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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만 잘하면 소설은 반 이상이 끝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스티븐 킹이 그렇게 얘기했다고 한다.(정확한 출처는 없닼). 여튼간에 묘사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묘사가 없는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따분한 교과서일 뿐이다. '요새 영화들이 3D다 4D다 하는데, 죽이는 소설은 5D다.' 묘사가 뛰어난 소설은 그만큼 생생한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예를 들면, '할머니는 마녀와 비슷하다'라고 써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부른다'라고 써야한다.( e-북 p.50)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소설 초장에서 부터, '앞으로 우리는 묘사 혹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할거'라고 공언한다. 이 원칙은 소설이 끝날때 까지 흐트러지지 않는다. 주관이 개입된 서술이나 묘사는 빼버리고, 대화와 행동들만 들려주고 보여줄 뿐이다. 명작, 고전이라고 불리는 소설들은 늘 그렇다.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도 초장부터 명작의 냄새가 난다.
이 소설은 3부작이다. 쌍둥이가 주인공이다. 1부에서는 쌍둥이 소년들이 할머니와의 불편한 동거를 한다. 3부는 쌍둥이의 중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꽤 반전이 있기 때문에, 줄거리를 전체를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된다. 소설을 읽으신 분들을 위해 자세한 스토리는 생략한다. 다만, 1부에 대해서 좀 떠들어도 무방할 듯 싶다. 1부 얘기좀 했다로서니 소설 전체의 반전을 알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1부가 가장 좋기도 하다.
1부는 2부,3부와는 달리 짧은 에피소드 모음 형식으로 소설이 구성되어 있다. 마치 짧은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하나의 에피소드는 2페이지 가량 되기 때문에 술술 읽힌다. 문장 또한 단문이라 가독성의 끝을 달린다. 아마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2부와 3부는 몰라도 1부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될 거다. 재미를 떠나서 가독성이 그만큼 좋다.
소설은 1인칭 시점이다. 주인공 쌍둥이 소년들의 시점. 1인칭 시점은 대개 말하는 화자, 주인공의 주관과 감정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주인공 소년들은 그렇지 않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쌍둥이는 진실만을 말한다. 들은대로 얘기하고, 본대로 얘기한다. 느낀대로 얘기하지를 않는 것이다. 읽다보면 이게 1인칭인지 3인칭인지 살짝 헷갈릴 정도다.
쌍둥이들의 객관적인 묘사를 읽고 있자면,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쌍둥이들이 사람들에게 쌍욕을 들으면, '얼굴이 새빨개지고, 귀가 윙윙거리고, 눈이 따갑고, 무릎이 후들거릴'뿐이다. 슬프거나 화가 난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소년들은 얼굴이 안빨개지도록, 귀가 안 윙윙거리도록 서로에게 욕을 하며 단련한다. 슬프다, 화난다 라고 말하지 않고, 고통을 견디도록 서로 욕을 하는 소년들이라니. 이 희한한 광경은 독특한 만큼, 절망에 가까운 감정이 들게한다. 과연 누가 소년들을 이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울거나 화를 내지 않고 참게 만들었단 말인가. 전쟁 통의 고아 아닌 고아들이라서 그런 것일까? 문득, 내전으로 난민들이 망명한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난민들 속 이름 모를 어린아이들과 소년들도 함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에는 회색빛 절망만 있지 않다. 문구점 주인에게서 종이와 펜을 얻어내는 장면은 웃음짓게 한다. 쌍둥이는 돈이 없지만 종이와 펜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이 물건 값 대신에 노동을 행할 의사가 있어요', '우리에게 필요 불가결한 물건들을 가져가는 대가로 달걀을 아저씨게 갖다 드리려고요.' 문방구 주인은 꼬맹이들의 나이에 맞지 않는 표현에 질려서 결국 종이와 펜을 내주고 만다.
주관, 감정을 배제하는 문장들은 쓴맛은 더 쓰게, 단 맛은 더 달게, 감칠맛은 더 우러나게 만든다. 음미하면 할수록 그 맛들의 다채로움과 깊이가 더해간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음미하고 음미해야 되는 소설임이 틀림없다.
간혹 현대 소설을 읽다보면 이런 소설도 끌림... 특히 국내 현대 소설의 과장된 감정... 속되게 말하면 가오가 너무 심한 소설들ㅋㅋ
ㄴ ㅋㅋ그래서 1부<비밀일기>가 더 확 와닿는듯.
어디서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10대 중후반에 읽고나서(그때는 표지가 달랐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었는데 아주 인상깊었던 책중 하나임. 보면서 심장이 쿵 떨어질 때도 많았고 단점은 좀 우울해짐
3부까지 읽으면 진짜 우울해짐. 1부는 그래도 그나마 좀 유머러스한데.
ㄴ 맞음 1부는 유머러스하고 쌍둥이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기 편한데 3부까지 읽으면 아.. 뭔가 공허하게 텅 빈 느낌 연민을 가지며 보았던 나의 쌍둥이 친구들이 다 내 곁에서 사라질것만 같은 느낌임
ㄴ최근에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이라는 책을 보고있는데 완전 흡사하진 않지만 읽는 내내 느낌이 존재의세가지거짓말 이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