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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김훈에 미쳤있을 정도로 김훈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급식 때는 김훈 칼의 노래랑 남한산성 읽고 뻑가서 그렇게 글 써보겠다고 끄적거린 적도 있고, 자소서나 감상문 쓸 일 있으면 김훈 문체를 전범 삼기도 했었지.

좋게 말하면 개성과 문체, 나쁘게 말하면 쿠세와 쪼(?)라고 할 수 있는 김훈 특유의 분위기는 독갤에서 꽤 호불호가 갈리더라고. 난 물론 호인 쪽이지만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는 그 문체가 한층 더 도드라져 보인다.

이야기는 초와 단이라는 중국 고대를 배경으로 한다. 역사소설이라기보다는 신화소설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판타지적인 요소가 곳곳에 묻어나온다. 스포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무속 신앙 관련한 부분들이 특히 그렇다.

이 작품에서 키포인트는 역시 제목에서 볼 수 있다시피 말이다. 말의 시선으로 본 인간 세상이 어떤지, 또 말(言)과 말(馬)을 대비시킨 김훈식 언어유희(?)까지 이 작품은 말을 빼놓고 얘기가 불가능하다. 어쩌면 말과 말, 말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말의 감정적인 부분들이 중요한 포인트라 이 점을 따라가면서 읽으면 더 좋을지도...?

솔직히 소재와 서사는 매력적이지만 지금껏 읽은 김훈 장편들보단 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도 알겠고, 마지막에 작가가 직접 자기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글을 썼다고 밝힐 만큼 주제 의식이 어려운 책은 아닌데 묘하게 밋밋한 맛이 아쉽다.

김훈 작품은 묵직한 문체만큼 완독하고 나면 가슴 한 켠을 짓누르는 진한 여운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앞선 작품들보다 그런 부분이 좀 떨어짐. 물론 내 기대가 커서 더 실망한 걸 수도 있으니 독붕이들은 지레 겁먹지 말고 일단 김훈 좋아하면 츄라이 정도는 해보시길

결론적으로 점수를 준다면 5점 만점에 3.5점 주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