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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3주에 걸쳐서 다 읽었다. 물론 1부씩 읽느라+외부일정 때문에 늦은 거긴 하지만, 이걸 도저히 풀악셀로 밟아 읽을 수가 없더라. 물론 마지막 9 10 11부는 연달아 읽고 탈진했음^^ 스포 조지게 많으니까(그냥 거의 다 얘기한다고 보면 됨) 조심하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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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광기, 사랑, 추함, 아름다움, 정열,
비극, 성당, 신, 거지, 집시, 신부, 중대장,
시인, 철학가, 종지기, 왕, 수녀, 그 모든 것.
중세와 건축을 사랑했던 파멸극.
한줄 요약
파리의 노트르담, 중세의 전부. 그러나 일부.
이걸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될지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일단 전체적으로 어떤지 얘기를 좀 하고, 그런 뒤 1부부터 11부까지의 얘기를 좀 풀고, 각 인물들에 대한 얘기, 위고에 대한 얘기, 그외에 언제 꺼낼지 몰라 쟁여둔 나머지 감상들을 꺼내는 것으로 할게. 작품이 너무 길어도 문제야......
파리의 노트르담, 민음사로 읽었고, 2권짜리에 페이지수만 따지면 도합 900페이지 정도 되는 장편이야. 사실 그냥 스릴러였다면 올ㅋ 하면서 거진 일주일 만에 다 읽었겠지만...... 애석하게도 파리의 노트르담은 군상극에, 위고 특유의 장광설뇌절 지르는 만연체에, 그 만연체가 담는 압도적 tmi에 읽는 속도가 상당히 지체될 수밖에 없더라. 아무리 빨리 읽어도 30초에 1페이지 정도? 거의 1분에 1페이지 넘기는 수준이었어.
물론 읽는 속도가 느린 건 단순히 체력적으로 지치는 문제일 뿐이고, 재미는 있다. 그것도 좀 많다. 초반엔 병맛 광기, 재밌는 인물들의 연속이라면, 후반은 그렇게 빌드업한 광기와 인물들을 가지고 파멸극을 찍어버린다. 그것도 처절하게. 위고는 특히 빌드업을 짜증나게 잘하기 때문에 읽다보면 줫같으면서도 이해가 잘 되고 개연성도 엄청 챙겨...... 체력을 재미로 치환하는 느낌임ㄹㅇ 파리의 노트르담은 모든 구성이 체력을 앗아가기 위해 있는 것 같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재미는 보장하지만 읽을 거면 장마다 읽거나, 부마다 읽길 바라. 이걸 한꺼번에 읽으려고 하면 탈진함ㅋㅋ
그럼 각 부 별로 무슨 내용이 있는지 요약과 함께 감상을 남겨볼게.
1부: 이것이 광기다! -중세 파리편-
1부는 파리의 축제 중 첫날을 다루면서 중세 파리 시민들의 과격함의 끝을 볼 수 있어. 사실 후반의 광기랑 극초반의 광기는 인물 구성원이 다르지만(초반은 시민들, 후반은 거지들) 그들이 보여주는 광기는 거의 엇비슷하지. 물론 '축제'라는 보정이 있어서 프랑스 특유의 광기에 익숙하다면 제법 유쾌할 만한 장면이라 할 수도 있어. 연극 지연된다고 배우들을 교수시키자고 하니까 말이지. 하하.
1부에선 콰지모도, 플랑드르 사절단(기욤 랭과 모자 장수 코프놀), 장 프롤로, 피에르 그랭구아르 정도의 주목할 만한 조연이 나오고, 클로팽은 이름은 안 나오지만 제법 비중있는 거지로 나와. 근데 사실 인물들은 그냥 보다보면 자연스레 외워지고 익숙해져서, 초반에 인물들 씨부리는 건 크게 주목할 만한 건 아냐. 파리의 노트르담은 군상극이면서도 큰그림으로 이해해야 되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기억해봤자 큰 의미는 없어.(명장면이나 인상에 남는 정도로 기억할 순 있겠지만, 일일이 기억할 만큼 가치있진 않단 거야)
어쨌건 1부는 그랭구아르의 연극을 둘러싼 사건들의 연속인데, 연극 상연이 지체됨에 따라 분노하는 시민들, 추기경의 등장과 추기경vs플랑드르 사절단(코프놀)이라는 희대의 매치, 코프놀의 플랑드르의 광인절 제안, 카지모도의 광인교황 선출, 에스메랄다의 등장까지가 내용의 전부야. 에스메랄다의 등장은 정확히 에스메랄다 본인이 등장하지 않고 언급만 돼. 하여간 1부에선 그랭구아르가 짠하게 느껴질 정도로 불쌍한 신세가 되는데, 앞으로 나올 수간충 돌박이 그랭구아르를 여전히 짠하게 봐줄진 모르겠다.
1부에서 잡아내야 할 것은 프랑스 특유의 광기. 이것뿐이야. 뭐 겸사겸사 주조연들 성격 파악 해두면 좋고. 플랑드르 사절단의 비중은 사실 2권 후반에 좀 나올 테니 이름 정도 외워두면 좋긴 해. 1부부터 위고의 장광설뇌절이 시작되지만 사실 그건 별 거 아닌 수준이고... 앞으로 나올 위고의 장광설뇌절 빌드업에 비하면 1부는 거의 맛보기에 가까운 수준이니까ㅋㅋ 대충 위고가 이런 식으로 빌드업한다고 생각하면 됨.
위고식 장광설뇌절이란 뜬금없이 건축술 얘기로 시작해서 미괄식 결론(본래 하려던 얘기)을 도출하는 건데, 이건 900페이지가 넘는 책 내용 전체에 해당되는 얘기야. 미괄식이지만 실제로 결론을 요약 압축해놓은 경우는 3부 말고 없어서 진짜 눈 딱 감고 아예 넘겨버리든, 아니면 눈 딱 감고 다 읽어내든. 둘 중 하나임ㅋㅋ 그래도 절대 버리는 얘기는 없으니까 믿고 읽어볼 만해. 배경 묘사 극혐하는 사람들에겐 파리의 노트르담의 절반은 비문학으로 여겨지겠다만.
2부: 에스메랄다와 주조연의 대거 등장
1부에서 개고생한 그랭구아르가 수간충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부분의 주조연을 등장시켜. 가장 먼저 에스메랄다(와 염소 잘리), 클로드 프롤로, 카지모도, 페뷔스...... 이 장황환 파멸극의 핵심축에 드는 인물 4명이 전부 등장한 2부의 주요 사건은 그랭구아르의 가난과 고생, 그레브 광장의 묘사, 에스메랄다의 춤과 광인 교황(카지모도)의 등장, 클로드의 꾸짖음, 수간충의 조짐을 보이는 그랭구아르, 카지모도의 에스메랄다 납치와 페뷔스의 등장, 다시 한 번 그랭구아르의 수난, 거지궁에서의 재판, 에스메랄다와의 4년 계약 결혼, 그랭구아르의 구애와 에스메랄다의 페뷔스 인지까지가 내용의 전부야.
이중에서 그레브 광장에 대한 묘사는 아예 2장에서 따로 떼어놓고 묘사를 하는데, 사실 2부의 흐름이나 사건을 미뤄보면 그레브 광장에 대한 묘사는 크게 없어도 돼. 하지만 그레브 광장은 꽤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고, 위고의 빌드업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지는 편인데(거의 나왔다 싶으면 그 이야기, 장 끝에 회수됨) 2부 2장만큼은 뭐랄까...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상징적인 장치로서 묘사된 감이 있지. 결론은 뭐냐고? 넘기고 싶으면 넘겨! 하지만 읽는다고 해서 결코 손해되는 선택은 아냐.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제 본격적인 위고의 장광설뇌절을 볼 수 있는데, 그레브 광장에 대한 묘사를 2장 전체에 할애한 것도 그렇고(분량은 길지 않아), 에스메랄다에 대한 묘사만 거의 1쪽 가까이 한 것이나, 거지궁 묘사를 오지게 하고, 그랭구아르가 다시 고생하는 일도 사실 tmi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진득하게 묘사를 해. 심지어 그랭구아르가 에스메랄다에게 구애하는 것만 해도 한 번 말하는데 2-3쪽을 잡아먹을 정도야. 속독하는 법이 익숙지 않다면, 위고 특유의 만연체와 미괄식 정리에 익숙지 않다면 독해하는데 좀 힘들 수 있는데, 침착하게 하나씩 끊어 읽고 대충 뭘 말하는지만 알겠다 싶으면 훅훅 넘기는 걸 추천해.
위고의 만연체와 장광설은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체력 고갈이 너무 심하거든. 앞서 말했듯, 파리의 노트르담은 체력을 재미로 치환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체력을 아끼기 위해선 만연체와 장광설에 대해 "이런 느낌이구나." 정도만 파악하면서 읽고, 좀 하이라이트다 싶은, 혹은 몰입해서 읽고 싶은 부분만 좀 눈여겨보면서 읽는 걸 추천해. 그게 훨씬 좋을 거야. 기억에도 잘 남을 거고. 만연체 중에 심한 문장은 미괄식을 벗어난, 과도하게 늘린 문장들이 있어서 읽다가 앞선 내용과 멀어지는 경우가 있거든. 그거 때문에 독해력 고장날 수 있으니 조심해.
3부: 이것이 장광설뇌절이다! -노트르담, 그리고 파리 조감도편-
솔직히 말해서, 단호히 말해서, "나는 배경묘사보단, 위고의 건축술에 관한 의견과 이 작품의 거시적 주제보단 군상극 인물들의 파멸적 행보를 더 지켜보고 싶어요!"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면 그냥 넘겨. 3부 전체는 그냥 그렇게 넘겨버려도 돼.
3부 1장은 노트르담을 복원해보겠다치고 묘사를 시작하는데, 위고가 살아있을 적 당시 노트르담이 복원공사 중이었던 걸 감안하면, 그리고 위고가 당대의 건축술을 극혐하면서 중세의 건축술을 찬양했던 걸 생각하면 이 편집증적인 묘사를 나름 즐겁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이걸 내가 따로 조사해서 안 건 아니고, 읽으면서 알았어...ㅎ 알고싶지 않았는데 알게 되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상상력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고 건축쪽 용어도 그리 잘 몰라서 휙휙 넘기긴 했어. 위고가 중세의 건축술, 특히 노트르담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고......
3부 2장은 힘겹게 1장을 클리어한 내게 "사실 그건 연습게임이었음ㅎ"이라며 42쪽짜리 파리의 조감도 묘사가 시작되지. 위고 특유의 만연체와 장광설뇌절을 곁들어서. 결국 2장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1.파리의 조감도는 대충 이러하다
2.알겠지? 이제 15세기 풍경을 봐보자
3.현재(19세기) 파리는 어떻느냐면...
4.현재가 나쁘단 건 아닌데 비교해보자면......
5.아 역시 15세기 파리가 최고다!
결국 결론부에서 15세기 파리 풍경에 대한 예찬으로 마무리지으며, 우리에게 마치 15세기 파리는 정말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곳이란 걸 각인시키려는 위고의 의도를 엿볼 수 있지. 아니라면 그냥 위고가 자기 덕질 자랑하는 꼴이고. 어찌됐건 이걸 힘겹게 읽은 모든 독자들은 반강제적으로 15세기 파리는 아름다운 곳이란 정보가 심겨져 있게 됐고, 그건 머지않아 후에 불타는 노트르담을 통해 무너뜨리는 거지. 위고의 빌드업 중에선 가장 큰 규모의 빌드업이라고 해야될까나. 사실 읽어보니까 그렇게까지 불타는 것도 아니라 살짝 실망했지만 orz.
참고로 2장은 끝에 위고가 자기도 뇌절 심하게 한 거 알았는지 요약을 해. 근데 그 요약 어차피 앞에 거 다 안 읽으면 이해가 잘 안 갈 수 있어서 읽을 거면 다 읽고, 안 읽을 거면 그냥 넘기는 걸 추천함.
4부: 카지모도와 프롤로
4부의 내용은 종지기 카지모도의 과거와 부주교 클로드 프롤로의 과거, 그리고 클로드에 대한 평판과 두 사람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정도가 전부야. 3부 읽다가 지쳤으니 쉬라고 배치한 감이 없잖아 있긴 해ㅋㅋ(3부가 나머지 다 쓰고 집필한 거라...ㅎ)
둘의 과거는...... 이게 위고의 만연체와 장광설뇌절에 대해 내가 엄청 부정적으로 얘기하고 느낌만 잡아라, 속독하면 편하다, 뭐 이렇게 얘기하긴 했지만...... 그 만연체와 장광설뇌절을 통해 오는 몰입력과 구성력, 빌드업은 진짜 부정 못해. 특히 클로드의 과거와 그의 행보는 진짜 사람이 되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묘사를 해. 물론...... 파리의 노트르담의 뒷내용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리고 이 리뷰를 끝까지 보고 인물에 대한 내 사담을 볼 독갤러(및 여타 독자들)들이라면... 살짝 현타가 올 수도 있어. 진짜 이 안타까운 뒷사정이 아이러니하게도, 파멸극의 가장 무시무시한 원흉격으로 자리잡으니 말이지.
특히 클로드 프롤로는 파리의 노트르담이 파멸극이자 비극이 되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카지모도는 생각보다 비중이 없어서 주연에 끼진 못할지언정, 주연급 조연인 건 확실하지. 무엇보다 파리의 노트르담의 마무리는 카지모도로 마무리되니 말이야. 사실 그 결말이 너무 비극적이고 허무해서 빡치기까지 하는데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결국 여기선 카지모도와 프롤로의 안타까운 뒷사정을 알아간다고 생각하면 돼. 더불어 세상사람들이 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5부: 숨막히는 중세의 썰전, 그리고 위고의 중세 사랑
5부는 위고가 가지고 있던 중세에 이르기까지의 건축론과 그러한 건축술이 인쇄술 앞에 무너지는 이유, 동시에 인쇄술이 건축술을 대체할 수 있는 이유와 인쇄술이 가지는 위대함에 대해 떠드는 내용이야. 물론 이 내용은 5부 2장의 내용이고, 5부 1장은 나중에 등장시키려고 지금 등장시키는 의사 자크 샤르몰뤼와 1회용 엑스트라 투랑조가 클로드를 찾아가 중세 학문에 대한 썰전을 벌이는 내용이야. 의학과 점성술은 환상이고 연금술이 짱짱맨이라는 내용이지. 니콜라 플라멜에 대한 얘기도 좀 나오고.
중세 사람들의 학문 인식, 더 정확히 말하자면 19세기 사람이 고증한 중세의 학문 인식에 대해 보고 싶다면 5부 1장을 읽으면 좋아. 비문학을 문학처럼 쉽게 풀어쓴 느낌이랄까? 5부 2장도 마찬가지지. 생명력을 다해가는 건축술의 말로를 파리의 노트르담을 통해 표현하고자하는, 위고의 거시적인 주제의식 같은 걸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거든. 3부와 마찬가지로, 사실 5부도 통째로 날려버려도 좋지만, 만약 위고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위고가 사랑한 중세의 건축술과, 파리의 노트르담에 편집증적인 건축술 묘사의 진의, 그리고 파리의 노트르담 전역에 퍼져있는 위고의 주제의식을 느끼고 싶다면...... 읽는 게 좋지.
그래도 5부 2장은 3부처럼 계속 주위 환경 묘사를 하기보다는, 건축술과 인쇄술의 세대교체를 다루면서 건축술에게는 위고 자신이 품고 있는 예찬과 결국 스러질 수밖에 없는 역사의 필연적 흐름에 대한 동정을, 인쇄술에게는 인쇄술이 열 신세대에 대한 찬양을 하지. 위고는 동시대의 건축가들을 경멸하고 혐오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세의 건축술을 무너뜨린 인쇄술마저 증오하는 건 아니거든. 어찌됐건 위고가 이런 소설을 집필하고, 펴낼 수 있는 건 인쇄술의 발달 덕분이니까.
이런 점에서 볼 때 위고는 좀 친절한 편이야. 자신의 기호와 tmi, 덕질을 아낌없이 소설 속에 집어넣어서 독자들을 지치게 하는 한편으로, 자신을 이해시키니 말이지. 레 미제라블은 무서워서 못 읽고, 웃는 남자는 그냥 안 읽고 싶어서 그렇지만, 솔직히 파리의 노트르담만 읽어도 위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최소한 위고와 건축술에 관련해서는 말이지. 3부와 5부는 아예 비문학 읽듯 읽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네.
6부: 카지모도와 에스메랄다(feat.19세기 중세 개그 재판)
6부는 1장부터 귀머거리 피고인vs귀머거리 판사라는 희대의 자강두천 매치가 펼쳐지면서 웃음벨을 선사해! 사실 파리의 노트르담 전체적으로 부주교 빼고 고위관리직들에 대한 풍자와 조롱이 넘쳐나는데, 6부 1장은 통째로 개그 찍는 수준이지. 재밌어ㅋㅋ 위고는 이런 개그물만 써도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팍팍 들지만...... 위고 성격에 그럴 리 없지. 건축술 에세이 쓰면 모를까 아ㅋㅋㅋ
그리고 2장에 뜬금없이 독방 얘기로 빌드업을 하는데(사실 독방을 얘기하기 위한 또 다른 빌드업이 2장 초반부에 쫌 있음), 2장 내내 빌드업 하니까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다 읽으면 3장에서 회수해. 그리고 3장에선 어느 독방에서 열심히 딸을 돌려달라고 기도하는 귀뒬 수녀의 얘기를 위해 3명의 프랑스 부인들을 또 등장시켜 빌드업을 하지. 누가 건축술 오타쿠 아니랄까봐 진짜 사사건건 빌드업하는데, 하여튼 그 3명의 부인 중 썰쟁이가 독방 지나가면서 귀뒬 수녀의 안타까운 썰을 풀어.
그 썰을 듣는 누구라도 그게 에스메랄다란 걸 알 거야. 이건 별로 스포도 아니고, 반전도 아니라서......ㅎ 물론 에스메랄다랑 귀뒬 수녀가 만나는 건 한참 뒤긴 한데ㅎㅎ 어쨌건 15년 전 집시에게서 아이를 뺏긴 귀뒬은 15년 동안 독방에서 기도를 한다는 그런 가슴 아픈 얘기야. 그리고 2부에서 그랭구아르랑 에스메랄다의 4년 계약 결혼 이후 순결을 잃어선 안 된다며 에스메랄다가 잠자리를 거부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자기가 잃어버린 부모를 찾게 해주는 부적 때문이라는 변명을 해. 그니까 2부 때 이미 에스메랄다가 부모를 찾고 있다고 나오고, 6부 때 딸을 찾고 있다고 나오니 각 나오지?
이 둘의 관계는 그렇게 엄청 중요하게 다뤄지진 않지만, 작품 내내 깨알 같이 다뤄지고 있어서 비극성을 한층 높여. 특히 11부는....... 말을 하지 말아야지. 현타 온다ㅋㅋ
그리고 카지모도는 1장에서 판결 나온 거 처벌 받고 에스메랄다가 거기서 물을 줌으로써 카지모도가 에스메랄다에게 반하는 계기가 나와. 물론 거기서 에스메랄다가 진짜 착해빠져서 그런 거냐고 묻는다면...... 이건 인물만 따로 다룰 때 얘기하겠지만, 에스메랄다에게 뭘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 정말로. 얘 보면서 암이나 안 걸리면 다행이야. 카지모도만 불쌍하지.
여기까지가 1권! 7부부터 11부까지는 2권이야. 1권은 결국 전체적으로 2권을 위한 빌드업이 되는 셈인데, 2권을 위해 1권에서 캐치해야 될 건 결국 주조연들의 성격과 개성, 파리의 광기, 위고의 건축술 사랑, 이쯤 돼. 뭐 더 파악할 수 있으면 더 파악해두는 게 좋지만, 적어도 이 세 가지만 파악해둬도 2권 진입해서 멘탈 박살나는데 문제는 없으니까ㅎㅎ
7부: 파멸극의 전초, 그를 위해 드러나는 진실들, 그리고 시작
2권부터는 각 부마다 볼륨이 커지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장들의 길이도 좀 두툼하고, 내용도 풍부해지고, tmi가 줄고 전개도 쭉쭉 빼기 시작해. 군상극이란 걸 여실히 드러내면서 말이야. 그래서 각 부마다 사건도 되게 많아.
일단 눈여겨 볼 부분은 7장의 1, 2, 3장인데, 1장에선 1권에서 잠깐 나온 페뷔스가 사실 약혼녀 있는 속 시꺼먼 양아치 쓰레기였다는 것이 나오고, 2장에선 그랭구아르의 수간충 고백과 클로드가 그랭구아르의 그간의 행적을 묻고 에스메랄다에 대해 질문하고, 3장에선 카지모도가 종을 치다가 에스메랄다를 보고 종 치는 걸 잊는 장면이 나와. 1장부터 3장까지는 동시간대에 일어나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상황을 다루고 있어서 군상극으로서의 훌륭한 예시격이 돼! 물론 이게 7부의 끝은 아니야. 8장까지 있으니까.
4장에선 클로드가 에스메랄다를 향한 사랑을 깨닫고 얀데레로 각성하고, 5장에선 에스메랄다의 체포를 논함과 동시에 클로드가 다시 한 번 깨닫지. 결국 여기서 중요한 건 1권에서 나온 클로드의 안타까운 뒷사정이, 금욕적인 삶을 살아왔던 그의 인생이 에스메랄다란 정열 한 방울에 의해 처참히 망가진다는 거야. 중세의 광기를 개인이 표출하는 장면이기도 하지.
6장에선 장(클로드의 동생)과 페뷔스가 친구였으며, 클로드는 둘을 미행했고, 7장에선 페뷔스에게 돈까지 쥐어줘가며 에스메랄다와 페뷔스의 만남을 지켜보고자 하는 클로드가 인상적이며, 8장은 에스메랄다의 한없는 페뷔스 사랑과 더불어 클로드의 분노의 칼빵이 발생해. 클로드는 튀어버리고, 에스메랄다는 순식간에 페뷔스를 찌른 범인으로 체포돼.
7부부터 본격적인 파멸극이 시작될 거라며, 나팔소리를 아주 크게 불 듯이 대놓고 광고를 해. 1권에서 에스메랄다가 그렇게 페뷔스를 사랑했던 것이, 1권에서 잠깐 나온 페뷔스의 쎄함을 7부 1장부터 증폭시켜버리면서(거의 비극임을 기정사실로 못 박았지), 그러면서 4, 5장에 클로드가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 장면을 통해...... 도저히 좋은 꼴이 나기 힘든 관계가 만들어졌다는 걸 독자들의 뇌리에 아주 단단히 각인시켜.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으면서 희망을 가진다면 난 그 사람에게서 낙관을 배우겠어. 2권부터는 어떤 희망도 느낄 수 없어. 발견할 수도 없고. 파멸을 위한, 파멸을 향한, 그리고 파멸적인, 또한 파멸의 이후밖에 남는 게 없으니 말이야. 2권은 바로 그런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
8부: Sanctuary!
1장부터 3장까지 에스메랄다의 재판과 관련된 부분으로, 1장에선 그랭구아르를 다시 내세우는데 수간충답게 염소를 더 신경 쓰는 건 빼고 굉장히 부조리한 재판이 이어지지. 어차피 중세잖아! 동시에 그랭구아르가 법정에 선 높으신 분들을 가리키면서 악어는 누구고 고양이는 누구냐면서 동물로 빗대 풍자한 부분도 나름 쏠솔한 개그야. 사실 그랭구아르가 개그 캐릭터로 감초 역할을 맡지만, 2권에선 그랭구아르 없으면 개그라곤 절대 찾아볼 수 없으니...... 그랭구아르가 수간충인 거 빼면 괜찮게 봐주길 바라.
에스메랄다가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니 2장에선 고문실로 데려가 고문을 하는데, 이 에스메랄다가...... 인물 얘기할 때도 얘기하겠지만 그냥 애새끼야. 그렇게 결백을 주장하다가 고문 쬐끔 들어가자마자 혐의를 인정하고 고문이 끝나. 3장은 그렇게 혐의 인정했으니 판결 내린 거 낭독하는 걸로 끝나지.
그리고 대망의 4장! 8부의 하이라이트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4장과 6장이 될 거야. 4장은 바로 클로드가 에스메랄다에게 고백하는 장면인데, 4장의 8-90%가 클로드의 고백으로 이뤄져있어. 엄청나게 길게 떠드는 장면이고, 사실 상황만 놓고보면 클로드는 에스메랄다를 이때 두 번째 만나는 건데(첫 번째가 페뷔스 칼빵 놓을 때), 첫눈에 반하고 두 번째 만난 남자가 감옥에서 자기에게 파멸적으로 고백한다고 생각해봐. 소름끼치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위고는 클로드의 생애와 심경변화를 우리에게 충분할 만큼 얘기해줬지.
그래서...... 놀랍게도 4장의 고백씬이 진짜... 좀 멋져...... 아니 말들만 떼어놓고 보면 진짜 멋진 거 맞아. 그게 클로드가 해서 그렇지. 에스메랄다는 페뷔스만 찾으면서 페뷔스 없으면 죽겠다고 할 뿐이지. 유감스럽게도.
5장에선 귀뒬 수녀가 다시 나와서 에스메랄다가 죽는다는 얘기에 기뻐해. 그야 에스메랄다가 아직 자기의 잃어버린 딸인줄 모르고 있고, 집시 계집애는 귀뒬 수녀가 제일 증오하는 대상이었거든. 결국 이 5장의 내용은 우리에게 안타까운 비극을 전달할 뿐이야. 그리고 점점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지. 사실 2권에서 8부 6장 이후~11부 2장까지가 클라이막스라고 봐도 돼. 결말은 놀라우리만치 고요하고, 또 허무해. 또 그러기 위한 절정이고. 괜히 파멸극이 아니니까.
6장은 Sanctuary! 페뷔스는 살아있으며, 여전한 개새끼라는 걸 확정 짓고, 클로드는 에스메랄다에게 2차 회유를 시도하지만 거절당하지. 에스메랄다와 클로드는 페뷔스가 살아있음을 깨닫고 희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카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구해! 사형장에서 타잔처럼 에스메랄다를 낚아채더니(이 부분은 내가 잘 읽었는지 헷갈리지만) 그대로 노트르담 성당으로 들어가며 "성역이다!(Sanctuary!)"를 외쳐. 당시 중세에서 '은신처', 곧 노트르담 같은 성역은 치외법권이기 때문에 범법자들의 도피처였고, 그렇기에 가능한 영웅적인 구출이지!
여기서 다시 한 번 파리 시민들의 광기를 엿볼 수 있는데, 이들은 방금까지 에스메랄다의 처형 장면을 보려고(사실상 '즐기려고') 왔다가도 카지모도의 슈퍼 세이브에 시민들은 아주 크게, 열렬히 환호해. 카지모도를 향해 언제나 악담을 퍼붓던 그들이 말이야! 정말이지 갈대 같은 중세 우민들이 따로없지. 파리의 노트르담 전체가 그렇지만, 중세의 감성으로 이해해줘야 될 부분이야.
1권에서 위고의 장광설은 주로 건축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사실 좀 뇌절이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 비해, 2권에선 인물들로 장광설을 펼치는 위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그리고 그 모습은...... 진짜 마음을 절절하게 울리는 게 있지. 누가 불타는 필력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아. 위고가 작정하고 인물을 묘사하면, 그 인물에 대해 납득할 수밖에 없어. 그 인물의 심정에 공감할 수밖에 없지. 페뷔스나 에스메랄다는 빼고. 얘네 둘은 진짜 인물 따로 다룰 때 얘기할게......
9부: 성역에서, 아무도 그녀를 갖지 못하리라!
1장은 클로드의 방황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카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구해낸 걸 못 보고 도망친 클로드가 미친듯이 질주하는데...... 거의 미친 사람이 됐지. 아니, 이미 미쳤을지도? 그 와중에 짤막하게 페뷔스의 인성 드러내주고, 클로드는 환각까지 봐. 어찌보면 클로드가 대부분 악의 원흉이나 다름없는데도, 이 부분을 보면 진짜 불쌍하고 짠하다는 생각이 들어. 특히 1장 마지막에 장이 클로드 듣는 앞에서 "우리 형님은 행복한 사람이야."라고 떠드는 꼴이 기막힌 아이러니지.
2장은 카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노트르담 안으로 피신시킨 후의 이야기인데... 그 전에 은신처에 대한 빌드업 좀 쌓고 그러는데 여기까지 쌓은 몰입도와 집중력이면 금방 넘겨ㅎㅎ 에스메랄다가 좀 현타와서 우는 장면은... 이때만큼은 잠깐 짠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에스메랄다는......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차차 이야기가 끝까지 치닫으면 알게 돼. 3장에선 결국 카지모도의 외모에 적응하지 못한 에스메랄다와, 동시에 카지모도의 불행한 자기고백이 이어지는데,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가장 불행하고 불쌍한 이가 있다면 그건 응당 카지모도에게 쥐어줘야 해. 진짜 이 자기비하적 고백은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
4장에선 에스메랄다의 유구한, 그리고 좀 짜증날 정도로 과도한 페뷔스 사랑과 카지모도의 헌신적인 사랑인데...... 페뷔스의 반응이 가관이지. 페뷔스는 에스메랄다가 사형당한 줄로 알고 있었다가 카지모도가 나타나 에스메랄다에게 데려가려고 하니까 기겁해서 거절하고 떠나버려. 7부 1장에서 에스메랄다를 데려와 온갖 칭찬을 하고, 7부 6장에서 에스메랄다랑 관계하려던 걸 생각하면 참 역겨운 양아치야. 그리고 그런 놈을 끝까지 좋아하는 에스메랄다도 이상하지. 뭐랄까, 의존증에 가까운 사랑이라서 보다보면 페뷔스에게 열렬히 빠진 정도가 아니란 걸 실감하게 돼. 얘가 사람이 맞나 싶기도 하고.
5장은 클로드가 에스메랄다와 페뷔스가 살아있음을 깨닫고 괴로워하다가, 이내 곧 욕망이 다시 꿈틀거리더니 망상증까지 겪어. 그런 뒤 6장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사건을 암시하며 끝나. 6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냐고? 클로드가 에스메랄다를 강간할 뻔했지ㅎ 그러다 카지모도에 의해 실패하고...... 9부의 하이라이트는 6장의 마지막, 곧 9부를 마무리하는 클로드의 대사인데, "아무도 그녀를 갖지 못하리라!"라고 외치는 걸로 끝나. 안 그래도 이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에 핵폭탄 발언을 끼얹어. 클로드가 그저 절규하듯 외친 거라면 모를까, 앞서 말했듯, 파멸극이란 건 결코 허투루 쓴 말이 아니거든.
10부: 거지! 폭동! 에스메랄다! 그리고 진압하라!!!
10부는 클라이막스의 절정, 그리고 본격적으로 주조연이 죽기 시작하는, 파멸극의 절정 중의 절정이야. 여긴 굳이 장마다 어떤 내용이 있는지 설명하지 않을게. 왜냐고? 그야말로 폭동! 파멸! 그리고...... 허무한 죽음들이 기다리고 있거든. 에스메랄다를 구출하기 위해 모인 거지들, 노트르담 공방전, 장의 죽음, 루이 11세의 폭동 진압 명령, 클로팽의 죽음......
시체들이 잔뜩 깔린 노트르담. 피로 얼룩진 풍경이지. 한 가지 함정이라면, 이 좋은 절정부에 5장은...... 솔직히 건너뛰어도 좋아. 루이 11세가 나오는데, 개연성에 큰 문제라곤 사실 폭동 진압 명령을 내린 것 뿐이고, 그 사이에 그랭구아르가 잠시 루이 11세에게 끌려왔다가 입 털고 살아돌아간 것 뿐이야. 플랑드르 사절단이 나온 건 덤이고. 진짜 무슨 빌드업이기에 루이 11세의 우라질을 계속 보여주나 싶었더니(루이 11세가 거의 틱 수준으로 우라질거림ㅎ) 뭐 결국 공권력의 개입 선언과, 사태가 마무리 될 것이란 암시, 피비린내 나는 결말의 예고, 왕에 대한 풍자 내지는 비판이 섞인 피곤한 장이란 뜻이야.
이미 희망이란 보이지도 않았지만, 10부부터는 그 희망이란 걸 아예 짓이기다못해 사전에서 지울 작업을 시작해. 말 그대로. 장이 어떻게 죽는지 차마 말할 수 없지만, 그 죽는 장면은 너무 끔찍하고, 또 허망해서, 허탈하기 시작할 텐데...... 애석하게도 그런 허무한 죽음은 11부까지 이어져.
11부: 파멸의 끝
파리의 노트르담의 마지막 부. 모든 복선과 갈등이 정리되고, 대부분의 이들이 죽는 곳. 클로드의 두 번째 고백이 있고, 또 에스메랄다와 엄마의 가족 상봉이 있으며, 그리고 둘의 죽음이 있지. 클로드도 죽고. 에스메랄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수동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그녀를 향한 의문은 who가 아니라 what이 앞서게 되며, 9부 6장에서 외친 클로드의 말은 현실이 되었고, 또 클로드는 위고의 정성스런 묘사 아래에 천천히, 아주 적나라하게 죽어. 허무하리만치 순식간에 끝나는 파멸극은, 그보다 더 허무하고, 그보다 더 짧은 두 개의 결말만을 남겨두고 있지.
나는 클라이막스를 8부 6장~11부 2장까지로 봤지만, 누구는 6부부터 클라이막스라 잡을 수 있고, 누구는 7부부터, 또 누구는 10부까지만 클라이막스로 잡을 수도 있어. 하지만 중요한 건, 2권은 그 자체로 클라이막스이자 파멸극의 정점이며, 결국 여기서 살아남는 건 수간충 돌박이 그랭구아르와, 양아치 쓰레기 페뷔스밖에 없단 점이야. 심지어 이 둘에 대한 결말은 너무나도 짧게, 너무나도 간단하게 서술돼 있어서...... 여태껏 파멸극을 풀악셀로 밟아온 내게 더 큰 허탈감을 불러일으켰지. 이 비극으로 점철된, 망가지고 부서지고 불타버리는 군상극 끝에는 눈물샘조차 뽑아버리는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리고 11부 4장, 카지모도의 결혼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아이러니로, 파리의 노트르담은 마무리를 지어. 그게 끝이야. 허탈하고, 공허한 끝에, 지친 마음밖에 남는 게 없지. 그렇기에 이 작품은 명작일 수밖에 없는 거야. 사람을 지치게 한 까닭이, 외적인 요인이 아닌 내적인 요인에 있으니까. 이 정신 나간 광기의 파멸극으로 독자를 유린했으니까. 그 큰 부담을 감당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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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인물에 대해 못다한 얘기를 해보자. 가장 먼저 에스메랄다. 에스메랄다는 이 파멸극의 중심에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수동적인 인물이야. 얘가 사람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지. 왜 그러냐고? 작중에서 얘가 한 일이 거의 없어! 얘가 적극적으로 한 일이라곤 카지모도에게 물 떠다 준 거랑, 그랭구아르랑 4년 계약 결혼해준 게 끝이야. 그 이상으로는 페뷔스만 바라보면서 애새끼같이 군 게 끝이라고! 얼마나 애새끼같냐면, 페뷔스만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굴다가 진짜 고통을 겪으면 말을 싹 바꿔버려. 잡히면 죽는 몸으로 어머니랑 극적으로 상봉한 뒤에도 페뷔스 소리 들리자마자 바로 페뷔스를 부르는 트롤짓을 해. 그냥 생각이란 게 없어! 머리에 페뷔스랑 부모찾는 것뿐이야.
심지어 에스메랄다를 들처메고 가는 걸 더러 묘사하는 게 '아리땁게 늘어졌다'인 걸 보고 혀를 내둘렀지. 에스메랄다가 엄청 아름다운 건 알겠는데, 그냥 인형 같다니까...... 근데 가만보면 그냥 생각없이 구축시킨 인물인 것도 같아. 생각이 있었으면 이런 식으로 인물 만들지 않았겠지ㅋㅋㅋ 아ㅋㅋㅋ 진짜 위고의 여혐력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어......
그 다음은 페뷔스. 이미 쓰레기인 걸 알아도 쓰레기라도 욕할 수밖에 없는 놈...... 모든 악의 원흉은 클로드나 마찬가지인데 클로드는 납득이 가고 얘는 욕만 처먹는 위선자 새끼...... 솔직히 할 말이라곤 욕밖에 없다ㅎㅎ,,,ㅈㅅ! 제일 빡치는 점은 이 쓰레기 새끼가 또 마지막 폭동 진압엔 멋지게 활약한다는 점이지...... 이 파멸극에서 살아남기도 했고. 중세의 부조리함의 극치라고 해야 할까나.
클로드는 이미 내용 정리하면서 충분히 말한 덕에 더 말을 안 얹어도 될 것 같아. 얀데레의 정석이지. 좀 끔찍하긴 하지만. 또 클로드만큼 이해되는 놈도 많이 없어. 평생을 금욕적인 삶을 살았고, 심지어 부주교의 자리까지 올랐는데 에스메랄다에게 반한 걸로 모든 게 망가졌으니 말이야. 물론 얘 때문에 에스메랄다가 생고생을 하고, 또 파멸극이 치닫게 되는데, 그럼에도 자꾸만 동정심이 생기고 안타까운 인물이야. 특히 11부에서 클로드의 죽음은 희망 하나 주지 않고, 그 죽는 과정을 천천히, 고통스럽게 묘사하는 점에서 위고가 나쁜 새끼로 보일 정도였어.
카지모도는....... 이 작품의 최대 피해자가 아닐까 싶다. 얘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싶어. 이 파멸극에서 가장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을 보여준 유이한 인물이야. 나머지 하나는 귀뒬 수녀가 있지.
이외에 양아치 학생 장 프롤로나, 루이 11세에게 삥 뜯는 의사 자크 샤르몰뤼, 수간충 돌박이(10부에서 돌박이로 진화함) 그랭구아르, 귀뒬 수녀, 거지왕 클로팽 등의 매력있는 조연들이 있지만, 여기서 플랑드르 사절단과 자크는 거의 조연 중에서도 엑스트라급 조연이니 빼더라도, 살아남는 조연이 그랭구아르 말고 한 명도 없어. 그랭구아르는 이상성욕이라서 살아남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막판에 염소 데리고 튀거든. 진짜 위고는 무슨 생각으로 수간충 돌박이 캐릭터를 만들어냈을까?
위고의 빌드업은 단순히 갈등 전개에서만 빛을 발하는 게 아니라 인물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솔직히 어지간해서 위고가 한 번 작정하고 묘사해준 애들은 기억에 다 남아. 그리고 정말 어지간해서 그 대부분의 처지가 이해되고. 에스메랄다는 위고가 한 번도 그 심리를 제대로 서술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위고도 내다 버린 자식이 에스메랄다인 듯. 페뷔스는 심리 묘사 다 해놓은 쓰레기 양아치고. 얘는 오히려 위고가 이입하라기보단 욕하라고 묘사해준 느낌이 풀풀 났어. 카지모도랑 클로드가 진국이지......
대충... 그래 여기까지 말해놓고 대충이라 말하긴 뭣하지만 거의 다 떠들었네. 이제 꺼낼 타이밍이 애매해 꺼내지 못한 감상들을 얘기해보자면...... 진짜 꼭 한 번은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야. 난 이거 읽고 위고의 만연체를 학습해버렸어. 더불어 건축술을 인쇄술이 대체하게 된 과정과 그 상징적 의미도 알게 됐고, 군상극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미약한 감도 잡히고...... 내가 창작자라서 이런 쪽으로 얻어간 게 많은 거지만,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이 파멸극은 한 번 경험해보는 게 좋아. 진짜 이만한 비극은 어지간해서 없다...... 리뷰 만화 잠깐 보고 오니까 리어왕 수준 아니면 없다는데ㅋㅋ 덕에 비극 면역력 똑똑히 챙겼다.
그리고 이거 읽는 사이에 오 헨리와 듀나의 소설을 읽으면서 참 여러가지로 많은 걸 느꼈어. 오 헨리와는 상극이잖아. 내용도, 문체도. 진짜 참담하더라. 어느 쪽이 너무 수준 낮아서가 아니라, 노트르담 읽고 오 헨리 읽으면 감동 받아서 울고, 오 헨리 읽다가 노트르담 읽으면 비극적이라 흐르던 눈물도 말라버려서...... 그리고 듀나 건 진짜 노잼이라서 눈물이 마르더라. 여기서까지 까는 게 좀 미안하지만 노트르담 읽던 당시 이북으로 병행독서 시작하던 시기라 어쩔 수가 없다;;
여행 가이드로 비교하자면, 위고는 진짜 투머치토커 tmi 장인이야. 가끔 장광설뇌절 지르는 건 지루하긴 한데, 그래도 설명을 못하는 건 아니야. 근데 그렇게 장황하게 떠드는 사이에 통역사(번역자)가 가이드 몰래(각주로) 틀렸다고 알려주더라...... 좀 웃음벨이었음. 위고가 착각한 거다. 위고가 헷갈린 듯하다...... 위고 아재요...... 진짜 건축술 에세이 안 쓰고 뭐했냐는 생각이 들 만큼 위고는 건축술을 사랑했다...... 그걸 빌드업 재료로 삼은 건 좀 빡치긴 한데...... 그걸 견뎌낼 만큼 재밌었으니까...... 고전이 현대소설에 비해 산책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위고는 산책이 아니라, 뭐랄까, 뭐 하나 붙들어서 갑자기 엄청 떠드는 거지. 그걸 한참 듣다가 왜 그거 꺼냈는지 이해하는 형식이고.
여담으로, 위고가 19세기 사람이고, 그 19세기 사람이 15세기를 고증하다보니 여혐 쩔더라. 7부 1장은 ㄹㅇ 대놓고 여적여 보여줘가지고 보면서 실실 쪼갰음ㅋㅋ
이렇게 힘들게 읽었으니 다시는 위고 안 볼 거임. 7월 독서는 이걸로 휴식할 거고 여건 되면 중간에 마이클 로보텀의 "널 지켜보고 있어" 읽을 듯ㅎㅎ 8월엔 무조건 데카메론 들어간다. 읽느라 수고했다 독붕이들아.
얘랑 멜빌이랑 나중에 비교해봐야겠다
위고가 여혐인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일반 통념이 그랬던거겠지. 현대에 살아가는걸 감사히 여겨라
나도 그 뮤지컬 보고 파리 여행 이후에 노트르담 뽕차서 이거 꾸역꾸역 읽은적 있었는데, 스토리 진전될때는 재밌었는데 그시절은 원고 분량대로 돈 받아서 무슨 파리 전경을 건축 얘기까지 겁나 자세하게 9페이지 넘게 할애하더라고ㅋㅋㅋ 그때 너무 지루해서 아직도 기억남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