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너무 더워서 도서관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걸 계기로 독서를 다시 시작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그리 크지가 않다. 장서 수로는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대학에 다녀서 더더욱 작게 보였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대학 도서관은 연구자들을 위해 원서를, 학생들을 위해 똑같은 토익 책을 많게는 열 권까지 가져다둔다. 반면 동네 도서관엔 중복되는 책이 없고 원서같은 것도 없다. 사람들이 꺼내는 걸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사전도 얼마 없다. 의외로 다양한 책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동네 도서관이었다.

이전에는 읽어서 뭐라도 얻어보려는 마음에 철학이나 사회학 분야를 많이 읽었다. 그러나 내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어서 학기 중에 짬을 내서 보기가 힘들었고, 내 흥미와도 거리가 멀어서 재미있게 읽어본 적이 드물었다.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이유로 읽어내기엔 조건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가벼운 에세이로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종이를 넘겨가며 두 시간 걸려 읽어내니 성취감이 느껴졌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 중 한 가지를 내가 알게되었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 이후로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매일매일 책을 빌렸다. 두세 권 읽으며 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문학으로 넘어왔다. 사놓고 책장에 꽂아만 두었던 책에도 손을 뻗기 시작하고, 도서관 열람실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자료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2주 정도가 지났다. 하루에 200페이지짜리 한 권을 읽는다. 독서는 천천히 하는 것이라곤 하지만 나에게든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어가는 게 너무 재미있으니 더 많이 알기 위해 빠르게 달려가는 것 뿐이라 생각한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독서는 본업이 아닌 취미인데 거기서 성과나 성취, 목적 같은 걸 추구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만큼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건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교과서 뒷편을 읽던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