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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이번에도 스포일러가 있어. 그것도 좀 많이. 그래도 이번엔 SF 읽는 느낌 나서 좋았다.


순서는(링크 첨부 예정)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이렇게 갈 거야.


-


한줄 요약


차라리 수필이었으면 좋았을 SF 순문학



본래 한줄 요약 앞에는 적당히 홍보 문구스럽게+전체 내용 나름대로의 요약을 담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잡혀서 한줄 요약만 했어. 내용이 딱히 크게 없어서 그래. 그냥 김초엽 작가가 갈등과 서사에 큰 굴곡 자체를 안 만드는 것 같네. 이번엔 갈등이라 할 것도 없이 그냥 회상과 관찰 외에 다른 게 없다ㅋㅋ



스펙트럼은 그래도 인지 공간이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 비하면 훨씬 SF스러운 소설이긴 해. 초소형 광자 추진제를 탑재한 우주선에 서른세 번째 생물학자로 올라탄 희진(할머니)은 도약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장장 40년 동안 실종됐고, 그 사이 지구에선 외계지적생명체와 첫 조우를 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밖에 없었어. 그러다가 현재시점(곧 실종 후 40년)에서 구조신호를 받아 희진을 구출하는데 성공했고, 희진의 증언에 따르면 20년 전에 외계인을 만났고, 희진이 만난 외계인은 지구측에서 만난 존재와는 다르다고 판단돼.



하지만 만났다고만 할뿐, 행성의 위치나 그들의 존재의 증거를 내놓지 않아서 결국 얘기는 묻혀.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3인칭 시점의 희진의 회상으로, 외부로는 할머니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외계 행성에 조난 당한 희진은 관측 장비를 모조리 잃어버린 상황 가운데 '무리인'으로 명명한 존재들에게 구출되고, 그들 중 '루이'라고 부르게 된 한 개체로부터 보살핌을 받아. 구조 신호를 보내기 위해 셔틀을 계속해서 찾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관측 장비 없이 오롯이 자신의 감각으로만 '무리인'들을 관찰하기로 해. 나름 생물학자로서 외계인들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부분에선 전과 달리 정말 SF라는 느낌을 받았긴 했어. 이게 비교적 선녀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여러가지 특징이 있지만 자잘한 건 집어치우고, 두드러지는 두 개의 특징만 얘기하자면 '장례식' 문화와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얘기인데, 무리인들은 기본적으로 수명이 3년~5년이라고 해. 그런데 무리인들은 죽음에 이른 다음에도 죽지 않는다고 스스로 믿으며, 자아는 결코 끊어지지 않고 몸을 바꿔가며 전달된다고 하지. 장례식엔 죽은 개체의 유해를 토기에 담아 강에 실어 보내고, 어린 개체가 뗏목을 타고 건너 와. 그리고 이 둘의 존재가 같다고 하지.



어떻게 같냐고? 그 비밀이 바로 '그림'에 있어. 이게 바로 단편의 제목인 스펙트럼과 관련이 있는 거고. 이 '무리인'들은 빛의 파장, 색채를 언어로 인식해. 언어로 쓰고. 그런즉, 그림을 그리는 게 사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 행위가 아니라 언어 표현이었던 거야. 그 어린 개체는 이전 개체가 남긴 기록들을 보며 그것들을 모두 계승해내고, 완전히 이전의 개체와 똑같아져. 물론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지만, 상당히 독특하긴 하지.



그 이후로 할머니는 셔틀을 찾아 구조 신호를 보내고(이 과정에서 고의로 혼자가 되어 떠돌아다녔다고 하는데 '나'의 추측으로는 행성에서 멀리 떠날 방법을 찾아내려고 그랬던 거라고 추측해) 구조가 돼. 그런 뒤 자신이 가져온 그림(기록)들을 해독하는데에 열중하고. 알고보니 그 기록들은, 루이가 기록했던 건 희진(할머니)에 대한 관찰한 일기였던 거야. 서로가 서로를 관찰했던 셈이지. 그 기록들 가운데 작중에서 유일하게 언급한 건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인데, 결말부라서 그런지 되게 감성적으로 제시하더라. 그리고 끝이야.



내가 이렇게까지 주절주절 떠든 이유는 사실 의미 파악이 제대로 안 돼서 그래...... 갈등 관계가 없다싶고, 서사의 굴곡이 없으니 키워드는 제시됐지만 어디다 끼워 맞춰야 할지 잘 모르겠는 느낌...... 일단 맨몸뚱이로 마주하게 된 외계인과 그에 대한 관찰, 서로가 서로를 관찰하고, 빛과 색채를 언어로 인식하는...... 단순히 장르소설이라면 '무리인'에 대한 관찰을 좀 더 깊게 파고들어도 좋을 법한데, 이게 묘하게 순문학을 계속 끼워넣어서 주인공이 '루이'인지 '희진'인지 헷갈리게 하거든. 둘 다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솔직히 비중으로는 '희진'이 압도적이고(루이는 희진이 있기에 비중이 존재해서 더더욱)



굳이 내용을 요약하자면 "스펙트럼을 언어로 인식하는 외계인 만났던 이야기" 정도 되려나? 그냥 이게 주제일 수도 있겠지. 여기에 감성만 톡톡 뿌려준 걸 굳이 의미 해석하려고 골머리 앓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근데 정말 그런 저런 이야기 정도로 압축해버리면...... 여기에 뭐가 남는가 싶어...... 솔직히 외계 행성에 대한 독특한 풍경도 기대했는데 그런 거 없고, 그나마 '무리인'들 외형 묘사된 게 다고.



SF라면 '상상력'을 좀 더 자극해줘도 될 법한데, 그걸 추상적으로만 뭉뚱그려 전달해버리니 갈등과 서사의 부재가 더욱 부각되는 것 같아. 진짜 무리인들과 행성의 생태를 치밀하게 묘사했어도 설정집 보는 기분이라도 날 텐데. 가만보면 진짜 순문학을 SF적으로 쓰는 것 같다니까. 어디에 본질이 있는지 참 헷갈림.



별점 주자면 순례자들이랑 같은 2.5/5.0 이유는 그나마 장르소설 느낌이 나는데(+) 반대로 이건 갈등과 서사가 더 없어보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