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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이 소설도 일상에서의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음. 내용은 크게 2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유고슬라비아인 소녀 '마야'가 일본에 방문하면서 일본이라는 이국땅의 생활 모습과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표출하고, 그 일상에서의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내용이고, 나머지 하나는 '마야'가 귀국한 뒤 마야의 출신 국가가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구성했던 6개 국가 중 어느 나라 출신인가? 하는 것을 추리해나가는 내용임. 


이렇게 말하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으니 지루하지만 줄거리 소개를 좀 하겠음. 1991년 4월, 주인공 모리야 미치유키라는 고 3 소년이 어느 비오는 날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백인 소녀 마야를 만나게 됨. 마야는 유고슬라비아에서 왔는데, 여러 외국어를 공부해서 능통한지라 일본어도 한자는 못 읽어도 회화는 자유자재로 구사함. 얘는 아버지가 외교관이고, 다민족 국가인 유고슬라비아에 민족 문화 통합을 위해서 세계 각국의 상이한 문화를 체험해서 그 체험을 토대로 민족간의 화합에 응용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생활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중이었음. 일본에서도 2개월 정도 체류할 예정이었는데, 마침 체류할 예정이었던 아버지의 지인인 일본인이 사망해버린 상태라 갈 곳이 없어서 방황하고 있던 차였음. 주인공은 자기 학교 친구인 여관을 하는 여학생네에 홈스테이 자리를 소개해주고, 이렇게 주인공과 마야가 친해지게 됨.


마야는 자기가 살던 유고슬라비아와는 다른 일본의 생활과 문화에 아주 큰 호기심을 가지게 됨. 얘는 뻑하면 이렇게 물음. '철학적 의미가 있나요?' 라고. 궁도 시합 할 때 활 쏘는 자세에도 '철학적 의미가 있나요?', 신사에 떡 같은 걸 바치는 데도 '철학적 의미가 있나요?' 아무튼 일본의 독특한 풍습이라고 생각되는 건 모조리 다 캐물으면서 그걸 일일이 다 기록함. 그런 와중에 다양한 일상에서의 소소한 수수께끼가 일어나고, 주인공은 마야의 궁금증을 일일이 다 풀어주면서 이런 사소한 수수께끼도 다 풀어줌. 이렇게 2개월이 순식간에 지나가게 되고, 마야가 고국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짐. 근데 이때 이미 유고에서는 내전이 발생함. 유고라는 나라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슬로베니아라는 6개의 나라가 연방을 이루었던 나라인데, 티토라는 강력한 지도자에 의해 유지되어 왔고, 공산권이 건재할 때는 어떻게 버텨나갔지만 티토도 죽고 공산권도 망해가면서 차차 세르비아인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유고 연방에서 다른 민족국가들이 이탈하려 하면서 문제가 생긴 거임. 1991년 6월에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하고, 여기에 유고 연방군이 개입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짐. 여기서 주인공은 마야를 걱정해서 송별회날 마야와 함께 자기도 유고슬라비아에 가겠다고 하지만 마야는 이를 부드럽지만 강하게 거절하고 떠나가게 됨.


그리고 1년이 지나 대학생이 된 주인공과 마야와 함께 지낸 주인공의 친구들이 마야가 유고의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찾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모색하는 게 2부임. 1992년 시점에서 유고 내전은 격렬해진 상태인데, 이미 안정적으로 독립이 인정된 슬로베니아와 마케도니아는 비교적 안전한 상태이고, 침공하는 쪽인 세르비아나 이도 저도 아닌 몬테네그로도 당장은 안전한 상태. 연방군이 본격적으로 개입하여 수천 단위 이상의 사상자가 나온 크로아티아와, 여러 민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유고 내전 당시 가장 잔혹한 제노사이드가 일어났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가장 위험한 지역임. 주인공은 마야의 언동과 여러가지 내용을 결합해서 결국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 결말이 참으로 잔혹함.


사실 추리의 수준이라거나 이런 건 본격 미스테리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함량 미달인데, 청춘소설로서 가볍게 일상의 추리가 양념으로 들어간 청춘 미스테리로서는 상당한 수준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본의 문화나 생활상 하나하나를 호기심 있게 제 3자의 입장에서 탐구하려는 '마야'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적이면서 독특한 설정으로 이런 측면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고, 유고 내전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여기에 녹여내면서 일상 추리의 가벼움을 심각함으로 옮겼다는 점에서도 작가의 노림수가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 듯. 


덤으로 마야의 출신 국가와 운명에 대해서는 아래 문단을 보면 됨.


마야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 출신. 주인공은 마야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마야가 했던 말 하나하나에서 단서를 다 찾아냄.


1. "마케도니아에 간 적이 있는데, 여기서 세르보-크로아티아어를 썼더니 어린 애가 웃었다" 

-> 마케도니아가 마야의 출신국이라면 마케도니아에 '갔다' 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므로 마케도니아는 마야의 출신국가가 아님. 참고로 세르비아어나 크로아티아어를 썼다고 해서 세르비아나 크로아티아 출신이라고는 단정지을 수 없는 게, 다른 구 유고 연방 국가 내에서도 민족 구성비가 복잡하기 때문에 세르비아어를 쓰는 세르비아인이라고 해서 다 세르비아에 사는 게 아니므로 언어만으로는 출신 국가를 단정지을 수 없음.


2. "'주도(州都)'보다 훨씬 큰 도시에 산다" -> 마야의 거주지는 수도.

->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구성하는 6개국의 수도, 즉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 마케도니아의 스코페,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 몬테네그로의 티토그라드(현재 도시명은 포드고리차),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중 하나. 일단 스코페는 앞서 제외되었으므로 논외. 


3. "다음은 크로아티아에요. 그 다음은 아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겠죠. 어쩌면 코소보도. 내가 사는 마을도, 언젠가 전장이 될지도 몰라요."

-> 이 시점은 슬로베니아가 독립을 선언하고 유고연방군이 슬로베니아를 침공했던 '10일 전쟁'이 일어난 때였음. 따라서 슬로베니아는 '이미 전장이 된 상태' 이기 때문에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는 마야의 고향이 아님.


4. "제가 사는 도시는 거리 한복판에 강이 한 줄기 흘러가고 있어요."

-> 강 하나를 중심으로 해서 남북으로 대칭을 이루는 형태, 그러니까 서울 같은 형태가 아닌 도시는 마야의 고향이 아님. 따라서 강 두 개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와, 강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시역을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북부가 거의 대부분이고 남부는 좁은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는 마야의 고향이 아님. 따라서 마야의 고향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 몬테네그로의 티토그라드 둘 중 하나임.


5. "츠르나 고라(Crna Gora = 몬테네그로어로 몬테네그로를 가리킴)"는 일본과 전쟁중이에요. 제 친구가 츠르나 고라에서 온 적이 있는데, 일본에 가면 위험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죠."(몬테네그로는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의 동맹국으로 상징적인 의미에서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는데,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러시아와 일본은 포츠머스 조약에 몬테네그로를 참석시키지 않았고, 이후 몬테네그로가 유고연방에 편입되면서 이 사실 자체가 계속 잊혀져 왔음. 그러던 와중 몬테네그로가 2006년 독립하면서 이 문제가 뒤늦게 밝혀졌고, 결국 뒤늦게 이 선전포고를 무효화하면서 '전쟁 아닌 전쟁'이 완전히 종결되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음)


-> 마야는 몬테네그로 사람이 아님. 


남은 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그리고 보스니아는 보스니아인,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이 얽히고 섥힌 나라라서 유고 내전 당시 가장 잔혹한 제노사이드가 일어났던 곳임.


마야는 1992년 5월에 저격수의 총을 맞고 사망했음. 마야는 주인공의 친구 중 하나였던 마치라는 여자애한테만 유일하게 연락처를 남겼는데, 마치가 마야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그 답장은 마야가 아닌 마야의 오빠가 보내왔음. 그 시점에서 마야는 이미 죽어 있었고, 주인공과 마야의 홈스테이 여관집 딸이었던 시라카와 이즈루라는 여자애는 결국 헛수고를 한 것. 마야가 마치에게만 연락처를 남긴 건 마치가 가장 입이 무거웠기 때문. 주인공은 마야의 주소를 알게 되면 당장 유고로 날아갈 위험성이 있었고, 마야는 이걸 걱정해서 다른 친구들에게는 연락처를 안 가르쳐 줌. 마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정이 많은 이즈루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큰 충격을 받을까봐 이 사실을 숨기고 있었는데, 주인공이 자력으로 마야의 거주지를 알아내고 유고로 떠나려고 하자 이를 막기 위해서 이 사실을 가르쳐주면서 마야의 오빠가 보낸 편지를 주인공에게 건내줘서 진실을 알게 함.


슬프고도 찝찝한 결말임. 


재미있는 소설이면서 완급 조절도 좋으니 관심 있으면 한번쯤 읽어보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