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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건, 중고책을 팔아서 얻은 적립금이 없어지기 써야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고전이기 때문에 오래전에 장바구니에 넣어 놓았고, 또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 중 가장 쌌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사건을 순전히 다양한 우연들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을 제대로 읽은 독자라면 그렇게 해석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지는 차차 설명드립니다.
이 책은 카 교수가 수업을 위해 적어둔 강의노트이다. 총 6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역사와 사실, 개인, 과학, 우연, 진보 등의 문제를 다룬다.
'역사는 위인들의 전기다'라는 말은 옳은가? 역사는 결국 수많은 우연들의 연속에 불과한가? 사회가 진보한다는 믿음은 환상인가? 하는 것들이다. 이 책의 대단한 점은, 카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펼치는 논증이 무척 설득력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매우 간단하다.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자. 역사는 위인들의 전기인가? 아니다. 모든 개인은 사회의 산물이다. 사회가 용인하지 못한 위인이 훗날에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니체는 그의 철학에서 힘과 귀족주의를 강조한다는 이유로 100년 뒤 나치에 의해 추앙받았다. 제정 러시아의 농민반란은 반사회적인가? 애초에 생활이 풍족했다면 반란이 일어났을까? 결국 반사회적으로 보이는 그 행동도 사회적인 것이다. 역사는 특출난 개인의 전기가 아니다. 덧붙여, 모든 운동가의 뒤에는 군중이 있었다. 레닌은 볼셰비키가 없었어도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었을까? 이런 식이다. 어떤 주장을 반증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공고히 하는데, 그 논리적 완결성과 글의 짜임새가 훌륭하다.
우리는 역사를 왜 배워야 할까. 결국 역사는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학문이다. 장례가 고인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죽은 사람이 장례로 위로받는다고 어떻게 확신하나. 장례는 떠나간 이보다는 남겨진 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도 과거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지금 땅 위에 발 딛고 서 있는 우리를 위한 학문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은, 그 좌절을 조금 보류해 두어도 좋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로 인류가 핵전쟁으로 망할 뻔 했으나, 지금 지구상에 핵폭탄으로 없어진 나라가 있는가? 인간은 학습능력이 꽤 뛰어난 동물이다. 과거로 부터 배워 현실의 문제와 요구사항을 해결하는 과정, 이 과정을 진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진보하고 있다.
자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사건을 카는 어떻게 해석할까. 적립금, 책의 가격, 책의 유명세라는 우연적인 원인도 있지만,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있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어렸을 때부터 책과 가깝게 지낸 것이 크다. 그러면 책을 읽게 된 데에 큰 영향을 미친 인과는 내가 어릴 때부터 접하여 책을 좋아하고, 잘 읽게 되었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적립금을 받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이 책을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닌이 없었어도 결국 러시아혁명은 일어나게 되었을 것처럼 말이다.
현재는 카의 이런 관점도 비판을 받는 다고 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그게 진보인가, 진보란 무엇인가하는 문제들. 이성을 지나치게 신용한다는 주장. 카는 이런 비판들을 환영했을 것같다. 이런 비판도 결국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사가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이 책에 나온 명언으로 독후감을 마무리하고 싶다.
"역사가와 자료수집가를 나누는 기준은, 역사가는 자료를 통해 해석을 한다는 점에 있다."
역사의 정의 란게 있을까? 싶은데도 아주 쉽게 쓴 명저.
패자의 기록. 관점은 완전히 다른걸데....
감상은 개추
잘 읽었습니다 - dc App
잘 읽었습니다. 1장만 세번 도전하고 포기 했던 책인데 다시 꺼내야겠네요
좋은 책 좋은 감상문 아주 좋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