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내 상상은 확장되었다. 어쩌면, \"나\"라는 존재 또한 마치 지면의 울렁거림처럼 실재하지 않는 환상이 아닐까. 내가 느끼는 내 모든 감각, 보고, 만지고, 느끼는 그 모든 감각이 사실은 실재하지 않는 허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토가 날 만큼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허구인지 아닌지 증명하지 못하는 이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추구하고 나아가는 것은 단순히 무대 위의 광대와 다를바가 없는 것이 아닌가. 무대위의 광대는 위대하지 않다. 광대는 개척하지도 않고, 나아가지도 않는다. 그저 대본대로 연기할 뿐이다. 모든 것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허구의 무대일 뿐. \"보여준다\"는 의미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
헛구역질이 났다.\"우웩\"\"웩\"\"켁... 켁...\"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나의 상상은 이어졌다. 나는 내가 있었던 일들이 모두 실재했던 일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간절하게 상상했다. 내 경험이 모두 실재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나는 과거에 읽었던 \"통속의 뇌\"가 떠올랐다. 지금 내가 상상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과 동시에 그 이야기를 떠올려보기로 했다. 그 당시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핵심구절을 외우기를 즐겨했던 나는 어렵지 않게 핵심 세문장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내가 실재하는 세계에 대해 알고 있다면, 나는 통 속의 뇌가 아니다.나는 내가 통 속의 뇌가 아닌지 알지 못한다.그러므로, 나는 실재하는 세계를 모른다.
이렇게 세 문장을 입으로 망연자실하게 내뱉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세계들은 항상 찬란했다. 그래서 나는 급기야 세계에 실재하는 인간이라는 나의 모습이야말로 진짜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세뇌시켰다. 분명,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그런 당연한 일이다. 또한, 우리가 느끼는 것들이 실재하지 않는 것임을 증명하라고 하여도 그것도 불가능하다고 깨달았다. 즉, 우리가 느끼는 것이 실재하지 않는 것임을 증명할 수도 없으니 분명 내 찬란했던 그것들은 실재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되뇌였다.
의심은 완전히 싹을 자르지 않는다면 무한히 재생하는 어떤 자연의 생명력과도 같다. 싹을 남겨뒀던 그 의심들은 완전히 잘려나가지 못한 채 머리 구석을 돌다가 마치 어둠의 마수처럼 되살아난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것이 실재하지 않는 것임을 증명할 수 없다고 그것이 실재했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진정한 해답이 될수 없다는 것을. 그것은 단지 내 마음속 그것들을 위해, 간곡히 내 무지에 호소한 것임을.
역시 나는 그 찬란함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 나는 인간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실재를 증명하지도 못하며 찬란함을 이야기하는 어리석은 존재라고 좌절했다. 나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이제야 20살 이 갓 지난 나에겐 앞으로 벌어질 일들도 너무 막막했다. 그러면서도 문득 새로운 생각에 빛이 돋아났다. 무대 위 광대더라도 분명, 광대가 이어나가는 이야기 또한 훌륭한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에서 자아내는 빛이 찬란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여름의 아지랑이 속에서 한 망상을 뒤로한 채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깨달은 느낌이 들었다.
중학생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