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안락사와 존엄사, 그리고 웰다잉법

이 논문은 중앙대 철학 교수인 맹주만이 쓴 거임. 디비피아 철학 부문에서 TOP5 안에 들어가길래 흥미가 생겨서 읽어봤는데 재밌었다.


201623일에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201784일에 시행되었다. 이 법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논문에서는 이 법에서 수정되거나 보완되어야 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미학적 안락사에 근거해야 살피고 있다.


저자는 다른 논문인 <칸트와 미학적 자살>에서 미학적 자살이란 옳고 그름, 좋고 나쁨, 즐거움과 고통, 미와 추가 함께 공존하며 어우러져 있는 것들의 총체가 인간적 삶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자기 자신 및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것을 증진시키거나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최저 한계점이 이르게 되었을 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죽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학적 안락사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미학적 안락사는 도덕성과 합리성을 포괄한다. 안락사의 도덕성이란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의 도덕적 자격과 관련된다. 예를 들면 장기복역수가 수감 생활이 두려워 안락사를 원하는 경우 그것은 허용될 수 없다, 안락사의 합리성이란 당사자의 인간적 지위, 즉 그의 유의미한 생존 가능성과 관련된다. 앞의 예에서의 장기복역수라 할지라도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회복 불가능의 환자라면 안락사가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의 고통이 전자의 결함을 능가해야만 한다.


어떤 죽음이 타인의 도움에 의한 조력자살로서의 미학적 안락사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미학적 안락사는 본인의 직접적인 동의를 근본조건으로 한다.

미학적 안락사는 기대 생존 기간을 단순히 물리적 시간이 한정하지 않는다.

안락사는 제3자의 도움이 필요한 죽음이므로 자기죽음의 정당성이 제3자에 의해서 승인되어야 하며 엄격한 기준과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현재 법에서는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경우 환자 가족 2명이 환자가 평소에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가 있었고 의사 2명이 이를 확인하면 치료 중단이 허용된다. 하지만 환자의 생각은 언제든 변할 수 있으며 현재의 생각이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준은 올바르지 못하다.


현재의 법은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만 안락사를 한정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자의적이고 본 법의 목적인 인간다움을 보호하지 못한다. 한 예를 보자 ;

(“견딜 수 없는 고통”) “30년 동안 물리학자로서 X-선에 관해 연구해온 매튜 도넬리는 피부암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는 턱의 일부분, 윗입술, 코와 왼손을 잃어버렸다. 오른팔의 종양이 생겨 제거했고 오른손 손가락 두 개를 절단했다. 그는 눈이 멀었으며 서서히 상태가 악화되고 몸과 영혼이 고통 받고 있다. 고통은 계속 지속되고 있다. 고통이 가장 심할 때, 그는 침대에 누워서 이를 앙다물고 이마에서 땀을 흘린다. 추가적인 수술과 진통제를 제외한다면 어떤 것도 도움이 될 수 없다. 의사들은 그가 일 년 정도 더 살 것이라고 진단했다.” (from J. Rachels, The End of Life)

이 환자는 담당 의사에게 자신의 생명을 끊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무의미한 치료를 계속하다가 수명이 수개월 남았을 때가 되어서야 안락사를 진행한다면 그것은 인간적이라 할 수 없다. 이는 안락사가 치료 불가능한 임종기와 같은 물리 시간이 아니라 생존의 유의미를 기준으로 하는 의미 시간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환자가 자신의 생존이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판단한다면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정리하자면, 임종기로 제한되어 있는 존엄사법의 대상자의 시간 적용 범위는 더 확대되어야 하며, 또한 동시에 안락사 대상자의 동의 방식은 더 엄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