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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가설은 전에 남들이 리뷰한 거 보고 호불호가 있어서 기대하면서 봤는데 난 개인적으로 좋았음. 여전한 아쉬움은 있었어도. 이번에도 스포일러 많음~


순서는(링크 첨부 예정)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이렇게 갈 거야.


-


인간성은 타자에 의해 학습되고


타자는 외부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들은 고향을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류드밀라의 행성을



한줄 요약


SF기반의 순문학, 그러나 고민은 필수적이지 않다



일단 전체적인 평부터 말하자면, 인지 공간,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까지는 이게 순문학기반 SF인지, SF기반 순문학인지 애매했는데,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 SF기반 순문학이야. 그말은 바꿔말해서 이건 진짜 나름 SF라고 부를 만하다는 거지! 스펙트럼의 아쉬움을 공생 가설에서 좀 더 채워준 것 같다. 여전히 남는 아쉬움들도 있지만, 김초엽 작품 세 개 씩이나 읽고 나름 독서 방향을 잡아보니까 공생 가설은 재밌게 읽을 수 있더라. 기본적으로 공생 가설이 다른 것보다 갈등은 몰라도 서사로서의 흥미는 있었으니까.



공생 가설은 류드밀라의 재능과 그녀의 작품들의 소개로 시작해. 망상증으로 의심받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의 망상(상상)으로 취급되던 것들은 세기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했고, 모두가 그녀의 작품에 열광하며 향유해. 평론가들은 "존재하지 않은 곳"을 그려냄으로써 "모두의 고향"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그런데 이게 웬 일일까. 류드밀라의 작품에서 묘사된 행성이 실제로 존재했다네? 아, 정정하자. 존재했'었'다네. 이미 사라진 행성을 류드밀라가 어떻게 알았는지 참 궁금했지만 류드밀라는 그 시점에서 이미 죽은 후였지.



류드밀라의 얘기가 대충 마무리된 시점에서 다음 얘기가 시작돼. 서울에 위치한 뇌 과학 연구소. 여기서 하는 연구는 쉽게 말해서 독심술 연구소인데, 뉴런 단위로 읽어내서 뇌의 생각을 최대한 정확하게 출력해내는 것(읽어내는 것)이 목표야. 그런데 이 연구에서 예기치 못한 난항이 생긴 거지. 바로 아기들의 생각이었는데, 실제로 묘사된 걸 가져와보면 2개월 된 아기가 "살아가는 것이 외롭고 무섭다. 동료들이 보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는 거임ㅋㅋ



처음엔 오류 내지 오염이겠지ㅋ 하는데 오류나 오염으로 이런 정갈한 문장이 출력되는 것 자체가 더 말이 안 돼서 결국 파고들어보니 대충 "신생아~7살 전후의 아동에게는 고지능 생명체가 뇌에 공생하고 있고, 얘네가 알고보니 우리가 '인간성'이라 부르는 것들을 가르쳐주고 있음."이라는 가설을 세우게 돼. 이게 바로 제목의 공생 가설이야.



근데 문제가 있다면 얘네가 신생아라서 함부로 뇌 따서 볼 수도 없고, 어른들의 뇌엔 정말로 없는지 의심도 되고, 직접 말을 걸어보자니 무슨 위험을 초래할까 걱정되고, 이대로 숨기자니 언젠간 밝혀질 내용이고...... 근데 여기서 7살 전의 기억이 거의 없는 이유가 얘네가 떠나서 그런 건 아닐까? 하면서 이야기가 일단락되고, 이런 가설을 결정적으로 눈치 채게 된 류드밀라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로 흐름이 넘어가.(이 부분은 진짜 너무 아쉬웠어. SF를 기반으로 둔 채 순문학 방향으로 흘러간 거나 다름 없었거든)



결말부에 류드밀라에 대해서 얘기하는 내용은 사실 과학자들이 떠든다기보다는 그냥 지적인 교양인들이 떠드는 거랑 크게 다를 바가 없고, 순문학 답게 굉장히 감성적으로 마무리해서...... 크게 불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좋게좋게 끝내.



장점은 세가지야. 첫째, 뇌 과학과 관련해 나름 전문적인 지식이나 체계, 과정 따위를 보여주고, 과학자들의 태도 또한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서 SF장르라는 걸 확실히 각인시킨 점. 둘째, 인간성을 후천적인 것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아. 인간성 제시가 과학적으로 이뤄졌으니 과학적으로 탐구해볼 수 있고, 철학적으로 따질 수 있지.(애초에 순문학 방향이었으니!) 셋째, 전개 구성이 어느 정도의 수미상관을 이루고, 깔끔해. 서사로서 굴곡과는 별개로 흥미있게 끌어갔고. 애초에 이런 전개에서 굴곡을 기대하려면 전혀 다른 문제로 넘어가야 했겠지만ㅎㅎ



반대로 단점. 첫째, 그래도 여전히 남는 아쉬움이 있어. 줄거리 요약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들'이라 불리는 공생 외계인들에 대한 의문과 연구 지속에 대한 커다란 물음을 딱히 이렇다 할 만한 방향과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끝나. 그래서 이 연구 계속 할 거야? 접촉이나 대화 시도는? 그들이 어떻게 전염되는지 연구할 생각은 있어? 어른들의 뇌를 확인해보는 건? 그들이 유년기의 기억을 가져간다고 하면 그때의 뇌를 조사해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진짜 이중에 하나만 파도 재밌게 흐를 것 같은데... 아쉽게도 전부 아니고 그냥 감성 넘치게 '그들'과 소통했고 '그들'의 고향을 그린 류드밀라 얘기로 넘어가버려서 너무 아쉬웠어.



둘째, 이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역시 감성적이야. 김초엽 작가 자체의 방향성이라 김초엽 작품의 장점!으로 꼽으라면 꼽을 수 있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사실 첫 번째 단점을 유발시킨 원인이거든. 그래서 단점으로 꼽을 수밖에 없어. 류드밀라 관련 얘기는 감성적으로 흐르더라도, 과학자들이 바로 전 페이지까지 과학 윤리나 연구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나누다가 류드밀라 얘기로 감성 토크나 하면서 마무리해버리면... 솔직히 서사가 붕 떠버렸다고 할 수밖에...... 차라리 얘네가 방향성이나 대책, 해결책 같은 걸 내놨다면, 그러고 감성 토크를 했다면 서사 정리를 "공생 외계인들에 대한 탐구"로 일축해볼 수 있겠는데, 이런 식으로 끊고 결말을 내니까 이건 탐구라고 하기엔 너무 애매해져버린 거지.



대충 이정도야. 잘 읽었고, 뒤에 남은 4개 중에 수작이 또 나오지 않는다면 난 이걸 원픽으로 꼽을 것 같긴 한데, 음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일단 계속 읽어봐야지.



난 이걸 통해서 김초엽이 좀 작정하고 쓰면 나름 파고들 수 있단 걸 봤어. 근데 약간 '굳이' 파고들려고 하진 않더라. 작품 인터뷰 찾아보니까 실제로 그렇게 하드하게 쓸 의향 없는 것 같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