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https://www.youtube.com/watch?v=gbl2z4iLcIA



< 스타십 트루퍼스 > - 로버트 A. 하인라인 (황금가지) 김상훈 옮김



어릴 때 영화로 재밌게 접한 작품이다. 군대라는 곳이 얼마나 힘들고 시궁창 같은 곳인지 알려주는 SF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저자가 평화에 대해 꽤 냉소적이란 생각도 든다.

어째 우리나라의 병무청 신검보다 훨씬 철저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진단서가 없으면 장애인도 훈련소로 끌려온다.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훈련 시작부터 꽤나 터프한 분위기다. 현대 한국군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다.

또한 군 특유의 문화는 책으로 읽어도 갑갑하다. 나도 모르게 발발심이 생기고 무정부주의를 추구하고 싶어진다.

여기서 살짝 내 얘기를 하자면 나도 상관폭행죄와 명령불복종을 저지른 적이 있는지라 헨드릭이 이해되기도 한다. 나도 참 타고난 반골 기질을 갖춘 듯하다. 이런 군대식 시스템을 모조리 파괴하고 싶어진다.

강화복 등의 설정들을 보아하니 원작 그대로 영화화하면 더 스펙터클하고 제작비가 훨씬 깨졌을 것으로 보인다.

태형이 기록에 남지 않고 기억에 남기에 처벌에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저자가 태형과 처벌에 우호적이며 이를 반대하는 것을 일종의 위선으로 인지한 듯하다. 일종의 성악설로 보인다.

권리와 의무에 대해 꽤나 진지한 접근을 한다. 나로선 답답한 체제 같다는 느낌이다. 저자의 사상 자체는 합리적일 수도 있으나 북한 같은 전체주의 혹은 군국주의 사회에서 악용되기 좋은 사상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작중 군대가 자격 있고 할 놈만 남긴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개나 소나 군에 억지로 끌려가니 문제라고 본다. 군대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할 놈만 남기고 모조리 걸러야 한다. 자격 있고 하겠다는 놈만 남겨야 한다.

중반부부터 이제야 거미 종족과의 전쟁이나 행성간의 얘기 등 SF적인 느낌이 나서 정신없이 읽었다.

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나 철학이 예상외로 많아 놀라웠다.

주인공의 아버지도 늦은 시기에 입대해서 군 생활 중이라니. 세상에. 족보가 제대로 꼬였다. 아들보다 계급이 낮다니. 다들 왜 이리 사서 고생하며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고통스러운 삶보단 고통 없는 죽음이 낫다고 본다. 그런데 소설은 고통스러운 삶을 거창한 이유를 대면서 택했다는 느낌이다. 나와 가치관이 전혀 다르다.

투표권이나 권력, 권리와 책임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도록 해준다. 이 소설은 누군가에게는 유토피아이거나 혹은 디스토피아일 것이다. 저자는 해답이 아닌 해답을 작중에 제시하려고 한다.

사관 교육과 사관에 대한 설명도 어지간한 군보다 합리적이고 철학적으로 보인다. 군에 대한 저자의 사상이 가득 담겨 있다.

군에서의 여성의 역할이 사기를 높이기라는 건 여성주의자들이 보면 화를 낼 부분으로 보인다.

모두가 함께 하는 기동 보병은 어쩌면 저자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군인들일 듯하다. 저자는 분명 군대 중심의 어떤 유토피아 세상을 작중에 드러내고 싶었을 듯하다.

군내 업무나 인간관계들이 의외로 너무나 복잡하다. 개인적으로 쓸데없이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보인다.

부하의 수면 시간을 철저히 챙기는 상관이 있다니 감동적이다. 하루에 두어 시간만 자며 일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정신 나간 직장상사 밑에서 지낸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공간 초감각자의 등장은 그럴 듯한 미래 SF 소설을 초자연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솔직히 말하자면 뜬금없는 설정이다. 작중에도 미심쩍어 하며 마술 같다고 표현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 그래도 재밌게 결말까지 읽었다.

영화판은 제목과 줄거리 정도만 겉으로 따랐을 뿐 소설은 전혀 다른 원작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가 군에 대한 미화도 비판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표현한 듯하다. 물론 나는 그 생각에 전부 동의할 순 없었지만. 미래의 작중 기준에서 작가가 이 작품을 발표하던 당대 현실(20세기 중반)을 비판하는 내용이 지금도 통할만한 주장이라고 본다.

체계적인 군대의 묘사도 눈길을 끈다. 이런 밀리터리 소설은 어릴 때 읽다 만 데프콘이란 소설 이후로 처음인지라 놀랍기도 했다.

저자가 내 예상보다 훨씬 잘 썼다고 볼 수 있으나 사상에는 도저히 동의하기 힘들었다. SF소설로서의 설정이나 서사보다는 자기 개인의 철학에 더 신경을 쓴 책이었다. 호불호가 갈릴 작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