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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네. 그동안 바빠서 독후감을 못 썼어. 이제부턴 좀 활발히 활동할 거야.


1세대 학자들의 역할

-일곱 원로에게 듣는 한국 고고학 60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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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이란 학문은 현재 한국에서 그렇게 잘 알려진 학문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 인디아나 존스로 알려져 있으나 고고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대학에서도 고고학은 그다지 인기 있는 전공이 아니다. 고고학과가 단독으로 있는 대학의 수도 적고 대부분은 미술사학과나 인류학과와 같이 존재하거나 사학과에서 전공의 일부로 배울 뿐이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현재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연구자들의 수 또한 다른 인접 학문에 비해 많지 않은 것 또한 대한민국 고고학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다. 하물며 대한민국 고고학 원로들이 활동했을 당시인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기간은 고고학자로 활동하기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을 필자가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원로들 중 순수 고고학 전공자는 한 명도 없을뿐더러 전공이 사학이 아닌 사람도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한국 최초의 고고학 전공이 1960년대 초반에 생긴 것을 감안하더라도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고고학을 비롯한 학문의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시기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대한민국은 1960~70년대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이에 맞추어 학문의 체계도 점점 잡히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진들을 교육해야 할 석. 박사급의 인재는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1세대 연구자들은 학문의 체계를 세우는 데에 집중해야 했다.

고고학은 더욱이 전공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학문의 체계화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전술한 시기는 실용 학문 위주로 투자가 이루어졌기에 고고학을 발전시키기 더욱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로들은 고고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많은 학문에서 1세대 연구자들은 가장 어려운 동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1세대 연구자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쌓아 올린 결과물은 2세대를 넘어 3세대까지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불안요소를 안고 있기에 1세대 연구자들은 전술한 역할을 맡게 된다.

사실 이는 고고학, 더 나아가 역사학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어떤 나라. 어떤 학문이던 간에 1세대 연구자들은 많은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시대적 배경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의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는 핍박을 받았고 냉전기의 대한민국에서 북한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자료를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특정 학문을 발전시킨 원로들의 업적은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특히 고고학의 경우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 하고, 당시 대한민국의 발굴 여건 상 많은 지원을 못 받은 상태에서 현재 수준까지 온건 1세대 학자들의 땀과 노력 덕분이다.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더 나은 연구 환경을 위해 원로의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견해가 교조화 되는 양상을 보여서는 안 된다. 필자가 선택한 책이 원로들에게 조언을 듣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이들의 경험과 조언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당시의 연구 환경과 지금의 연구 환경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고, 엄연히 지금 학자들의 연구 방법에서 더 효율적인 부분도 있을 텐데도 1세대 학자들이 너무 본인의 경험에만 의지하여 현 고고학계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실 한 학계의 원로학자라고 하더라도 시대와 학문이 발전하면서 그들의 주장은 반박당하고 과거의 학설로 남게 된다. 학문은 오랜 세월 동안 그렇게 발전해왔고 이는 고고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고학이 다른 인접 학문에 비해 현장의 중요성이 크다고 해도 유물을 해석하는 방법은 시대마다 차이가 있고, 발굴법과 보고서를 쓰는 형식 또한 마찬가지이다. 비록 저서에서 야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요성이 점점 감소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경험과 맞지 않는 것 들이 점점 늘어남에도 그들의 경험만으로 학계를 진단한다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필자는 원로 학자들의 풍부한 경험이 쓸데없다고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원로 학자들의 경험과 학설이 비판당하고 점점 현 상황과 괴리된다는 것은 학문이 발전했다는 방증이기에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1세대 학자들의 학설이 비판받고 그 학설을 바탕으로 새로운 학설이 등장하는 것은 학문의 선순환을 의미하고, 이러한 학문의 선순환이 결국 학문의 발전을 이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원로 학자들의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연구방법론의 적용은 고고학 뿐 아니라 다른 학문에도 필요하다. 특히 역사학에서는 늘 새로운 사료가 발견되고 같은 사료에서도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기에 새로운 연구방법론의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하여 새로운 연구방법론의 적용을 위해서는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학자들도 늘 새로운 연구주제를 찾고 새로운 학설과 유행에 맞는 연구방법론을 적용시켜 본인의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앞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전공학문과 상이한 학문분야를 전공한 학자들의 경험 역시 후대 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록 지금처럼 학문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던 시절이라 할지라도 다른 학문을 전공한 사실은 그 학문의 연구방법론을 고고학 및 역사학에 적용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원로 중 한 명으로 대담을 한 김정기 교수도 건축학을 전공하고 그 기반 지식을 바탕으로 신라시대 고분 발굴을 한 사람이다. 즉 다른 학문을 전공해 본 원로의 경험이 서로 다른 학문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학부부터 고고학을 전공하여 그 학문의 연구자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원로들처럼 학부에서는 다른 전공을 택했으나 대학원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경험도 학문 발전에 큰 힘이 된다.

1세대 학자들이 맡아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인접학문과의 연구를 독려하는 일이다. 고고학은 단순히 선사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발굴을 통해 알려주는 학문이 아니다. 고고학은 역사학, 특히 고대사 연구와 미술사 연구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선 한국 고대사는 자료의 빈약함으로 문헌 연구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당시의 생활상과 권력 구조를 알려주는 고고학은 매우 중요하다. 미술사에서도 고고학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땅 속 깊이 묻혀 있는 유물의 경우 이를 분석하기 전에 발굴을 먼저 해야 하고, 발굴 후에도 유물을 세심히 다루기 위해서는 고고학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인류학이나 사회학에 있어서도 유물을 토대로 해당 사회를 유추 가능하기에 고고학은 필요하다. 책에서도 원로들이 강조하는 부분이 인접 학문과의 공동 연구이기에 고고학의 원로들도 이를 인지하고 중요시하고 있었다.

1세대 학자들이 해야 할 또 다른 역할로는 해당 학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 호소이다. 물론 한정된 예산 내에서 지원을 해야 하고 원로들이 활동하던 시기처럼 권력자 1인이 국가의 예산 활용에 적극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인문학이 위기에 있는 때에는 원로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1세대 학자들은 연륜에서 누구보다도 앞선 전문가들이다. 따라서 그 전문가들이 정부에 해당 학문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많이 내놓아야 한다.

한국의 고고학은 여타 인문학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먹고 살기 급급했던 시대에 국토개발보다 문화재의 발굴과 보호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고고학의 기치가 많은 정부 관료들에게 있어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렸을 수 있다. 그러나 고고학 원로들은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고학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1세대 학자들이 어렵게 닦아놓은 길을 지금 2세대, 3세대 학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우리는 항상 그들의 노고를 기억해야만 한다.

현재 1세대 학자들은 대부분 연로하거나 세상을 떠난 상태고 고고학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더더욱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은 많다. 한국 고고학, 더 나아가 학문 전체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자가 전술한 것과 같은 역할을 1세대 혹은 2세대 학자들이 잘 해나가며 현재 학문 최전선에 있는 학자들과의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