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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의 새로운 단편집의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종이 동물원>에 대한 좋은 기억 탓에 곧바로 지원했고 이렇게 선발되었다. 헌데,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 단편집을 읽었을 때 느꼈던 것을 이번 단편집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꼈다. 켄 리우를 신흥 SF 작가로서 소개하는 건 좀 어폐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여기서 SF의 정의니, Sci-Fi니 Speculative Fiction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이 단편집에서나 <종이 동물원>에서나 아무래도 판타지스럽거나 사실적인 글들이 더 재밌게 읽힌다는 걸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켄 리우의 글들은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매우 감성적이다. 필체는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스러운 감성적보다는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과 같은 감성에 더 가깝다.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은 테드 창을 꽤나 연상시킨다. 테드 창의 글 역시 (자주 되곤 하는) 외삽법 자체보다는 이미 제시된 가능세계에서의 삶을 그리는 데에 있다고 보고, 이 점은 켄 리우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이 부분 때문에 SF와 판타지가 섞인 듯한 글을 쓴다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리라. 하지만 테드 창과 켄 리우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소재를 고르느냐에 있다고 본다.
<종이 동물원>에서 731부대나 문화 대혁명, 2세대 중국계 미국인의 소수자로서의 의식을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단편집에서도 그런 소재들이 자주 보인다. <달을 향하여>와 <모든 맛을 한 그릇에-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가 그 예시다. 실제 사건이 아니더라도 중국적인 소재를 쓴 단편들이 많다. <심신오행>과 <매듭 묶기>가 그렇다. 물론 다 괜찮게 읽기는 했지만, 가장 SF적이었던 <심신오행>과 대체역사스러웠던 <군신 관우>가 가장 별로였다. 대조적으로 <달을 향하여>와 <매듭 묶기>는 이 책에서 가장 재밌게 본 글들에 꼽힌다.
<달을 향하여>는 아무리 봐도 SF스러운 면이 거의 없다. 장르적이진 않고, 단지 잘 쓴 소설이다. 중국 설화를 바탕으로 실제를 설화로 비유하며 교차로 진행하는, 재밌는 글. 정말로, 이 글이 가장 재밌었다는 게 감상의 서두를 SF에 대한 말로 시작한 이유다. 이 사람은 SF가 아닌 글을 쓰는 데에 훨씬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매듭 묶기>처럼 미묘하게 현재 시점에 가까워 보이는 SF까지도 괜찮다. 하지만 나머지는 과연? 싱귤래리티 3부작 같은 경우에도, 재밌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큰 임팩트를 느끼진 못했다.
<만조>는 또 다른 생각을 갖게 해줬다. 여기에서 SF적인 요소는 SF의 장르적 특성으로서 쓰였다기보다는, 오히려 칼비노가 환상성을 강조하기 위해 과학 용어를 갖다 쓴 것과 비슷하게 읽힌다. 가까워지는 달을 향해 쏘아지는 칼날 같은 탑이란. 그리고 이를 읽고 나서 <달을 향하여>의 첫 부분, 도망치던 와중에 가까워진 달을 보고 거기에 닿고자 나무를 올라 막 손이 닿는 묘사를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이란. 그러니 더더욱 아쉬울 수밖에.
그에 반면 <심신오행>은 상당히 히피스러웠다. 중국의 한의학을 실제 논문인 장내 박테리아와 우리의 기분 사이의 관계와 엮어 써냈는데, 내가 좀 예민한 사람인 탓도 있겠지만 솔직히 한물 간 뉴웨이브의 그리 반갑진 않은 특성을 다시 보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감정을 잃은 것 같아요, 라니. 많은 SF 독자들이 나와 비슷한 감상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들 정도. 하지만 이야기가 재밌으니 괜찮았다. <군신 관우>는, 정말 좀 아니었다. 마치 <박씨전>을 읽고 있는 것만 같은 그 고전적인 영웅과, 그 영웅이 헤쳐나가는 소수 민족의 설움과, 차별을 이겨내는 중국인들과, 화목해진 마을 주민들과...... 여기까지만 하자.
결국 문제는 거기에 있다고 본다. 특정 문화권을 알아야 하는 소재는, 그 소재에 대한 설명을 위해 원래라면 장르적인 설정이나 문법 따위를 위해 투자될 점유율을 낮춘다. 결국 나름 생소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좀 흔하게 느껴지는 글이 나오거나, 장르적인 설정들이 희박해진 글이 나온다. 나는 이런 소재에 한해선 후자를 더 지지한다. 실제로 글을 보면 그렇게 읽혔으니 아쉬운 일이다.
허나 여기까지만 말하면 매우 중요한 정보 하나를 고의적으로 누락한 꼴이 될 것 같아서 추가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책을 허투루 읽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만 있다면, 그 이유를 이 글들이 단순히 상당히 재밌다는 점에서 찾겠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사실 그 점을 생각하면, 이미 배부르게 밥을 다 먹은 사람이 그 다음에야 '아, 이런 이런 점 때문에 많이 아쉽네.....' 하는 사치스러운 불평에 불과하다. 감상문을 다 쓴 다음에야 비로소 이 점을 깨달았다. 각광받는 작가에겐 사실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이런 점이 바로 그에게 필요한 속성이고, 그는 실제로 이를 갖고 있다.
빠르네 ㄷㄷ
표지 ㅆㅅㅌㅊ ㅋㅋㅋ ㅇ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