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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은 1911년 발표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나가이 가후(永井荷風)의 극찬을 받았다. 다니자키 초기 문학의 여성 숭배 마조히즘적인 성격이 잘 드러난 단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의 특징은 바로 등장 인물들의 연령이다. 제목이 '소년' 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작중 주인공인 하기와라와 친구인 신이치, 센키치는 10살 안팎의 어린 소년이고, 첩의 자식으로 이복누나인 미쓰코도 13~4살 가량의 어린 소녀이다.
소설은 하기와라가 신이치의 집에 놀러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신이치는 학교에서는 겁쟁이나 울보로 취급받으면서 친구도 제대로 없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지만, 집안이 빵빵한 아이로 자기 집에서는 작은 폭군처럼 행세를 한다. 그는 학교에서는 골목대장으로 위세를 떨치는 센키치를 마구 이름을 부르면서(* 일본에서는 아주 친한 사이거나 아주 하대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부려먹는데, 이것은 센키치가 신이치 집안 마부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센키치는 학교에서는 기세등등하지만 신이치의 집에만 오면 철저히 신이치의 하인이 되어 무슨 명령에든지 절대복종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 소설의 중심인물은 단연 신이치의 이복 누나 미쓰코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남동생과 남동생의 친구들의 짓궂은 유희(여우 잡기 놀이)에 참여하여 여우 역할로 희롱당하게 된다.
"센키치, 이 여우를 묶을 테니 네 허리띠를 빌려 줘. 그리고 날뛰지 못하게 둘이서 이 년의 발을 누르고 있어.'
나는 이 이전에 본 에도 시대의 대중 소설 중에서 하타모토(쇼군 직속의 상급 무사)인 젊은 무사가 동료와 힘을 합쳐 미인을 약탈하는 삽화를 떠올리면서, 센키치와 함께 옷자락에 무늬를 넣어 염색한 옷 위에서부터 두 다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 동안 신이치는 간산히 미쓰코의 손을 뒤로 묶어서 툇마루의 난간에 동여매었다.
'하기와라, 이 년의 허리띠를 풀어서 재갈을 만들어서 물려.'
'좋아'
라고 답하며, 나는 즉시 미쓰코의 뒤로 돌아가서 심황으로 물들인 노란 비단 허리띠를 풀어 묶어서 땋아 올린 머리카락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옷깃이 긴 목덜미에 손을 집어넣고, 촉촉하게 기름에 젖어 있는 부분의 밑에서부터 귀를 스쳐 아래턱 주위를 두 번 정도 감아올려 힘껏 집어당겼다. 그 때문에 비단이 아랫볼이 볼록해진 뺨에 파고들어, 미쓰코는 금각사의 유키히메처럼 몸부림치며 괴로워했다.
이들의 짓궃은 유희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신이치가 인간, 다른 세 명이 개가 되어 신이치의 발가락과 발바닥을 햝기도 한다. 신이치의 요구는 점차 에스컬레이트되면서 사디스틱의 도는 강해져 간다. 특히 미쓰코는 남자아이들에게 자기 쪽에서 접근하여 짓궃은 장난을 오히려 즐기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어느 날 하기와라와 센키치가 미쓰코와 밤중에 만날 약속을 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미쓰코와 세 남자아이의 위치는 갑자기 역전된다.
'자, 센키치는 여기에 있어.'
이렇게 말하면서 미쓰코는 양초 아래를 가리켰다. 보니 촛대라고 생각했던 것은, 센키치가 손발을 묶여서 웃통을 벗은 채, 이마에 초를 얹고 고개를 쳐든 채 앉아 있는 것이었다. (중략) '하기와라, 이제부턴 신이치의 말 따윈 듣지 말고, 내 시종이 되지 않겠어? 싫다고 하면 저기 있는 인형처럼, 네 몸에 뱀을 몇 마리라도 휘감기도록 할 거야.' (후략)
그 다음날부터 나도 센키치도 미쓰코의 앞에 나가면 고양이처럼 얌전해져 꿇어앉고, 이따금 신이치가 누나의 말에 거역하려고 하면 순식간에 잡아 눌러 인정사정없이 묶기도 하고 때리기도 했기 때문에, 그렇게도 오만하던 신이치도 차차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 누나의 시종이 되어, 집에 있어도 학교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비굴하게 변해버렸다. 셋은 무언가 새롭고 진기한 놀이 방법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기뻐서 미쓰코의 명령에 복종하고, '의자가 되거라' 고 하면 즉시 엎드려 등을 대었고, '재떨이가 되거라' 라고 하면 곧 정좌하여 입을 벌렸다. 미쓰코는 점차 우쭐해져 세 명을 노예나 마찬가지로 부려먹었는데, 목욕 후 손톱을 깎도록 하거나, 콧구멍 청소를 명하거나, 오줌을 마시게 하거나, 시종 우리들을 옆에서 시중들도록 하여, 오랫동안 이 나라의 여왕이 되었다. (후략)
전형적인 다니자키 문학의 구도이다. 여성이 남성을 마조히즘적으로 지배하고, 남성은 그에 복종하면서 오히려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저 변태적인 소설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네 소년 소녀는 기본적으로 성(性)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그런 무지한 소년 소녀의 놀이는 그저 본능적인 감각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희롱하면서 그 정도를 더해 간다. 이런 점이 이 작품을 단순한 에로티시즘적인 소설이 아니라 서정성을 더해 가는 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중 등장하는 미쓰코의 피아노 연주 등 생활상의 묘사가 그런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황순원의 '소나기' 가 떠올랐다. 물론 그야말로 순수하디 순수함의 극치인 '소나기'와 이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서정성이라는 면에서 나는 소나기와 이 작품에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덧붙이자면, 이 단편은 그 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쓴 여러 소설의 원형이 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후미코의 발'이나 '미친 노인의 일기' 같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후기작품에서 나오는 에로티시즘과 마조히즘적인 성향의 원형이 바로 이 '소년'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금각사의 유키히메
초지일관 마조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