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 부  4

 

인간의 심리, 본성은 내가 좋아하는 주제다. 인간은 광기로 가득 찬 존재라는 사실을 체스 게임 속에 잘 녹여냈다. 향수만큼은 아니지만 쥐스킨트 특유의 끈적끈적하고 치밀한 디테일 묘사가 좋은 주제와 만난 소설이라 생각한다.

 



좀머 씨 이야기 (재독)  3.5

 

재독했지만 새롭게 와 닿았던 느낌은 없었다. 이번에도 은둔형 작가로 살아가는 쥐스킨트가 세상을 향해 외치는 말처럼 들렸다. 그렇지만 피아노 위에 내려앉은 코딱지 이야기는 다시 읽어도 개꿀잼이다.

 



휴 전  4.5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했지만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유럽 각지를 떠돌게 된다. 여행에서 만났던 각양각색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다. 본업인 화학자 답게 깔끔하게 다듬어진 문장, 담담한 회고 속에 배어 있는 슬픔과 괴로움. 잘 쓴 에세이라 생각한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4

 

하루키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 소설을 집필할 때 하루키의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쓴 에세이. 가볍게 읽기 좋다. 무엇보다 하루키라는 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내 마음에 들어서 좋은 평가를 했다.

 



저글러, 땜장이, 놀이꾼, 디지털 세상을 설계하다  4

 

미국의 천재 공학자, 클로드 섀넌의 전기. 100여년 전까지 갈 것도 없이 나이가 좀 있으신 교수님이 썰을 푸셨는데 미국 유학 시절, 논문 검토를 우편으로 부탁했다고 한다. 우리가 당연한듯 누리고 있지만 정보통신의 발달은 눈부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휴대폰으로 바로 사진, 음악, 동영상을 보낼 수 있다. 정보이론의 기틀을 세운 사람이 섀넌이다. 소수의 천재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실감했다. 하지만 섀넌이 세상에 미친 영향력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과학이나 공학은 어렵다는 이유로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 역시 알지 못하지만 이 세상을 바꾼 천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다. 내가 지금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면서 독서 후기를 써 올릴 수 있는 것도 그가 한 연구 덕분이다.

 



맥베스  4

 

아주 컸던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전체적인 스토리 자체는 특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리 묘사와 문장 표현이 정말 뛰어나다.

 



젊은 의사의 수기, 모르핀  4.5

 

재독했지만 역시나 개좋았다. 내가 의사 작가들과 궁합이 잘 맞는지 체호프, 불가코프 등 의사 작가들의 글을 읽고 실망한 기억이 없다. 모르핀을 읽으면서 어둡고 음산하면서도 환상적인 러시아 시골의 겨울 풍경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번 달에 독서하면서 가장 좋았던 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