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개할 겉절이는 독갤러들이 가장 좋아하는 겉절이 시인 중 하나인 “황병승”
의 스승인 김혜순이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라 황병승이 서울예대 재학 중일 때 배운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황병승의 시를 보다보면 김혜순이 살짝 살짝 보이기도 한다. (황병승의 첫 시집인 여장남자 시코쿠를 보면 김혜순 시를 인용한 시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김혜순이 여장남자 시코쿠를 비평한 글이 있다.
독갤에서 거의 언급이 안 되는 시인이지만 한 번 인터뷰로 올라왔었다. 상당한 혐성을 보여주는 인터뷰였던...
http://m.dcinside.com/board/reading/118151
그리고 그리핀 시 문학상을 받은 시인이다. 어디 강등따리 ㅈ밥팀이랑 이름이 비슷하지만 상당히 권위 있는 세계적인 문학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김혜순에 대해 따로 운영하는 사이트가 있으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번역된 작품이 꽤나 있어 보인다.
https://www.poetkimhyesoon.com/
또한 독갤에서 인기많은 겉절이 작가 중 하나인 기형도보다 5살 더 많은 누나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겉절이라는 표현이 애매하긴 하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시집을 내고 있는 시인이다. 최근 시집은 작년에 나왔다.
81년부터 지금까지 문학과지성사에서 총 12권의 시집을 냈다. 아마 한국에서 가장 많이 시집을 낸 시인이 아닐까 싶다.
황병승의 스승이라는 거에서 볼 수 있듯이 김혜순 또한 상당히 장난 아닌 시들을 쓴다. 많은 시집 중에서 이번 글에서는 작년에 나온 “날개 환상통”을 소개하고자 한다.
보통 겉절이 시집들은 100페이지 내외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날개 환상통” 은 312페이지로 다른 시집 두세권의 분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집 가격은 비슷하니 완전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다.
남의 책장 사진인데 딱 봐도 "날개 환상통"만 두꺼워 보인다.
또한 “그 쪽 사상”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그래서 독갤에서 자주 언급이 안 되는 거 같지만, 그래도 시를 정말 잘 쓰니 읽어볼만한 시집이다.
그리고 사실, 젊은 뭐시기 상이랑은 달리 시는 ”누구 가르치듯이, 훈계하듯이 쓰면 ㅈㄴ 못쓴 시라고 평을 받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그 쪽 사상”이라는 느낌이 잘 안 든다. 그리고 그 메시지만 있는 시도 아니라서 “그 쪽 사상”으로 읽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시이다.
그렇다면 한 번 시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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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시집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하는 순서
그 순서의 기록
신반을 벗고 난간 위에 올라서서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면
소매 속에서 깃털이 삐져나오는
내게서 새가 우는 날의 기록
새의 뺨을 만지며
새하는 날의 기록
공기는 상처로 가득하고
나를 덮은 상처 속에서
광대뼈는 뾰족하지만
당신이 세게 잡으면 뼈가 똑 부러지는
그런 작은 새가 태어나는 순서
새하는 여자를 보고도
시가 모르는 척하는 순서
여자는 죽어가지만 새는 점점 크는 순서
죽을 만큼 아프다고 죽겠다고
두 손이 결박되고 치마가 날개처럼 찢어지자
다행히 날 수 있게 되었다고
나는 종종 그렇게 날 수 있었다고
문득 발을 떼고
난간 아래 새하는
일종의 새소리 번역의 기록
그 순서
밤의 시체가 부푸는 밤에
억울한 영혼이 파도쳐 오는 밤에
새가 한 마리
세상의 모든 밤
밤의 꼭지를 입에 물고 송곳같이 뾰족한
에베레스트를 넘는 순서
눈이 검고 작아진 새가
손으로 감싸 쥘 만큼 작아진 새가
입술을 맞대어도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는 새가
새의 혀는 새순처럼 가늘고
태아의 혀처럼 얇은데
그 작은 새가
이불을 박차고 내 몸을 박차고
흙을 박차고 나가는 순서
결단코 새하지 않으려다 새하는 내가
결단코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라고 말한ㄴ 내가
이 삶을 뿌리치리라
결단코 뿌리치리라
물에서 솟구친 새가 날개를 터는 시집
시방 새의 시집엔 시간의 발자극이 쓴 낙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연필을 들고
가느다란 새의 발이 남기는 낙서
혹은 낙서 속에서 유서
이 시집은 새가 나에게 속한 줄 알았더니
내가 새에게 속한 것을 알게 되는 순서
그 순서의 뒤늦은 기록
이것을 다 적으면
이 시집을 벗어나 종이처럼 얇은 난간에서
발을 떼게 된다는 약속
그리고 뒤늦은 후회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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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첫 번째 시로 이 시집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주고 암시하는 시인데, 벌써부터 장난 아니다.
시인은 자신이 새가 되어 아픔을, 고통을 낱낱이 기록한다. 아주 연약하고 힘없는 새가 되어서.
그렇다면 표제작을 한 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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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환상통
하이힐을 신은 새 한 마리
아스팔트 위를 울면서 간다
마스카라는 녹아 흐르고
밤의 깃털은 무한대 무한대
그들은 말했다
애도는 우리 것
너는 더러워서 안 돼
늘 같은 꿈을 꿉니다
얼굴은 사람이고
팔을 펼치면 새
말 끊지 말라고 했잖아요
늘 같은 꿈을 꿉니다
뼛속엔 투명한 새의 행로
선글라스 뒤에는
은쟁반 위의 까만 콩 두 개
(그 콩 두 개로 꿈도 보나요?)
지금은 식사 중이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나는 걸어가면서 먹습니다
걸어가면서 머리를 올립니다
걸어가면서 피를 쌉니다
그 이름, 새는
복부에 창이 박힌 저 새는
모래의 날개를 가졌나?
바람에 쫓겨 가는 저 새는
저 좁은 어깨
노숙의 새가
유리에 맺혔다
사라집니다
사실은 겨드랑이가 푸드득거려 걷습니다
커다란 날개가 부끄러워 걷습니다
세 든 집이 몸보다 작아서 겁습니다
비가 오면 내 젖은 두 손이 무한대 무한대
죽으려고 몸을 숨기러 가던 저 새가
나를 돌아보던 순간
여기는 서울인데
여기는 숨을 곳이 없는데
제발 나를 떠밀어주세요
쓸쓸한 눈빛처럼
공중을 해매는 새에게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고
들어오면 때리겠다고
제발 떠벌리지 마세요
저 새는 땅에서 내동댕이쳐져
공중에 있답니다
사실 이 소리는 빗소리가 아닙니다
내 하이힐이 아스팔트를 두드리는 소리입니다
오늘 밤 나는
이 화장실밖에는 숨을 곳이 없어요
물이 나오는 곳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나를 위로해주는 곳
나는 여기서 애도합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검은 날개를 들어 올리듯
마스카라로 눈썹을 들어 올리면
타일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나를 떠밉니다
내 시를 내려놓을 곳 없는 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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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아스팔트로 점점 녹아들어가는 여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나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새와 동일화된다.
이처럼 김혜순은 시에서 몸의 고통, 아픔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표현한다. 그렇기에 시에서 처절함이 많이 느껴진다.
바로 이러한 점이 김혜순 시의 특징이다. 때로는 수치스럽게, 그로테스크하게 몸의 아픔을 표현하는.
그래서 이 시집을 읽으면 독자들은 계속해서 아파할 수밖에 없다.
김혜순 시의 특징 중 하나는 시집 안의 모든 시들이 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해보고 싶다면 꼭 “날개 환상통”을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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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이라 분량 조절이 잘 안 된거 같다...
암튼 호응 좋으면 이 시리즈 계속해서 이어서 쓸 예정
다음 글은 나름 겉절이 소설 중에서 써볼까 함
페미든 뭐든 일단 잘 쓰면 장땡이지 ㅋㅋ
불쌍한 사랑기계 추
겉절이 발굴 시리즈구나 개추!
김혜순 좋지 한 잔의 붉은 거울하고 피어라 돼지는 ㄹㅇ ,,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