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한다."
담백하게 시작하는 첫 문장. 정작 본문의 이야기는 전혀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읽을수록 곱씹게 되는 첫 문장이다.
그 이야기는 우주인이 마주하는 한국전쟁의 후유증과 상처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의 작은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을 우주인이 처한 상황에 대입한 박민규의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아...르무...리오는 우주선을 타고 한국 어느 산 중턱에 불시착한다. 그가 처음으로 마주한 인간, 기절한 그를 전쟁때 잃은 가족으로 착각해 데려와 보살피는 동네 광녀, 그녀에게 식량을 주는 인간까지. 모두가 전쟁의 피해자다.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을 가진 우주인, 아...르무...리오는 처음 교감에 성공한 나무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이곳을 떠나라'.
아...르무...리오가 마주한 모든 것들에게는 상처가 있다. 그 상처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누구도 아...르무...리오를 이방인으로 취급하고 배척하려하지 않는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광녀라지만, 아...르무...리오에게 주는 애정은 무척 따뜩하게 느껴진다.
한국전쟁의 후유증을 마주하는 외계인이라. 서로 물과 기름 같이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 소재들이 박민규의 손으로 애절하게 녹여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개인이거나 지나치게 사회에 집중하기보다 상처가 휩쓸고간 작은 마을이라는 점에서 또한 독특했다. 과거에는 그래도 북적거렸을 마을에 이제 남은 가구 수는 열 가구가 조금 넘는 작은 마을이다.
누군가는 전쟁으로 나가 죽기도하고, 전쟁 이후에 마을을 떠났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거기서 오는 상실감으로 쓸쓸해진 마을을 보는 외계인의 시선이다. 아...르무...리오에게 이곳에서 일어난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는 추락한 우주선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아...르무...리오는 전쟁으로 만들어진 고통의 화신일지도 모르겠다. 타의로 고향을 떠났고,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고통. 아...르무...리오에게도 가족이 있고. 그들과 똑같이 고향을 그리워한다. 전쟁의 상처는 이러한 보편적 상처와 다르지 않다고 호소하는 듯하다. 작지 않은 상처. 하지만 전쟁은 그 상처를 벌어지게하고 곪게하는 촉매제였다. 그렇기에 끔찍한 것이다.
소설에 아무리 훌륭한 상상력이나 소재가 들어간다 해도 결국 글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작가의 혀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작가가 말하는 바가 글의 방향을 결정하고 무게를 결정한다.
박민규는 하늘로 날기에 부족함 없는 상상력과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을 맛있게 조리할 줄 아는 글쟁이라는 것을, 이번에도 느낀다.
- 이 작품은
「올해의 문제소설(2013)」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3, 제14회 이틀」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담백하게 시작하는 첫 문장. 정작 본문의 이야기는 전혀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읽을수록 곱씹게 되는 첫 문장이다.
그 이야기는 우주인이 마주하는 한국전쟁의 후유증과 상처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의 작은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을 우주인이 처한 상황에 대입한 박민규의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아...르무...리오는 우주선을 타고 한국 어느 산 중턱에 불시착한다. 그가 처음으로 마주한 인간, 기절한 그를 전쟁때 잃은 가족으로 착각해 데려와 보살피는 동네 광녀, 그녀에게 식량을 주는 인간까지. 모두가 전쟁의 피해자다.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을 가진 우주인, 아...르무...리오는 처음 교감에 성공한 나무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이곳을 떠나라'.
아...르무...리오가 마주한 모든 것들에게는 상처가 있다. 그 상처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누구도 아...르무...리오를 이방인으로 취급하고 배척하려하지 않는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광녀라지만, 아...르무...리오에게 주는 애정은 무척 따뜩하게 느껴진다.
한국전쟁의 후유증을 마주하는 외계인이라. 서로 물과 기름 같이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 소재들이 박민규의 손으로 애절하게 녹여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개인이거나 지나치게 사회에 집중하기보다 상처가 휩쓸고간 작은 마을이라는 점에서 또한 독특했다. 과거에는 그래도 북적거렸을 마을에 이제 남은 가구 수는 열 가구가 조금 넘는 작은 마을이다.
누군가는 전쟁으로 나가 죽기도하고, 전쟁 이후에 마을을 떠났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거기서 오는 상실감으로 쓸쓸해진 마을을 보는 외계인의 시선이다. 아...르무...리오에게 이곳에서 일어난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는 추락한 우주선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아...르무...리오는 전쟁으로 만들어진 고통의 화신일지도 모르겠다. 타의로 고향을 떠났고,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고통. 아...르무...리오에게도 가족이 있고. 그들과 똑같이 고향을 그리워한다. 전쟁의 상처는 이러한 보편적 상처와 다르지 않다고 호소하는 듯하다. 작지 않은 상처. 하지만 전쟁은 그 상처를 벌어지게하고 곪게하는 촉매제였다. 그렇기에 끔찍한 것이다.
소설에 아무리 훌륭한 상상력이나 소재가 들어간다 해도 결국 글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작가의 혀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작가가 말하는 바가 글의 방향을 결정하고 무게를 결정한다.
박민규는 하늘로 날기에 부족함 없는 상상력과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을 맛있게 조리할 줄 아는 글쟁이라는 것을, 이번에도 느낀다.
- 이 작품은
「올해의 문제소설(2013)」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3, 제14회 이틀」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