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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970년대 후반에 출간된 소설이므로,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낡은 관점이 많이 담겨 있다.
주인공 지수연은 쌍둥이 남매로 태어났다. 그녀는 '쌍둥이 남매는 상피붙는다(근친상간을 하게 된다)'라는 미신 탓에, 태어났을 때부터 죽 할머니의 미움을 받아 왔고, 어린 시절 약 6년을 이모네 집에서 지내야만 했다. 집에서도 일부러 학교를 1년 늦게 보내는 등 많은 차별을 겪게 된 탓에, 주인공은 할머니를 매우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상피붙는다'라는 저주를 두려워해야만 했다.
그녀의 집은 전형적인 졸부로, 그녀의 어머니가 자수성가한 부잣집이다. 6.25 전쟁 와중 소위 양갈보(미군 병사를 대상으로 하는 매춘)를 쳐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전쟁통에 헐값이었던 부동산을 사들여 차익을 취한 뒤 장사를 통해 이룬 부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전형적인 돈밖에 모르는 속물이며, 무능한 남편을 멸시한다. 자녀들에 대해서도 명문 학교에 가서 출세해서 부잣집, 혹은 출세한 집과 인연을 맺는 것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다. 주인공의 아버지 또한 젊은 시절엔 좌우 대립 속에서 정치놀음에 몰두하다가, 나이 들어서는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허울 좋은 '사장'이라는 직함 아래 실권은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 탓일까, 아내와의 사이에서는 발기가 되지 않는 선택적 성적 불구 상태에 놓여, 몰래 첩살이를 하고 배다른 자식까지 낳는다.
주인공은 이러한 속물적인 집을 싫어하고 거기서 놓여나고 싶어하지만 결국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방황한다. 결국 기득권을 버리기는 싫은 것이며, 또 일탈이라고 저질렀던 예비 형부와의 불륜에서 애까지 임신하였지만, 오히려 낙태 수술과 처녀막 재생 수술을 딸 몰래 의뢰한 어머니에 의해 거짓을 하나 더 덧붙이는 형태로 악화된다.
이 소설에서 가족관계는 어머니 - 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는 박완서 소설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관계는 온갖 허위의식과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관계로 점철되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남편 - 아내 관계도 마찬가지로, 서로가 서로를 속이며 불륜을 저지르는 관계다. 그나마 순수한 가족관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주인공 수연과 쌍둥이 오빠 수빈이의 남매관계인데, 이는 '상피 붙는다'라는 저주하에 오히려 억제되어야만 하는 관계다.
이에 비해 외부 인물과의 연애에서 주인공 쌍둥이 남매는 숨쉴 곳을 찾는다. 시위를 주도하였다가 구속되었던 수연의 애인(이 될 남자) 구주현은 속물적인 현실에 연연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탈춤도 추고, 야학 활동도 하며, 현실에 순응하지 않으며 데모에 가담하였다가 구속되기까지 한다. 수빈의 애인인 순정은 외모도 뒤떨어지고 집안 형편도 좋지 못하지만 여러모로 순수한 여성이다. 이러한 관계는 이들의 숨막히는 가족관계 속에서 하나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후반부에 수연은 수연의 어머니가 집까지 쳐들어가 모욕을 준 탓에 순정에게 버림받은 수빈을 위로해 주다가, 그것이 '상피 붙는 것'으로 오해받아 집에서 쫓겨나는 처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가며, 나중에는 출소한 구주현의 고향에 내려가 그와 함께 살 것을 결심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은 쉽게 얘기하면 주인공 수연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의 흉년' 이라는 제목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욕망에 가득 찬 1970년대 서울의 마음 속 흉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현실을 경멸하면서도 정작 어머니의 그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연 또한 거기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기 위해 돈도 몰래 횡령해 보고, 예비 형부와의 관계라는 대담한 행위까지 저질렀지만 그걸 수습하는 데는 또 어머니의 힘을 빌리게 되는 점에서 그러하다.
'쌍둥이 남매는 상피붙는다'라는 저주 또한 그러하다. 미신에 불과한 이 말 때문에 그녀의 유년 시절에는 이것저것 마음의 상처가 많이 생긴다. 이것을 구원해 주는 것이 후반에 등장하는 '대고모할머니'의 존재인데, 이 할머니가 젊은 시절 바로 그 쌍둥이 오빠와 관계를 맺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 속설 때문에 서로가 따로 떨어져 살아 남남으로 지내다가, 우연히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같이 살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어머니를 저주하며 쌍둥이 오빠는 저수지에 몸을 던져 자살했고, 쌍둥이 여동생 또한 어머니를 저주하며 따로 나와 살게 되었는데 그 여동생이 바로 대고모할머니였던 것이다. 그녀는 수연과 수빈의 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음을 믿어줌으로써 수연을 구원해 준다.
자립하려는 수연에게는 자리가 많지 않다. 그녀가 나온 '가정과'는 요즘으로 얘기하면 예비 신부를 양성하기 위한 과이지, 취업을 위한 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을 법한 자리가 학교의 가정과 교사 자리 정도. 그녀는 애인 구주현이 운영하던 야학 강사로도 일하고, 이것저것 다른 일거리를 수행하며 생활해 나간다. 출소한 구주현과 시골에서 함께 할 것임을 결심하는 것에서 그 자립의 한계가 보이지만, 이는 1970년대라는 시대의 한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시절에는 여자가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는 게 당연한 시대였으니까.
줄거리도, 해설도 엉망진창이지만, 이 소설은 1970년대 가족 드라마로서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소설이며,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느낄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캡사이신 팍팍뿌린 박완서인가.
뭐 저런 미신이 다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