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손목을 깊게 그은 당신과
마주 앉아 통닭을 먹는다
당신이 입가를 닦을 때마다
소매 사이로 검고 붉은 테가 내비친다
당신 집에는
물 대신 술이 있고
봄 대신 밤이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대신 내가 있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내가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봄에 죽으려 했냐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이
내게 고개를 돌려
그럼 겨울에 죽을 것이냐며 웃었다
마음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봄에는 널려 있었다
/박준, 그해 봄에
걸음을 멈추고 잠깐 뒤를 돌아본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삶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돌아선다
내 앞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이 놓여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모든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진다
가끔 삶이 무료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황경신,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청춘이라는
/심보선, 청춘
내 모든 문장은
너에게로 시작한다만
너에게로 가는 길이 없어
너에게로 끝이 난다
너에게 죽고 싶었다
육춘기 / 지구에서의 마지막 밤
넌 가끔 내 모든 것을 쥔 것 마냥 구는데
그렇다면 한숨도 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무거운 숨에 내 생이 흔들린다
백가희 / 어떤 사랑의 안부
상처를 천 년 정도 문지르면 꽃이 필까 :
자주 올려줘 좋아
조아조아너무좋아 - dc App
시는 추천.
시 좋다
내 모든 문장은/너에게로 시작한다만/너에게로 가는 길이 없어/너에게로 끝이 난다/너에게 죽고 싶었다/육춘기, <지구에서의 마지막 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