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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라는 제목의 단순함에 이끌려 모옌의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장르는 환상적 리얼리즘에 기반한 전기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전기의 대상은 화자인 극작가 '커더우'의 고모다. 고모는 공산당 소속 당원으로 산부의과 의사를 생업으로 삼아 노년에 이르기까지 두 손으로 받은 아이가 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인생의 큰 업적으로 여기는 기센 인물이다. 이 작품은 소설 5부와 마지막 희곡 '개구리' 9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과 희곡이 붙어 하나의 작품을 구성한다는 점은 상당히 신선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커더우'는 극작가이고, 5부 전체를 통해 고모와 자신의 고향 가오미 둥베이 향의 사건들을 나열하고 하나의 극본으로 묶는데, 그것이 바로 작품 마지막에 등장하는 9막짜리 희곡 '개구리'이다.

TMI로 작품 속 등장하는 고모는 작가 '모옌'의 고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며, 소설은 서신체로 진행되는데 작품 속 수신인은 '스기타니 요시토' 선생님이다. 그런데 모옌의 고모를 찾아뵌 실제 인물은 '오에 겐자부로'이다. 따라서 소설에 등장하는 '스기타니 요시토'는 '오에 겐자부로'를 모델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모옌은 소설가로서의 재능도 있지만(소설은 두꺼운 볼륨에도 불구하고 쉽게쉽게 넘어간다) 극작가로서의 재능이 더 큰 듯 하다. 그리고 작품의 환상적 리얼리즘적 측면은 희곡에서 더 드러나는 듯 하다. 여기저기 개구리처럼 줄에 널려있는 아이들, 개구리를 들고 고모를 쫓는 아이들, 조용히 인형을 빚는 사람들, 드라마 세트장으로의 난입, 솔로몬의 재판을 오마주한 장면 등. 자세한 내용은 심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런 장면들이 등장한다는 점만을 공개한다. 어쨌든 이 작품을 다시 말하자면 앞의 5부짜리 소설은 환상적인 9막짜리 희곡을 상연하기 위한 빌드업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렇다면 제목이 도대체 왜 '개구리'인가? 이를 위해선 한자와 그 한자의 중국어 발음에 주목해야 한다. 개구리는 한자로 와(蛙)이며, 중국 설화 속 인간의 창조와 혼인을 주관하는 여신의 이름이 여와(媧)이다. 여신의 이름 속 와()는 개구리 와(蛙)와 발음이 같다. 즉, 개구리는 아이를 의미한다. 세상에 창조된 아이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소설 속 주된 사회적 배경은 중국의 계획 생육 정책이다. 각 가정마다 낳아야 할 아이의 수를 나라에서 제한하는 것이다. 즉, 개구리의 수를 조절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당시 소설 속 배경인 가오미 둥베이 향은 농업 사회였으며 자식, 그중에서도 아들이 생산력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자산이었다. 따라서 딸을 낳으면 아들을 낳을 때까지 아내를 임신시키는 것이다. 나라에서는 그렇게 계속 인구를 불리다보면 재앙이 찾아들 것으로 계획 생육 정책을 권장하고, 이러한 정책 시행을 위해 공산당 당원이자 산부의과 의사인 '고모'가 열렬한 정책 실행자가 되어 출산과 낙태를 맡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생명이 탄생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생명은 낙태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가 자신의 자식을 나라에서 강제로 낙태시키려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눈이 하얗게 돌아버릴 것이 분명하다. 과거에는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고모는 열렬한 공산당원으로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투신한다. 그 과정에서 가오미 둥베이 향 사람들과 고모와의 갈등, 그리고 화해 등을 그린 작품이다.


그렇다면 고모가 이 작품 내에서 악역인가? 그것은 아니다. 고모는 처음에 가오미 둥베이 향의 민간요법적인 출산 방식을 근절하려 노력한다.(아기가 나오도록 산파가 산모의 배를 밝는다.) 새로운 출산 기술을 적용하여 산모와 아기가 안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계획생육 정책이 시행되면서 아기를 낙태시켜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고모는 충실한 공산당원으로서 나라의 미래를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불필요한 아이는 낙태시킨다. 하지만 이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무렵, 고모도 내면에는 죄책감이 쌓여있었다는 사실을 추격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가령 뗏목을 타고 도망가는 천비와 그의 아내 왕단을 고모와 그 일행이 보트로 쫓으며 일어나는 사건에서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왕단은 뗏목에서 아기를 낳기 직전이다.

천비가 왕단을 끌어안은 채 울다가 웃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 왕단, 서둘러! 어서! 빨리 아기를 낳으란 말이야! 낳고 나면 설마 눌러 죽이진 않을 것 아냐! 완신, 샤오스쯔, 당신들이 졌어! 하! 하! 당신들이 졌단 말이야.

수염이 덥수룩한 천비의 얼굴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왕단이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로 가슴이 갈가리 찢어질 듯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모터보트와 뗏목이 맞닿았을 때 고모가 몸을 내밀어 한 손을 뻗었습니다.

천비가 칼을 꺼내더니 흉악한 얼굴로 말했어요. 악마 같은 손 저리 치워!

고모가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악마의 손이 아니라 산부의과 의사의 손이야.


이렇게 전개되는 사건들을 바탕으로 화자 '커더우'는 희곡 '개구리'를 완성하게 된다. 그러나 희곡을 완성할 때에는 이미 가오미 둥베이 향은 과거 농업 사회를 탈피하여 새로운 신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에 따라 가오미 둥베이 향의 토착민들도 각각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피하게 된다. 불법 사업으로 큰 재산을 벌어들인 인물, 정신이 나가 돈키호테 분장을 하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 거지가 되어 구걸하는 인물 등. 이러한 인물과 사회적 배경의 변화 양상도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 작품의 액기스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희곡 '개구리'이다.이 희곡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으나 이 극본이 작품의 백미라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 이미 처음에 몇몇 장면을 말한 것만으로 충분한 소개라고 생각한다. 이 속에서 모옌만의 환상적 리얼리즘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 읽다보면 과장된 표현법(ex. 웃긴 얘기 듣고 공중제비)이나 대국의 기상이 느껴지는 구절이 종종 나온다. 그것이 불편하다면 불편할 수 있으나 매우 적게 나올 뿐더러 자국을 은근 까는 내용도 나오므로 모옌의 호탕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