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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에 대한 헤겔의 해석을 시작으로, 이 비극은 선한 개인의 양심(신의 자연법) vs 지독한 국가의 권력(사회의 실정법)을 중심으로 많이 읽혀온 듯하다.


그런데 읽다보니 든 의문이, 과연 안티고네의 정의만이 옳은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 대한 사랑, 죽은 자는 매장해야한다는 고대 그리스의 불문법, 신을 향한 존중을 외친 안티고네도 일리 있지만, 외숙부 크레온이 중시한 국가의 보존도 무시할 수 없는 정의 아닐까?


안티고네의 오빠 폴리네이케스는 다른 국가를 끌여들여 조국 테베를 친 매국노이다. 현재 우리가 과거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았음에 분노하는 것처럼, 폴리네이케스를 대접하며 매장하는 것은 조국을 저버린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테베의 왕 크레온은 일찍이 폴리네이케스를 매장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했으므로, 설령 범인이 조카라고 해도 그 선포는 번복할 수 없다. 왕의 가족은 처벌이 약화된다거나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걸 백성들이 깨닫게 되면 국가의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크레온이 저지른 과오는 주변의 의견과 법령에 대한 여론을 듣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안티고네의 약혼자이자 아들인 하이몬과 싸우면서 “국가가 정한 위치에서 사람은 그 명령이 옳거나 심지어 옳지 않을 때도 복종해야 한다.” 라고 흥분하며 독재자스러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그가 나중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이유는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옮긴이의 해석을 보면, 기원전 5세기 아테네는 예전부터 내려오던 전통 및 불문법과 모든 것을 다시금 따져봐야 한다는 소피스트들 중심의 상대주의 및 회의론이 대립하던 시대였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 소포클레스는 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신의 법칙보다 국가의 법규를 우선한 크레온에게 끔찍하고 견딜 수 없는 비극을 선사함으로써 신에게 의문을 품는 불손한 자들, 나라를 오염시키는 현학자들에게 경고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안티고네의 정의와 크레온의 정의 모두 옳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안티고네와 크레온 모두 그 정의를 시행하기 전에 서로 했어야 할 소통을 흥분과 정의감에 차 하지 못했고, 그 결과 모두가 죽거나 비극적인 결말에 처하게 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