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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옴진리교에 의해 벌어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와 관련해서 두 권의 르포르타주를 남겼는데, 하나는 피해자들의 인터뷰인 '언더그라운드'이고, 두 번째 책은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약속의 장소에서'다.

나는 가능하면 이 두 권을 다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유는 '컨트라스트'.

언더그라운드를 보면, 보통 사람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그저 '매일 출근해서 별 것 아닌 업무를 하다가 퇴근하는' 그런 일상을 묵묵히 지켜내는 수많은 익명의 다수가 얼마나 위대한 인간들인지 절절히 느끼게 된다. 그래서, 저런 대형참사 끝에 남는, '00지구의 사상자 00명, 부상 00명'이라는 건조한 표현의 이면을 느끼게 돼. 

이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어쩌면 문학이 할 일들 중 하나인데, 르포르타주 문학으로 하루키는 그런 부분을 채우고 싶었던 것 같다. 

사린가스 사건이 터진 시기에, 그 장소에 살았던 보통의 인간들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었는지 정말 실감나게 쓰여져 있어. 

이런 사람들의 일상을 뺏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2권. 

이게 정말 신기한 일인데, 이 책은 가해자쪽 사람들을 인터뷰한 글이야. 어떠한 편견이나 입장 없이(어설픈 작가라면 나쁜사람들의 악랄함을 그리거나, 훈계조로 대하겠지만), 정말 '멀쩡한 인간이 왜 이런 생각에 빠지게 되었나? 그리고, 사건 후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이런 탐구를 펼쳐간다. 신기한 것은, 언더그라운드의 사람들보다 2부의 인간들이 훨씬 더 지적인 탐구를 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는 것.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보통사람은 적당히 넘어가는 어떤 불합리? 불일치? 비논리? 이런 부분을 절대 그냥 넘기지 못하고 집요하게 논리적 연결을 하려는 모습이 보이거든. 예를 들어, 출근길에 어떤 사람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서 죽는다. 그럼 보통 사람은 '하필 그 시간에 지나가다가 사고를 당했을까... 안타깝다'이런 식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 유형은 반드시 인과관계를 찾으려 매달린다. 그래서 이상한 논리라도 자기 머리로 보기에 앞뒤가 맞으면 드디어 납득을 하거든. 예를 들어, 그 사람한테 원한이 있던 회사 동료가 용한 무당한테 2억을 들여서 사고를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그 무당이 귀신을 부릴 줄 알아서 사고 현장에서 운전자 시야를 잠깐 가려서 그 사람이 죽었다고 하면, 상식이 있는 보통 사람은 귀기울여 듣지 않는데,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은 앞뒤가 맞는다고 생각하고 납득한다. 

옴진리교에 빠진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공통적으로 이런 사고방식이 발견돼. 보통 사람은 간과하지만 나는 알고있는 세상의 법칙이 있다는 사고방식.

그런 것도 흥미롭고, 그 사람들이 뭔가 현실을 전부 설명해준다고 생각하고 옴진리교에 빠진 후에, 그 종교집단에서 겪는 '일반 세상과 같은 속세의 방식'에 환멸을 느끼는 부분도 흥미롭다. 


두 권을 같이 읽고 나면, 비로소 사건의 인문학적 의미가 밝혀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둘 다 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