 디자인을 했던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자신의 실체를 마주한 거야. 자신의 아이의 유전적 결함을 메우면서 자신이 이렇게까지 태어나지 말아야 할 존재였는지 회의를 품은 거지. 그래서 지구 밖에 '마을'을 만들고, 그렇게 태어날 아이(올리브)와 함께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를 '마을'에 구축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간에 배척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 말이야.
시초지(지구)와 '마을'은 대조적으로 그려지지. 개조인과 비개조인으로 나뉘고, 겉모습으로 차별하는 시초지와, 그런 차별 따위 존재하지 않는 마을. 고통만 가득한 것 같은 시초지, 고통 따위 없는 마을. 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게 있었지. 순례자들이 이런 대조적인 두 공간 사이에서 시초지를 택했는지 말이야. 그게 바로 올리브가 릴리를 안 뒤 마을로 돌아갔다가 지구로 다시 간 이유이며, 데이지가 소피를 지구에서 기다리겠다고 한 이유야. 사랑. 사랑 때문이라고 데이지가 말해.
정확히는 그런 차별이 존재하는 세계를 바꿔보겠다고 나선 목적이 있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런 곳에선 분명 고통 받을 게 뻔한데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거기에 사랑하는 이가 있고, 그렇기에 바꿀 가치가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야. 분리주의, 선천적 결함, 멸시와 차별 같은 화제를 대두시키고, 자연스럽게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마을)"와 "고통스러울 수 있는, 그러지 않기가 힘든 세계(시초지)"의 대비를 통해 이상과 신념을 위해 움직이는 것과, 그의 원동력(사랑)을 다루는 거지.
그리고 이 원동력이 되는 사랑에 대해선 레즈비언도 나와. 근데 이게 중요하게 다뤄지는 건 아니고, 정말 자연스럽게(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고) 나와서 읽고 좀 생각하다가 아 레즈였구나 싶었어. 소소한 요소야.
아쉬운 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 첫째는 갈등 구조 말인데, 인지 공간과 똑같더라고. 액자식 구성에, 액자 안에만 존재하는 갈등. 액자 밖은 프롤로그처럼 무언가를 예고하는 것밖에 없어. 정작 액자 속 내용은 액자 밖의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내용이라 사실 실제 줄거리 축약할 땐 아예 빼버려도 상관 없는 내용이거든. 그래서 40페이지씩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딱히 갈등이라고 할 만한 걸 못 느꼈어. 굉장히 잔잔하고 평이해. 인지 공간 때는 분량이라도 적어서 그런데, 이건 분량도 꽤 있어서 그런지... 좀 지루한 건 어쩔 수 없더라.
두 번째는 역시 장르 문제. 유전자 조작에 관한 내용이 있어서 이걸 좀 더 파고들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더라고. 지구에 관한 내용도 그렇고, 그냥 세계 전체가 굉장히 추상적이야. 구체적으로 상상하기가 힘들어. 지구가 얼마나 개판이 난 건지, 전세계적인 문제인 것 같은데 묘하게 도시 하나에만 집중된 것 같고, '마을'의 위치가 지구 밖이라는데 이게 달인지 아니면 별천지인지;; SF적 기술이 나왔는데도 이게 그냥 작동했다는 결과만 알지 그 원리에 대한 탐구나 그런 게 없어. 오히려 그것의 상징성만 가지고 쓴 느낌이 강해. 마치 순문학을 쓰려고 SF소재를 끌어낸 느낌이야. 인지 공간 때처럼 이건 그냥 판타지로 분류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
문장도 그냥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게 쓰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담백한 맛이 있냐고 하면 갸우뚱하게 되고. 묘하게 감성적인 측면도 있는데 그건 사실 내용이 그래서 그렇지, 문장이 아름답거나 수려하다고 보긴 어렵더라고.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 문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작품-장르-문장의 문제에 있어서 문장은 앞의 세 개가 어떤 거든 간에 적당히 어울릴 수 있는 무난한 선택을 한 느낌?
주제에 관련해선, 소수자 차별과 관련해서 얘기 꺼낸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그것의 원동력이 사랑이어야 된다는 얘기도 하는데, 정말 무난하다고 느꼈어. 큰 감동이나 울림은 없었고. 그건 갈등이 너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 좀 더, 좀 더 긴박하거나 숭고하게, 혹은 치밀하게, 혹은 깊은 울림이 있게 했다면 이런 주제에 관해 깊은 생각을 나눠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감동의 면에선 인지 공간보다는 덜한 것 같아.
평점은 2.5/5.0, 인지 공간이 선녀 버프로 3.5/5.0 먹은 거 감안하면 인지 공간이 좀 더 상위호환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네.
감상글추
꺼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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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지 공간 읽고 나서 큰 기대 안 했는데 이거 읽으니까 나머지 6개가 묘하게 상상이 가서...... 일단 다 읽긴 하려고.
김초엽 거르고 아서 C. 클라크 단편집이나 정주행해야겠군.
성장한다면 기대는 되지만... 그냥 지금은 아서 C. 클라크 보는 게 더 나은 선택임ㅋㅋ
마케팅 빨 ㅇㅇ
그런 게 없잖아 있는 것 같음. 다른 겉절이에 비해 낫긴 낫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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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프로토타입ㅋㅋㅋㅋ 그 말이 안 떠올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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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마워
나도 동감함 sf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긴 했지만 사실 그냥 환상문학정도 작가 인터뷰한것도 보고 했는데 sf에 논리를 빼고 감성을 우겨놓은 느낌이라 아쉬움.. 이게 정말 생화학 전공 석사의 sf글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전적+교육을 통해 심한 감정적 고통을 경험하지 못한 수도자(신인류)들이 인류를 구원할 자격이 있는가? 이 순례를 긍정적 유토피아를 건설해나가는 과정처럼 그렸는데 이 점이 가장 별로라고 생각함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한 이들이 사랑 하나만 믿고 고통 가득한 세계로 들어가 변혁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 자체가 엄청 뜬구름이고 낭만적인 내용이긴 하지ㅋㅋ 근데 난 애초에 이 '마을'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떤 공간인지, 또 지구는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알 길이 없어서 얘네들이 변화시키겠다고 가는 것도 그냥저냥 와 닿는 얘기는 아니더라고. 도대체 지구가 얼마나 멸망해야 이 찔끔찔끔 가는 걸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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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일단 앞으로 단편집 더 나오면 사서 볼 의향은 있지만 그때마저 성장이 없다면... 그냥 거기서 그쳐야 될 듯
sf라고 생각하면 아쉬운데 그냥 감성적인 소설책이라고 생각하면 적당히 깔끔하고 모나지 않아서 잘 읽히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