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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린이는 중국 북경에서 살았음.
17년. 징하게 오래 살았지.
아니, 기억도 안나는 두살 때부터 거기서 있었고... 재작년 1월에서나 한국에 왔으니까, 거기서 '자랐다'고 해야겠지.
실제로 난 북경을 내 고향이라 생각하고.

중국에서 자라면서 반드시 겪게 되는 건
바로 '통제'.
어렸을 때만 해도 홍콩 쪽으로 구글도 접속되었지만,
막혀버린 지 오래.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차단.
대만 야후?
그걸 차단 안하면 공산당 정부가 제대로 미쳤다는 증거.
사우스파크도 전면 차단된거야 유명하고.
심지어 내 살때는 잘만 접속되던 네이버랑 다음도
요즘은 차단되었다함.
그래서 나를 비롯한 북경 한인 친구들은 휴대전화에 VPN 탑재는 기본이었다.
요즘은 VPN조차 바이두 앱스토어에서 내려갔으니...
이것들이 나한테는 너무나도 당연했다.
인터넷도 통제하는데, 책을 통제 안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거였다.
"금서"는 나한테 중국에서 구글이 막힌 것 만큼이나 당연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중국의 검열 기준이 널널해진 건 맞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도 옛날에나 금서였지,
지금은 누구나 읽을 수 있다.
그래도 선은 분명 있다.

사진은 가오싱젠의 <영혼의 산>과 <한 사람의 성경>.
내가 올해 대만에 전공연수 갔다왔을 때 구한 것들.
가오싱젠은 200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무려 중국어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탄 사람이다.
1940년 강서성, 즉 대륙 출신이기도 하고.
근데 이 사람 책은 중국 대륙에서 금서다.
모조리. 하나도 빠짐없이.
당장 중국 인터넷 쇼핑몰 아무데나 들어가서 高行健이라고 치면
상관없는 결과만 주르륵 뜬다.

왜? 긴말은 필요없고,
사진에서 왼쪽에 있는 <한 사람의 성경>의 한 부분을 보자.

"좋은 날이 곧 올 것이다! 좋은 날을 맞이하러 가자! 좋은 날을 위해 싸우자! 좋은 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아깝지 않다!"
무리는 모두 열병을 얻었고, 발광했다. 그도 발광하지 않을 수 없었고, 발광하지 않았더라도 발광한 척해야했다.
"좋지 않아, 총을 쏜다!"
"누가 총을 쏘는거야?"
"앞에서 총을 쐈다고?"
"헛소리! 앞에는 좋은 날이 있는데, 총을 쏠 수가 있다고?"
"플라스틱 탄환이겠지?"
"불꽃을 뿜는데?"
"예광탄이다!"
"아--"
"피가 보이는데? 사람이 죽었어!"
(58장, 389-390쪽. 번역이 틀릴 수도 있으니 양해바람)

이 묘사 하나만으로도 중국에선 금서가 되기엔 충분하다.

카프카문학상도 수상했고, 노벨문학상도 수상할 수 있지 않냐는 중국 작가 옌롄커.
이 사람은 군생활을 하고 나서 소설가가 되었다.
작품 중 유명한게 <丁씨 마을의 꿈>(丁庄梦)인데,
출간되고 나서 큰 논란을 일으켰고, 금서가 되었다.
중국 정부에서는 개발이 안되고 가난한 동네에서 피를 뽑아 파는 걸 장려했는데,
(<허삼관매혈기>의 허삼관이 피파는 걸 생각하면 됨)
바늘 같은 장비가 위생이 좋지 않다보니 감염이 되었고,
마을 단위로 에이즈 환자가 속출. 통칭 "에이즈촌"이라 불림.
(정부는 항생제 몇 개 주는 걸로 대처)
<정씨 마을의 꿈>은 바로 그 에이즈촌 이야기이다.

우리의 위대한 중국 공산당 정부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를 조장한다며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나도 <정씨 마을의 꿈>이란 책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한국에 오고 한국어 번역본을 접하고 나서야 알았다.


이렇듯 중국 금서 이야기만으로 할 이야기가 정말 많다.
난 이걸 당연하게 여겼는데, 한국에서 사귄 친구들은 되려 신기해하는걸 보고,
아, 난 다른 세계에서 온 놈이구나. 이걸 느끼더라.

정치적 금서란 개념 자체가 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건
중국과 북경을 사랑하는 독린이에게 너무 무리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