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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자이의 생일 겸 유해 발견일인 앵두기다. 단편 '앵두'에서 따온건데 솔직히 볼썽 사나운 단편이다. 아이들 없는 데서 맛있고 비싼 앵두를 먹으며, "역시 좋은건 부모 먼저 먹어야지."라며 자위하는 내용이다.

쨌든 앵두기를 기리는 의미에서 썰이나 풀어볼까 한다.

나는 고2 시절, 다자이 전집 1~10권까지 서너번씩 돌려 읽었다. 여러번 봐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느니 하는 기특한 이유가 아니다. 당시 나에겐 그것말고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딩 때 기숙사에서 살았다. 집과는 좀 거리가 있어서 주말에도 방학에도 기숙사에 남아 있었다. 나에겐 친구가 없었고, 기숙사는 와이파이가 안 터졌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독서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독서를 이제 막 시작한 나는 힙한 책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도서관엔 책이 좆도 없었다. 그래서 다자이, 하루키, 소세키, 미시마 같은 애들을 몇번이고 돌려 읽었다.

특히 난 다자이에 꽂혀 있었다. 나의 다자이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했고, 그래서 더욱 뜨겁고 부끄럽고 일그러져 있었다.

하루는 교생 선생님이 본인이 영웅이라 생각하는 인물을 쓰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고민도 안 하고 "다자이 오사무"라 적었다. 왜 시발 얘를 영웅이라 썼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옆자리 애가 마지못해 "다자이 오사무"가 누구냐고 물어봤다. 난 혼모노답게 말을 버벅거리며 그냥 그런 사람이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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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터넷에서 이 짤을 볼 때마다 그때 일이 생각나서 몸이 소스라친다...


또한 나는 모든 글에 다자이를 인용해야 한다는 병에 걸려 있었다. 독후감은 당연하고, 카톡 상태 메시지, 논설문, 심지어는 체육 감상문에도 그랬다. 인간실격에서 아내가 ntr 당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스포츠맨십과 인간 신뢰의 관계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웬만하면 다 만점을 주는 수행평가였는데도 나만 감점을 당했다.

당시 나는 단편소설 몇 개를 써보기도 했는데, 거의 다자이 표절이나 다름 없었다. 특히 망치소리(뭔 일을 할 때마다 망치소리가 들려 일을 포기하게 된다는 내용)와 비슷한 부류의 단편을 많이 썼던 것 같다. 무기력함, 패배, 우스꽝스러움 대충 이런 분위기였다. 다자이는 나에게 좋은 구실이었고, 위안이었고, 피난지였다.


그리고 학년말, 독서기록을 쓰게 되었다. 나는 다자이 전집 1~10권을 전부 넣었다. 정성스럽게 독후감까지 써가며. 담임쌤 입장에선 왜 심리학과 가겠다는 새끼가 주구장창 일문학 감상문만 쓰는지 의문스러웠을 것 같다.

이듬해 고3이 되고, 나는 자소서 4편 정도를 쓰게 되었는데, 4편 모두 다자이 오사무를 인용하며 시작하였다. 그리고 딱히 이것 때문은 아니지만 수시 6광탈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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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너는 씁쓸한 청춘이었고, 오늘 네가 조금 그립다...


ㅡ> 다자이 전집 설명

ㅡ> 작년 앵두기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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