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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서 좋다

그냥 지나가는 풍경에서 문득 본 장면만 이야기해서 좋더라.

조금 더 은은한 느낌이 있고 감정이 숨어 있어서.

딱 그 정도 거리가 밋밋하면서 세련되어서 좋더라고

시 하나 박고 간다


<그해 봄에>

  얼마 전 손목을 깊게 그은
  당신과 마주 앉아 통닭을 먹는다

  당신이 입가를 닦을 때마다
  소매 사이로 검고 붉은 테가 내비친다

  당신 집에는
  물 대신 술이 있고
  봄 대신 밤이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대신 내가 있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내가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봄에 죽으려 했느냐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이
  내게 고개를 돌려
  그럼 겨울에 죽을 것이냐며 웃었다

  마음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봄에는 널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