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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미번역작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겁없이 시작은 했는데 초반엔 진짜 고생스러웠다.

페이퍼백 1페이지 입력하고 번역하는데 2시간씩 걸림..

진짜 작가를 죽이고 싶었고

대학 교양영어도 발표하기 싫어서 결강하던 

병신같은 영어실력을 가진 주제에 

이걸 시작한 내가 얼마나 상병신이었는지 매번 느끼면서 속으로 울었음..

고통 90%에 보람 10% 정도.


근데 하다보니까 이력이 붙더라. 

그리고 조금 일찍 출근해서 부담없이 초벌 번역하고, 

퇴근 후 잠자기 전에 매끄럽게 가다듬는 방식으로 하다보니까

이젠 고통은 거의 30% 이하로 경감되었고 행복과 쾌락이 70%를 상회함. 


농담이 아니라 요즘엔

맛있는 걸 먹거나 섹스 하거나 업무가 잘 풀릴 때, 

심지어 쇼핑할 때 느끼는 즐거움보다

이걸 붙들고 번역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 더 큼.

불가능한 가정이지만 이게 만약 돈받고 하는 일이었다면

존나 머리 아팠겠지만, 오역이 없어야 한다는 부담이나 마감에 대한 걱정도 없이

순전히 나만을 위해 하는 작업이 주는 즐거움이란..


가장 짜릿할 때는 좋은 문장, 이야길 만날 때이기도 하지만


오전에 초벌 번역하면서 혹은 마치고 난 후에도 존나 뭔 개쌉소린지 알 수 없었던 부분이

(아마도 하룻동안 무의식의 영역에 계속 결려있다가)

퇴근 후에나 차후에 처음부터 다시 읽을 때 딱! 의미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내가 생각해도 진짜 좋은 번역으로 변모하는 순간임.


레알 오르가즘.. 


이런 순간엔 너무 신나서 막 주변 사람, 가족들, 단톡방에다 문장 올리고

존나 좋지 않냐고 막 떠벌이는데 반응 싸한 거 보고 접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느끼는 행복감이 줄어드는 건 아님.. 


오히려 막 와, 지금 이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적어도 대한민국 한정 나말곤 거의 없겠지??

싶으니까 더 레알 황홀함..


그러니 독붕이 니네들도 각자 빠는 작가들 미번역작 번역 시작해라.


진짜 한 2주만 하면 내 말이 무슨 얘긴지 절감할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