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 술꾼 한 꼭지





술  꾼  

                                                                                    최 인 호

작은 아이의 머리가 술집 안으로 들이 밀려졌다.
「안녕허세요.」
그 작은 아이는 문가에 앉아 있는 술꾼들에게 아는 체했다. 대부분의 술꾼들이 그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그 중 한 사내가 용케도 그를 보았다.
「보게. 이보게들, 저 녀석을 보게 그려.」
발견한 사내는 마침 떨어져 가는 안주 접시 위에 풍요한 화제를 제공했다.
이미 막소주에 취한 술꾼들은 지글지글 타오르는 연탄불에 정신마저 아리숭 달아올라서 열린 문틈으로 찬 겨울 한기와 더불어 나타난 꼬마가 뭘 하는 녀석인가 알아보기엔 약간 힘이 들었다.
「저 녀석이 뭐란 말인가.」
너댓 사람의 취한 눈길은 남루한 그 아이에게서 멎었다. 그 아이는 모두의 눈길이 자기에게 멎어 주자, 당황해져서 쓰레기통을 뒤지다 들킨 아이처럼 비실비실 별스러운 몸짓으로 물러나려 했다. 그 녀석은 지독히나 못 생긴 녀석이었다.
머리는 기계충의 상흔으로 벽보판처럼 지저분했고, 중국식 소매에서 삐져나온 작은 손은 때에 절어 잘 닦은 탄피처럼 번들거렸다.
「얘야. 우리 한 잔하지 않으련?」
처음 그 아이를 발견했던 사내가 술병을 들고 아이를 유혹했다.
「싫어요.」
갑자기 아이는 울어 버릴 듯이 강하게 부르짖었다.
「난 아버질 다리러 왔시오.」
「알고 있다. 얘야.」

여전히 그 사내가 말을 받았다.
「난 네가 아버질 모시러 온 줄 알고 있단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단다. 헛허허. 우리같이 큰 어른들은 환히 다 알고 있거든. 여보게들 그렇지 않나?」
사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이 기묘한 아이에게 차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친구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러자 다른 한 친구가 도화역자의 얼치기 사기꾼 같은 웃음을 껄껄거리며 맞장구쳤다.
「그래 우리 나이쯤 되며는 모르는 게 없단다. 얘야, 너 이 지구가 왜 도는지 아니?」
「몰라요.」
「술 먹으라고 돌아간단다. 얘야. 잘 기억해 둬라. 이 지구는 술 먹으라고 돌아간단다. 알아듣겠냐?」
「예.」
「또 하나 내 가르쳐 줄까. 우리 똘똘아.」
처음의 그 사내가 비틀거리며 그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넌 개가 왜 한 다리 들고 오줌 싸는 줄 아니?」
「건 알아요.」
아이는 비굴하게 웃었다.
「두 다리 다 들면 넘어 디디요.」
「맞았다. 역시 넌 똘똘이야. 한 번 가르쳐 준 건 잊어버리지 않은 쫄망포시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