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대학 다니면서 왜 영문학 강의를 들었나 싶지만 우리학교가 영문학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그 영향으로 내가 관심이 있는 불문학 강의는 한두개밖에 없음. 애초에 불문학과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일문학을 듣기엔 아직 일본어 실력이 부족하기도 해서 대안 같은 느낌으로 들었음

1학년 대상으로 하는 수업답게 세 교수님이 돌아가며 시, 극, 소설에 대해 강의함
시의 경우엔 시를 영어로 읽든 일본어로 읽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잔뜩 나와서 죽을 거 같았음. 교수님이 서정시만 지독하게 가르쳐대서 시 자체도 지루했고
극에 대한 강의는 꽤 재미있었음. 교수님이 베케트 전공자인데 '고도를 기다리며'를 할 때가 15주간의 수업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거 같다. 그날 수업 끝나자마자 '고도를 기다리며'를 전자책으로 사서는 학교 소파에 앉아서 쉴새없이 읽은 기억이 있음
소설의 경우도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음. 나는 제인 오스틴이니 뭐니 하는 작가들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1984가 지금까지 읽힐만한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하지도 않음

영미문학에 대한 편견이 있는 거지. 이 강의가 그런 편견을 없애주길 기대했는데 오히려 편견이 심해진 거 같기도 하다
내 책장에 있는 한국 책은 전부 프랑스인이 쓴 책들임. 일본어 책의 경우엔 일본 작가가 많지만. 나는 이전부터 불문학이 최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강의를 통해서 그 생각이 굳어진 거 같아. 15명의 작가를 만났는데 그 중 프랑스어로 글을 쓴 베케트의 작품만 마음에 들었으니...

사람마다 어느 나라 문학을 좋아하고 어느 나라는 싫어하는 취향같은 게 있는 거 같다

아 여기는 보통 출석체크를 출석용지를 받아 이름과 학번을 적은 뒤 강의에 대한 질문, 감상, 고찰을 적어서 낸 걸로 함. 학생도 편하고 교수도 편한 시스템이라 봄.
좋은 질문이나 고찰은 교수님이 수업 중에 읽어주는데, 15회 동안 내 코멘트가 두 번 읽혀서 굉장히 기뻤음. 한 번은 정말 좋은 코멘트라고 두 번의 수업에 걸쳐서 언급될 정도였는데 이런게 참 기분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