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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아직 절반밖에 못읽긴 했지만, 그나마 읽은 것중에서 추천해보자면 자살론(둘다)이랑 심리부검이다.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빨간책)은 첨 읽을 땐 어렵긴 했는데, 자살 관련 도서나 논문이라면 꼭 한번은 언급하고 넘어가는 책이다. 사회학적으로 자살을 분석한 책인데, 책 자체는 어렵더라도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들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경제 위기 때 자살률이 증가하는데, 반대로 경제 호황일 때도 자살률이 증가한다던가. 다만 이 책에서 증거들로 쓰인 통계들은 1800년대의 것들이라 그건 감안하고 봐야하지 않을까.
심리부검과 나머지 자살론(천정환 저, 문학동네)는 좀 더 보편적인 도서다. 심리부검이란 사망한 사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내고 자살일 경우 그 원인을 밝히는 부검 과정이다. 그 원인을 밝혀냄으로써 법정 증거로 제출되기도하는데 예를 들면 자살 보험금 문제가 있겠다. 자살로인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던 시절 보험 수혜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이 때 사망의 원인이 자살이란 것을 증명할 책임은 보험사가 가지게 되고, 사회학자나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심리부검을 의뢰한다. 이를 무기로 보험사는 보험금 지불을 미루거나 주지 않고, 추가적인 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게 된다. 이 책은 여러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쓰였고 심리부검의 특징이나 장점뿐만 아니라 한계까지 서술한다.
자살론에 대해 말해보자면, 이 책은 특이하게도 국문학자가 쓴 책이다. 웬 자기 전공도 아닌 사람이? 라고 나도 생각했지만, 국문학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살을 분석하고 있는 게 흥미롭다. 예를 들면 일제 시대의 자살을 분석할 때 이 사람은 당시 나온 문학들을 중심으로 한다. 조선시대에 쓰인 하영휘의 양반의 사생활과 근대에 나온 채만식의 탁류 작품들을 인용하여 성리학적 반세속주의였던 시대와 자본주의 시대를 대비시키는 식이다.
다만 이 책은 저자가 심리학이나 사회학에 취하는 태도가 애매해보였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바에 의하면 심리학은 자살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며 사회학은 자살의 전체적인 경향을 밝힐 뿐이라고 한다. 즉 이 저자는 자살의 개인적인 사정에 초점을 두는데, 우울증이 가족이나 친구와의 단절을 유도하고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자본주의 사회를 언급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개인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그리고 저자 는 문명화된 사회일 수록 자살률이 오른다는 주장을 언급한다. 물론 저자는 이 주장을 부정하지만, 이 책에 담겨진 근거들만으론 그것을 부정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한국문학으로 분석하는 자살에 흥미가 있다면 권할 책이지만 자살 그 자체를 알아본다면 추천하진 않는다.
결국 가장 보편적으로 추천할만한 책을 꼽자면 심리부검이 되겠다. 어려워 보이는 이름과는 달리 매우 쉽게 쓰였다. 물론 그런만큼 심리부검이란 주제에 깊게 들어가진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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