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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이네이스
저자 : 베르길리우스
역자 : 천병희
읽은 기간 : 07.17~07.25


단테의 「신곡」을 읽어본 분이라면 다들 '베르길리우스' 라는 시인을 아실겁니다. 지옥과 연옥을 여행을 하는 단테 옆에서 길잡이를 해주는 인물이지요.

「아이네이스」는 그 베르길리우스가 지은 로마의 건국 서사시입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패배한, 트로이 장수 아이네아스가 모험을 하다가 이탈리아에 정착해서 원주민들과 전쟁하고, 그의 아들인 아스카니우스가 로마의 전신인 '알바 롱가' 라는 나라를 건국하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이 서사시의 구성이 재밌습니다.
「오딧세이아」는 오딧세우스가 온갖 고난을 견디고 고향인 이타케로 돌아가는 구성인데,
「아이네이스」의 전반부는 아이네아스 일행이 온갖 고난을 견디고 이태리에 도착하는 구성입니다.

「일리아스」는 한 여자(헬레네)로 인해 그리스와 트로이가 전쟁을 하는 구성인데,
「아이네이스」의 후반부는 한 여자(라비니아)로 인해 이태리 원주민과 아이네아스 일행이 전쟁을 하는 구성입니다.

또한 이렇게 큰 구성 뿐만 아니라 작은 내용면에서도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를 차용한 부분이 많이 나타납니다.

호메로스를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읽는 것이 천지차이일 정도로 대사, 내용, 구성 등에서 호메로스의 흔적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호메로스의 영향에서 벗어난 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4장인 디도와 아이네아스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아이네아스를 보고 첫눈에 반한 카르타고의 디도여왕과
나라를 건국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야만 하는 운명인 이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는
이 장 하나만으로도 2000년이 지난 「아이네이스」를 펼쳐볼 가치가 있게 합니다.

아이네아스에게 버림받은 디도의 심리묘사는 정말이지 압권이어서 독자로 하여금 실연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끼게 합니다.

디도는 결국 자결을 하게 되는데,
뒷 장에 (오딧세우스처럼) 저승으로 내려간 아이네아스가, 디도에게 사랑의 말을 건네지만
디도가 적의를 품고 노려보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제안으로 로마 건국서사시인 「아이네이스」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베르길리우스는 로마의 정통성을 위해 「일리아스」에서 아이네아스라는 인물을 끌어오며, 호메로스의 서사시 구성도 같이 가져왔는데
개인적으로 베르길리우스가 호메로스를 모방하지 않았었다면
디도 이야기만큼 인상깊은 글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베르길리우스의 책을 아무 데나 열어 한 구절을 골라 자신의 미래를 점치는 베르길리우스 점(占)이라는게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해봤습니다.

'그의 이마에 월계수의 푸른 잎으로 만든 관을 씌워주었다.' (3권 246행)




+) 이제 신곡 읽을 준비는 거의 다 한 것 같습니다.
구약만 읽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