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문체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더럽게 재미없지만. 이광수의 업적은 소설을, 그것도 장편소설을 썼다는 행위 그 자체에 있음.

김동인은 초기 중단편을 쓰면서 '단어가 없어서 죽는 줄 알았다'고 함. 아예 소설 구상을 일본어로 하고, 그걸 조선어로 머릿속에서 번역해가면서 쓰는 식으로 집필을 했다고 하지. 고작 해봐야 조선말로 된 소설이란 게 번역서나 유학생들이 찌끄려 놓은 폐기물급 습작밖에 안 되던 시절에 이광수는 조선말로 무려 장편소설을 써놓은 거임. 어찌보면 이들의 습작은 곧 시대의 습작이었고, 한국어라는 언어 자체의 습작이었다고 할 수 있음.

어떻게 보면 지금 네가 읽고 있는 모든 한국어로 쓰인 문학 텍스트(한국문학이든 번역서든)는 모두 이광수에게 빚을 지고 있는 거임.

모든 언어가 근대문학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님. 오늘날의 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근대 이후의 소설은 서구에서 이식된 거고. 결국 서구어의 틀에 맞게 정리되고 체계화되고 변화해야만 그 언어는 근대문학을 낳을 수 있음. 이광수를 비롯한 좆도 재미없는 초기 한국문학의 업적은 한국어를 '문학할 수 있는 언어'로 만들고 개척했다는 사실에 있음. 이광수가 최초의 장편소설인 '무정'을 내놓고 30년도 안 지나서 이상의 저작 같은 모던한 소설이 한국어로 나온 건 정말 어마어마란 대장정이라 할 수 있는 거고...

물론 좆도 재미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