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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절반 읽은 감상 올렸는데 보니까 념글 갔네...;;

존경하는 은사님이 비평의 기본은 작품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무조건적인 비판만 있는 비평은 비평이 아니라고. 어제는 읽다가 너무 화나서 쓴 글이라 무작정 까기만 해서 이 글에선 좋은 말도 좀 해주려고...

먼저 이 단편집에서 볼만한 작품은 '모래로 지은 집'과 '아치디에서'다.

고백은 클리셰 덩어리 틴에이지 퀴어문학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고 손길은 마찬가지로 남자들 병신ㅗ, 가족은 똥이야! 라고 선동하는 작품이라 일고의 가치도 없다.

모래로 지은 집과 아디치에서의 공통점은 슬픔을 꽤나 담백하고 서늘하게 써내려갔다는 점이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왜 601,602 같은 쓰레기 소설을 썼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 두 작품은 슬픔을 관조하는 방식에서 괜찮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만하다.

모래로 지은 집은 상징과 이미지를 통해 우회하여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발군이었다. 불안정, 불완전으로 대변되는 삼각의 틀을 통해 관계의 비애를 말했다는 점에서는 소세키 마음이랑 비슷하기도 하다. 물론 비슷하다는 거지 그만큼 대단하다거나 좋다는 건 아님.

아디치에서는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남자는 무능, 여자는 유능 테마가 짙긴 한데 분위기가 이 모든 걸 씹어먹어 버린다. 이 작품을 성장소설로 이해한다면 화자(남성)의 무능이 이해가 가긴 한다. 물론 정신적인 성장이 단순히 하민이라는 인물과의 관계만을 통해 개연성 없이 훅 이루어진 면이 없지 않은데 이정도면 뭐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아다치에서 내가 제일 칭찬해주고 싶은 점은 분위기다.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조금 낯선 땅이라 할 수 있는 이국 아일랜드에서 두 남녀가 어떤 식으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성장해나가는지를 덤덤하게 서술한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완독을 한 후에 내 감상은 솔직한 말로 최은영이라는 작가가 대단하지는 모르겠다는 거다. 워낙 뻑적지근한 수식어로 요즘 한국문단에서 찬탄하는 작가라 작품도 유심히 살펴봤는데 단점은 짙고, 장점은 옅은 작가라는 사실밖에는 못느꼈다.

쇼코의 미소에 실린 신짜오, 신짜오는 울학교 교수들이 다같이 극찬하는 작품이라 궁금하긴 한데 이 책으로 입은 내상 때문에 당장 보지는 못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