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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집은 시, 산문, 해설자료, 연구논문,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윤동주가 남겼던 시 파트만 읽었다


짧은 생을 살아가면서도 97편의 시를 남겼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내 개인적인 주관이지만 빼어난 시는 이미 교과서에 실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받은 느낌으로는 많은 그의 시가 가벼운 마음으로, 즉흥적으로 쓰여진 것 같았다


시는 직접 읽어보는게 최곤데 내가 교과서에서 못 봤던,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는)


그러면서도 읽자마자 꽂혔던 시 몇 편을 소개하고 싶다




달 밤


흐르는 달의 흰 물결을 밀쳐

여윈 나무 그림자를 밟으며

북망산을 향한 발걸음은 무거웁고

고독을 반려한 마음은 슬프기도 하다.


누가 있어야만 싶은 묘지엔 아무도 없고,

정적만이 군데군데 흰 물결에 폭 젖었다.





애기의 새벽


우리 집에는

닭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울어서

새벽이 된다.


우리 집에는

시계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보채어

새벽이 된다.





흐르는 거리


으스름히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간다. 저 전차, 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워 가는 것일까? 정박할 아무 항구도 없이, 가련한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안개 속에 잠긴 거리는.


거리 모통이 붉은 포스트 상자를 붙잡고 섰을라면 모든 것이 흐르는 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가로등, 꺼지지 않는 것은 무슨 상징일까? 사랑하는 동무 박이여! 그리고 김이여! 자네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끝없이 안개가 흐르는데,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정답게 손목을 잡아 보세' 몇 자 적어 포스트 속에 떨어뜨리고, 밤을 새워 기다리면 금휘장에 금단추를 삐었고 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배달부, 아침과 함께 즐거운 내림,


이 밤은 하염없이 안개가 흐른다.





사랑스런 추억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 온 나는

풀 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