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efa11d02831ee99512b64ee64d67099c224c50f4ea82dce6fd7225a1896b4a5695cd066682999593009e2f573bc738e27ecbc9d1106008e93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고 썼던 문장을 가져와본다.


"어렸을 때 나는 천체물리학자를 꿈꿨다. 지구의 수식으로 우주를 가늠하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 칼 세이건을 권했다. 천문학과나 물리학과를 지원하고 싶다면 읽어야 한다면서. 『코스모스』를 읽은 날, 나는 내 삶이 다시는 예전과 같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과학적 지식을 끌어안는 그의 글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나는 그렇게 칼 세이건에게 반하고 말았다. 매일 그의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들락날락했고, 자연스레 그의 책 곁에 있던 책들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 대출 기록은 어느새 500번대와 800번대로 가득했다. 간간이 보이는 100번대와 300번대와 함께."


시쳇말을 빌리자면, 나는 칼 세이건 덕후다. 국내에 번역된 그의 글이란 글은 거의 전부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심지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입시원서를 제출할 때도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에 나는 당당히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적었다.


이쯤에서 용감하게 말하겠다. 『코스모스』는 과학을 입문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 아니다. 『코스모스』의 목표는 과학을 대중적으로 해설하는 데에 있지 않고 과학을 대중에게 매혹시키는 데에 있다. '해설'과 '매혹'은 겉보기에 비슷하나 엄연히 다른 표현이다.


『코스모스』에서 세이건이 천착하는 주제는 '조우'다.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라는 유명한 문장이 보여주듯 세이건은 한평생 외계에 문명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는 외계의 문명과 접촉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라 믿었다.


『코스모스』를 유려하게 우리말로 옮긴 홍승수는 이렇게 적기도 했다. "가까운 장래는 아니겠지만, 외계 생명의 존재도 언젠가는 밝혀지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외계를 향한 인류의 끈질긴 외침이 언젠가는 외계 문명과의 교섭으로 결실을 맺게 될 것입니다. 그날이 온다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인류 역사를 바꾼 고전 중의 하나로 재평가될 것입니다."


실제로 『코스모스』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우리는 우주의 일부다

2장 우주 생명의 푸가: 생명의 원리는 무엇일까

3장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우주의 원리는 무엇일까

4장 천국과 지옥: 지구의 미래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5장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화성으로 건너갈 수는 없을까

6장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보이저호가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었다

7장 밤하늘의 등뼈: 지금까지 인류는 우주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8장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우주를 횡단할 수는 없을까

9장 별들의 삶과 죽음: 엄밀히 말해 우리는 우주의 후예다

10장 영원의 벼랑 끝: 그렇다면 우주의 미래는 어떠할까

11장 미래로 띄운 편지: 우리는 외계생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2장 은하 대백과사전: 그리고 외계생명은 존재할 것이다

13장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지구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우주에 있다


외계와의 조우를 매순간 타진하면서 세이건은 우직하게 독자를 우주로 밀어붙인다. 그것도 과학적 사실에 엄정하게 기반해서 말이다.


지금까지 과학이 어떤 성취를 이뤘는지 세세하게 알고 싶은 사람에게 『코스모스』는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 그러나 과학의 성취를 조망하며 인류의 미래를 가늠하려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경이로운 체험을 맛보게 해준다.


그러니 이렇게 정리하면 좋겠다. 『코스모스』가 시간의 풍화를 견뎌내고 오늘날의 고전으로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과학을 동원하여 인류의 미래를 우주적 규모에서 고찰했기 때문이라고.



p.s. 김훈과 김연수 신작이 나온 김에 이번 주말에 열심히 작업해서 김훈 플로우차트랑 김연수 플로우차트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