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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우선 들어가기에 앞서서, 내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카뮈 페스트 버리고 택한 게 이거였다니. 진짜 레전드다. 판단 수준 실화냐......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2.5/5.0

인지 공간의 하위 호환. 그런데 담고 있는 주제는 조금 다르긴 해. 나름 소수자 차별이나 그것에 대한 타파, 타파를 위한 원동력 따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기 7개 중에선 무난하게 읽힘.



스펙트럼

2.5/5.0

외계인 만나는 이야기. 순례자보단 더 SF적으로 변했지만 반대로 갈등과 서사가 더 없다는 게 단점. 솔직히 김초엽이 보여준 감성 중에선 스펙트럼이 그나마 보편적이고 무난하게 읽히는 것 같아.



공생가설

3.0/5.0

우리 머릿속에 사실 외계인이 인간성을 가르쳐줬던 거라면? SF기반 순문학으로 가는데 솔직히 SF 그대로 밀고 갔으면 정말 재밌었을 것 같은데... 아쉬움 남는 작품. 근데 나중에 해설이랑 작가의 말 후기에서 밝히겠지만 김초엽에게 그런 거 기대하면 안 됨ㅋㅋ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3.0/5.0

SF적 설정과 주제의식, 서사를 나름 잘 엮어낸 작품. 표제작인 만큼 읽을 값어치는 해. 다만 할머니가 민폐 캐릭터로 나오는 건 큰 아쉬움으로 남긴 해. 얼마든지 뒤틀면 민폐에서 벗어나는데 말이지......



감정의 물성

2.0/5.0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상품이 나온다면. 솔직히 말해서 그냥 거의 판타지 수준이야. 물건에 대한 원리는 설명해주지만 그게 거의 판타지 수준이라서... 분량이 짧아서 그런지 죄다 밍밍하고 허무하더라. 다른 작가는 27쪽 안으로도 갈등이나 주제, 담론 충분히 담아내는 거 보면 역량 부족인 것 같음.



관내분실

1.5/5.0

죽은 자의 마인드를 백업해서 그걸 찾아 만나볼 수 있는 설정이 깔려있는데, 이거 솔직히 별 상관 없고 엄마 알아가고 이해하는 내용이야. SF 설정이 무쓸모한 작품. 서사도 페미니즘 서사 클리셰 그대로 따라가고.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1.5/5.0

희대의 먹튀충 미화하는 이야기. 그리고 쿨찐들의 향연. 우주 좋아하고 우주의 경이를 좀 아는 사람이면 이거 안 읽는 거 추천함. 그냥 개인적으로 화나게 될 걸ㅋㅋㅋ 대충 수백 억 들여서 신체개조시켜 우주 보내놨더니 "별 거 없는데요?"라고 얘기하는 내용임.



해설&작가의말

해설에 따르면 김초엽은 소수자 얘기를 한다고 함. 뭐 이건 인지공간 때 평론가 등판한 것 때문에 이미 알고 있던 얘기긴 한데, 굳이 하나하나 옮겨서 타이핑할 생각은 없고, 김초엽이 소수자에 대해 고찰하고 생각한 작품관을 각 작품마다 일부를 재현시킨 거라고 보면 돼. 바꿔말하면 여기 나온 SF적 설정들은 전부 작품관을 반영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단 거지.



내가 리뷰 쓰면서 줄곧 "실험작" 타이틀 달고 하드 SF 써달라고 했는데, 그것조차 안 된다는 거지. 그냥 김초엽은 SF작가로 분류되는 거라고 생각해. 자기 하고 싶은 얘기를 위해 SF를 쓰는. 어느 작가가 안 그러겠냐고 하겠지만, SF 자체를 그냥 도구로만 쓴다는 점에서 좀 실망스럽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처럼 SF적 설정이 주제의식에도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관내분실처럼 아무 짝에도 기능하는 바가 없는 걸 쓰기도 하니까.



작가의 말은 그냥 이 작품을 쓰게 된 경위들과 여기서 쓰인 상징이나 소재의 모티브를 얘기하는 정도야. 읽을 거 없음. 끗.



마무리 총평

김초엽 장점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1. 쉬운 SF : 뭐 내가 이것도 SF냐고 얘기하긴 했지만 어쨌건 SF는 SF니까 "SF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요!" 같은 입문자들에겐 여기 중 한두 개(2.5이상)는 읽어볼 만함.


2. 무난한 문장 : 이건 단점에서도 얘기할 건데, 여기서 말하는 무난한 문장이란 "읽는데 걸리적거림이 없음"이야. 내용적으로 띠용~~~스러운 게 있을지 몰라도 문장 자체로는 문제가 없어. 이과라서 그런가?


3. 감성 : 감성은 좋아. 뭐 누구는 싫어할 수 있겠지만 좋아할 만한 사람들은 좋아하니 장점으로 꼽아봄. SF적 설정을 충분히 활용하기보단 전부 감성의 도구로 쓰는 게 아니꼽긴 해도, 어쨌건 SF에서 순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색 매력이라면 이색 매력이니까.


4. 생각해 볼만한 주제의식 : 페미니즘 서사도 포함해서 하는 얘기야. 일단은. 소수자 담론은 단순히 으 pc;; 으 페미니즘;;하면서 배척해야 되는 건 결코 아니니 말이지.(난 소수자 담론을 페미니즘이나 pc만이 조명한다고 생각 안 하지만) 읽어보면 생각할 만한 담론들이 꽤 있어. 단순히 소설이 주장하는 주제의식 말고ㅋㅋㅋ 걍 소재와 설정에서 오는 담론 말이야.



그리고 김초엽의 단점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1. 없는 서사와 갈등 : 근데 이건 한국 현대문학의 전반적 특징이라서 단점이라 꼽기도 애매한데, 나는 그래도 단점으로 꼽을래. 서사가 굉장히 밍밍해. 김초엽 작품관 자체가 절망적 세계보단 희망적 세계를 그려나가는 과정 그자체라 그런지, 대개의 서사가 그냥 평범해. 갈등도 거의 없고.


2. 무난한 문장 : 일반인 기준으로 잘 썼고, 작가 기준으로는 평균 이하의 문장. 무난하게 읽히지만, 기억에 남는 문장은 하나도 없는. 묘사 실력이 좋다곤 절대 말 못해. 애초에 김초엽이 묘사한 것들을 가만보면 은근히 추상적인 단어만 골라 쓴다니까? 세계와 공간을 그려내는 실력이 SF작가에게 없다는 건 치명적이기도 하지. 진짜 분류만 SF작가라니까.


3. 설정의 존재 가치 : 내가 스릴러를 좋아해서, 작품의 설정은 결코 허투루 다뤄져선 안 되고, 특히 핵심 설정일수록 주제의식이나 주요 서사에 영향을 미쳐야한다는 관념이 있어. 사실 그거 말고도 SF라는 장르를 따져보면 SF이기에 가능한 주제의식이나 서사가 존재하잖아? 그런 게 김초엽 단편집에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 이게 가장 심한 게 관내분실. 이건 설정이 없어도 조금만, 정말 조금만 손보면 현대배경물로 탈바꿈하는 소설이야. SF적 설정이 빛을 발하는 게 많이 없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담론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소수자 담론 때문에 죄다 치우쳐졌지.


4. 모순, 비합리성, 과도한 감성 : 이건 작품 전반을 작품 내적으로 따질 때 발생하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말이 안 되거나, 혹은 뭔가 안 맞거나, 너무 감성적이거나, 이야기를 위해 희생당하는 것들이 많지. 작위적인 것들도 있고. 이게 제대로 곪아 터진 게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인데...... 이건 설정의 무게를 고려하지 못했는지 모순과 비합리성, 과도한 감성 세 개가 전부 터져서 감성에 젖지 않은 이상 이걸 똑바로 읽을 수 있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애초에 작품에 현실성, 합리성 대입하는 게 웃긴 일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것도 정도껏이어야지 콩가루 가족이나 희대의 먹튀충에게서 주제의식과 감동을 느끼라고 하면 좀......



결국 7개의 단편을 읽으면서 점점 괜찮아지는 듯하다가 전혀 아닌 걸로 끝맺는... 마치 산처럼 피크 찍고 다시 내려온다고 해야 하나. 근데 내려온 위치가 처음 출발할 때보다 더 내려가 있어서 그렇지...... 다음 작품집이 나온다면 살 의향은 있지만, 솔직히 여기서 느낀 실망감이 너무 크고, 분석과 평론대로라면 다음 작품집에서 기대할 만한 건 문장의 발전 외에 없거든? 근데 김초엽이 저 단점들을 커버칠 만한 필력을 가지려면 최소한 묵은지급 이상은 돼야 할 텐데...... 무리한 기대겠지? 아마 다음 작품집 사고 김초엽 빠빠이 할 지도.



이걸 추천하느냐 마느냐 어쩌고 할 땐, 문장 이쁜 거 보려고 하면 안 되고 내용과 주제의식을 봐야 됨...... SF설정이나 문장 보려고 오면 쌍욕 밖에 할 거 없다. 진심임. 특히 나의 우주 영웅의 관하여는 진짜...... 진짜 소설집 이거 출간하려고 추가로 쓴 작품인데 사족이라고 느낄 정도로 욕 나올 수 있으니...... 이건 진짜 믿고 거르고 다른 6개 중에 2.5 이상만 보셈.



이거 쓴다고 미뤄둔 글쓰기랑 과제 좀 하고 다음엔 파리의 노트르담 읽으러 감. 만연체여 내게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