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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스포가 많다. 개인적으로 좋은 책은 스포 없이도 재밌게 리뷰할 수 있어야 된다고 믿는 입장에서 김초엽은...... 뭐 어쩌겠어. 14,000원 주고 샀는데 다 읽어야지.


순서는(링크 첨부 예정)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이렇게 갈 거야.


-


우주 쓰레기를 회수, 폐기하는 한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계속해서 벌금을 물고 있는데요


바로 폐기된 우주 정거장에서 존버하는 할머니 때문입니다


근데 이젠 그 할머니가 멋대로 튀면서 불법 우주 항행 방조죄까지 추가되게 생겼네요


한줄 요약 1


아 할머니 제발 좀


한줄 요약 2


순문학 대신 민폐 캐릭터를 넣어봤습니다 >.O



내가 몰입을 하지 못한 까닭일까?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남자랑 남자의 회사가 너무 불쌍하단 생각이야. 진짜......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순문학 느낌보다는 그냥 낭만을 끼얹었는데, 이걸 현실 사정과 맞물리게 하면서 굳이 꾸역꾸역 낭만 추구하며 민폐란 민폐 다 끼치는 걸 보여주는 이유를 모르겠다. 솔직히 난 우주선으로 튈 때 격추되었어야 개꿀잼 엔딩이라고 봐.



내용은 간단해. "안나"라는 냉동 수면법 연구원 중 한 명의 할머니가 썰 풀고 떠나는 내용이야. 이게 끝이야. 그 사이 소소한 반전으로는 둘이 있던 공간은 사실 100년 전에 폐기된 우주 정거장(우주 공항 같은 거임)이었고, 할머니는 170살인데 냉동 수면/각성 반복해서 여태까지 살아있었던 거고, 가족은 우주 항행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 채 시간이 너무 흘러가버린 것 정도?



여러 SF적인 얘기가 나온 건 좋았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건 우주 항행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가족과 헤어지게 된 거였지. 워프 항행에서 웜홀 항행으로 바뀌었는데, 웜홀 항행의 근본적 문제점인 "웜홀이 있는 곳만 이동 가능함ㅎ" 때문에 가족이 이주한 행성이 순식간에 멀어졌거든. 근데 우주 연방은 거기에 대해서 "유감ㅠ"만 표하고 말았다는 거지. 그래서 할머니는 결국 불가능한 일인 걸 알면서도 그 행성을 향해 떠나. 그걸 무력하게 지켜보는 게 회사 직원이고.



어쨌건 작품의 주제의식은 할머니의 이야기 가운데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중략)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이거야. 남겨진 자들, 소외된 자들. 기술의 발전, 어떤 성취 가운데 그것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존재들. 그들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고, 그들을 조명해주지 않는 것도 문제고, 챙겨주지 않는 것도 문제란 거지. 그래, 이 주제의식은 나쁘지 않았어. 충분히 SF적 설정과 함께 잘 엮어냈단 말이지?



근데 저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할머니 캐릭터를 '민폐 캐릭터'로 만든 이유가 궁금해지더라고. 저 대사를 그냥 멀쩡한 우주정거장에서 (비록 불법 우주 항행이라 할지라도) 멀쩡한 공무원이나 어떤 관찰자 역할의 인물과 썰 주고 받으면서 나눠도 되지 않나? 아니면 고전적이지만 어떤 성취를 위해 달려오느라 가족을 저버린 사람이 이 할머니 썰을 들으면서 자신의 사정과 연결짓고 반성하며 할머니가 떠날 때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를 만든다든지. 이런 구성이어도 주제의식은 보존될 뿐더러 전달도 잘 된다고 생각하거든.



읽다보면 할머니가 민폐를 작정하고 끼쳐. 플라즈마건도 꺼내서 막 겨눠. 물론 나오자마자 그 페이지 안에서 버려버리지만. 순순히 지구로 가겠다면서 직원이 조종실로 가니까 통수 치고 출발해버려.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지더라고. 낭만주의자 민폐 캐릭을 통해 주제의식을 조명한다는 건, 결국 "아 이게 비효율적이고, 말도 안 되고, 너무 불가능한 일인 거 알지만 그래도 해야하는 일이잖아요." 같은 논조로 얘기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작가가 센스가 없었던 건지...... 솔직히 앞선 4개(인지 공간도 포함)를 통해 합리적 의심을 해보자면 후자가 미묘하게 더 가능성 있긴 해......ㅎ



정리하자면 주제의식은 참 좋아. SF설정도 뭐 특출난 건 없지만 나쁠 건 없었고, 어차피 그런 설정 통해서 주제의식 전달하는 게 목적이니까. 주제의식과 설정은 잘 엮었단 말이야? 근데 서사랑은 못 엮었어. 왜 우주 쓰레기 회사 직원이랑 엮이게 해서 완전히 반대되는 현실을 대치시킨 건지 모르겠네. 윗문단의 추리대로 정말로 "그럼에도 추구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 위해서일까? 그런 냉정한 현실인식은 앞선 어느 작품에서도 사실 제대로 나온 적이 없는데(인지 공간에서는 그런 인식을 가진 존재들이 나오긴 했지만 주로 다뤄지지도 않았지) 여기선 헷갈릴 만큼 조명을 비춰줘서......



그리고 여전히 느끼는 거지만 내용이 감성적이고 설정이 SF적이고 이런 것과는 별개로...... 문장이 기억에 하나도 안 남아. 전에 평범한 문장 뭐 이런 얘기했던 것 같은데, 사실 진지하게 말해서 일반인보다 잘 쓰는 수준이고 작가로서는 매력점이 하나도 없어. 총집편에서 되게 많이 깔 예정이지만, 하여튼 다른 겉절이 소설은 문장이라도 이쁜 작가들 많았는데 김초엽은...... 감성 넘치는 내용에 비해 문장이 너무 밋밋해.



평점은 3.0/5.0 표제작인 만큼 SF값어치를 하기도 했고, 서사의 아쉬움은 솔직히 앞선 3개도 도찐개찐이라 마이너스 할 것도 없더라. 그냥 주제의식이랑 설정 잘 엮은 SF라서 3.0 줌.



내가 보기엔 3.5 넘을 작품 하나도 없을 것 같아. 인지 공간도 3.0임. 젊작상 비교군 때문에 3.5 된 거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