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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게 된 계기>

내가 가진 나보코프 책 중에 가장 짧아서. <절망> 읽기 전에 완독한 책이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라서 짧은 게 읽고 싶었다....



<감상>

<절망>은 살인자가 등장하고, 이 살인자는 자신의 살인에 대한 정당성을 일기 형식을 통해 독자에게 주장한다(롤리타랑 비슷1). 이런 형식에 나보코프 특유의 언어적 기교는 덤이다(롤리타랑 비슷2). 역시나 <절망>에서도 어떠한 사회적 동기와 도덕적 가르침을 찾을 수 없다(자신의 마법적인 서사를 즐기라는 한결같은 나보코프의 의도...롤리타랑 비슷3). 하기야 보험금을 타기 위해 주인공이 본인과 똑같이 생긴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내용이 주인 소설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싶다. '도플갱어를 만나면 둘 중 한사람은 죽는다'는 미신이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일 듯? 결국, 그냥 소설 자체를 즐기자. 그 자체로도 개꿀잼이니까(롤리타랑 비슷4). 근데 솔직히 말하면, 마냥 즐기기엔 쉽지 않은 소설이다. 왜 그런건지는 각종 리뷰와 책 부록의 해설을 읽고나서 알게 됐다(물론 내 스스로의 독서 역량이 낮은 것도 한 몫함. 아니, 큰 몫함)


<어려운 이유①- 나보코프의 문체에 익숙해져야한다>

나코보프가 쏟아내는 말의 더미 속에서 얼마나 정신을 차리느냐가 관건이다(롤리타보다 심하다). 내 개인적으로는 나보코프가 내는 정답 없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음.


<어려운 이유②- 지독한 패러디물이다>

소설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나도 해설을 보고 암. 아래는 내맘대로 요약한 최종술 역자가 쓴 해설임.


'주요 패러디 대상을 열거해보자면, 일리야 에렌부르크와 알렉세이 톨스토이 등의 소비에트 작가들이 즐겨썼고, 그의 문학적 적대자 아다모비치가 옹호했던 '수기 양식' 문학, 즉 삶의 기록으로서의 문학에 대한 패러디이다. 이뿐만 아니라, 게르만 자신의 탁월한 작가적 역량으로 내세우는 '다양한 필체를 구사하는 능력'은 1920년대 소비에트 산문에 특징적인 양식상의 불협화음을 패러디한 것이다. 나아가 게르만의 공산주의에 대한 호감 어린 옹호와 장밋빛 미래에 대한 몽상을 통해서는 동반자 작가들과 볼셰비키 작가들에 대한 패러디를 볼 수 있다. 아울러 게르만의 '예술로서의 살인'의 이념 속에는 데카당스와 상징주의 문학의 '삶의 창조'의 이상에 대한 패러디가 담겨있다.'


이외에도 소설 내에서도 푸시킨, 도스토옙스키는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이 둘의 작품 구절들도 언급된다. 다만 그대로는 아니고 나보코프가 조금씩 변형해서 인용한다. 러시아 문학을 많이 읽어서 원래의 구절들을 아는 독붕이들은 나보코프가 인용한 구절들과 비교해보면서 읽으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듯하다. 나는 이걸 모르고 읽었고 그러니 난해할 수밖에ㅜㅜ


아무튼 나처럼 롤리타를 너무너무 재밌게 읽은 독붕이라면 꼭꼭 읽어보길! (개인적으로는 롤리타보다 절망이 더 좋았음ㅎㅎ)


난 다시 잃시찾 읽으러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