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통한 가격경쟁을 하려면 일단 원가 절감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책의 원가는 어디서 절감해야 하는가. 종이 등 책의 물질적 원료를 제하면 남은 것은 저자와 편집자의 임금뿐이다. 유통업체들은 본질적으로 이해관계에 기반해 행동하는 기업이다. 손해보는 장사는 없다. 도서시장을 장악한 대형 유통업체들이 할인을 하면 그 할인비용은 고스란히 출판사와 저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가격경쟁을 한다면 무엇과 경쟁을 한다는 얘기인가. 삼성의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의 경쟁은 분명 가능하다. 그러나 같은 저자의 같은 저서가 아닌 이상 서로 다른 책끼리의 경쟁은 가능한가? 가령 4백쪽 짜리 책이 A출판사에서는 만 구천원에, 3백쪽 짜리 책이 B출판사에서는 이만 원에 판다고 해서 전자의 구입이 더 합리적 소비라 할 수 있는가?

책의 가치는 그 고유한 지적 가치에 기반한다. 그렇기에 출판사는 그 고유한 가치와 그러한 가치를 구매할 독자층을 계산하여 적정한 가격선을 책정한다(물론 여기서 '적정함'을 책정하는 데에 있어서의 책임은 전적으로 출판사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통업체라는 외부요인이 개입해 가격을 제멋대로 흔들어 버리면 결국 출판시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