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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두샨 코바체비치의 이 작품은 1995년 제 48회 깐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언더그라운드'의 원작이 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40년대의 제 2차 세계대전에서 1990년대의 보스니아 내전에 이르는 긴 기간을 배경으로, '마르코'와 '츠르니'라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마르코와 츠르니는 '결혼대부'의 관계로 맺어진 절친한 친구이다. 결혼대부란 정교회의 문화로, 신랑이나 신부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이 역할을 맡는다. 동아시아식으로 표현하면 의형제 이상의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절친한 친구 사이가 결국 탐욕에 의해 배신에 점철된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되어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이 소설의 결말이다. 갈등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히로인격인 '나탈리야'라는 아름다운 여배우를 놓고 벌어진 둘의 다툼이다. 둘은 모두 나탈리야를 연모하고, 그녀와 결혼하고자 하면서 둘의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순간적인 기회를 틈탄 마르코가 츠르니와 자신의 친동생인 이반을 비롯하여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오랜 세월에 걸쳐 지하실 속에 가두고 이들을 철저히 속임으로써 소설의 비현실적인 상황은 시작된다.
1941년 4월 6일, 나치 독일군이 유고슬라비아 왕국을 공격하면서 폐허가 된 베오그라드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르코와 츠르니는 독일군에게 점령된 베오그라드 시내에서 무기 밀매를 통해 부를 축적하게 된다. 지하에 대피해 있는 사람들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자신들이 나치 독일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를 제작하고 있다고 믿고 있고, 마르코와 츠르니는 그런 사람들을 속이면서 스스로도 자신들의 행동을 나치에 대항한 파르티잔 활동으로 포장하여 정당화한다. 이 과정에서 츠르니는 독일군에 체포되어 정신병원에 갇혔다가 마르코에 의해 구조되는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어 정신이 이상해지고, 이제 마르코는 츠르니까지 지하실에 가두고 이들을 완벽히 속이는 이중 생활이 지속된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마르코는 무기 밀매를 위해 계속해서 이들을 지하실에 가두어 두고,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처럼 이들을 철저히 속인다. 이들의 지하실 위에 설치된 시설을 통해 때때로 폭격이나 포격, 공습이 행해지는 듯한 효과음을 내기도 하고, 독일군 사령부의 가짜 선전 라디오 방송을 하는 등 전쟁이 지속되는 분위기를 계속해서 내는 것이다. 그래서 지하실에 있는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이미 사회주의 공화국이 된 유고슬라비아의 상황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아직도 나치 독일이 유고를 점령하고 있고, 자신들은 파르티잔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활이 20년 가까이 지속된다.
그러던 것이 우연히 지하에서 수제로 만든 전차의 포신이 폭발하면서 지하실이 붕괴되고, 지하와 지상이 연결되게 된다. 츠르니와 지하에서 태어나 지하에서만 20년을 보낸 그의 아들 요반은 지하실에서 나온다. 이들은 여전히 유고가 독일의 지배하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는, 마침 독일군 제복을 입고 전쟁 당시의 재현 영화를 촬영하고 있던 영화 배우들을 쏘아 죽이기도 한다. 마르코는 자신이 츠르니와 수많은 사람들을 은폐하고 있었다는 것이 들키기 전에, 재빨리 지하실 전체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여 지하실의 모든 사람들을 죽인다. 이 와중에 유일하게 탈출한 마르코의 동생 이반은 형 마르코와 형수인 나탈리야가 자신들을 속여 왔음을 깨닫고는 탈출하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은 노인이 된 뒤, 보스니아 내전에서도 여전히 무기 밀거래로 돈을 챙기고 있던 마르코와 나탈리야를 이반이 죽이고, 자신도 군인들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이 소설은 유고 사회에 대한 상당한 풍자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예를 들면 지하 세계 속에서 20년간 살아오면서 독자적인 생활을 구축해 온 사람들은 바로 공산 치하에서 서방 세계의 문화와 단절되어 살아갔던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공화국 그 자체의 축소판이다. 그곳에서 탈출한 츠르니와 요반의 돌출적인 행동과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난동을 부리는 모습은 바로 유고슬라비아의 붕괴 이후 혼란에 빠진 유고슬라비아의 각 구성국들의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또 작품의 마지막이 이미 죽은 등장인물들이 환상적인 '섬'에서 모두 다시 만나 행복한 축제를 맞이하는 비현실적인 결말로 끝나는 것은 바로 한때 모든 민족이 화합하며 살았던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작가의 향수를 나타낸다. 제목의 '옛날 옛적에 있었던 한 나라'는 바로 유고슬라비아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유고슬라비아가 그런 화합적인 나라였는가 하는 것에는 사실 의문이 있다. 유고슬라비아는 흔히 '1234567'이라고 통하기도 했다. 이는 하나의 연방, 2개의 문자(로마자, 키릴문자), 3개의 종교(가톨릭, 정교회, 이슬람교), 4개의 언어(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 슬로베니아어, 마케도니아어, 알바니아어), 5개의 민족(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슬로베니아인, 마케도니아인, 알바니아인 - 실제로는 소수민족이 좀 더 있지만 주요 민족만 쳤을 때 5개), 6개의 구성국(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7개의 인접 국가(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알바니아)를 가진 나라라는 뜻이다. 이런 복잡한 나라에 갈등이 없을 수 없었고, 특히 유고 군부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던 세르비아인의 타 민족에 대한 우월감과 강압적인 태도는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갈등을 억지로나마 하나로 묶어 오던 게 지도자 티토의 카리스마였다. 그는 유고슬라비아 각 민족의 대립을 줄이고, '5개의 민족'이 각자의 민족의식을 가지기보다는 '유고슬라비아인'으로서의 민족의식을 가지기를 원했던 것이다. 실제로 혼혈이 지속되면서 유고슬라비아 말기에는 어떤 특정 민족의식을 가졌다기보다 '유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젊은 세대가 소수나마 등장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티토의 죽음과 함께 유고 연방은 점차 와해되어갔고, 유고 내전을 겪으며 오늘날 유고슬라비아라는 나라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과거 연방의 6개 구성국들은 2006년 몬테네그로를 마지막으로 모두 분리 독립하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이 소설은 평상시에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였던 동유럽의 발칸 반도의 현대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으로만도 의의가 크고, 이 점은 다양한 언어권의 다양한 작품 번역을 모토로 삼는 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 쪽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예술성으로 볼 때도 이 작품의 특이하고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과, 그 속에서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상징성은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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