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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시즈 > - 이본느 나바로 (청조사) 이지연 옮김



영화 스피시즈의 원작 소설인지, 영화 원작의 소설인지 잘 모르겠다. 전문 번역가가 번역한 책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오타나 어색한 단어가 눈에 띈다. 번역가의 외국어 실력보다 한국어 실력에 더 의문을 갖도록 한다. 등장인물들의 말투도 일관적이지 않고 뒤바뀌는 느낌이다. 연쇄살인마를 연속 살인마라고 번역한 건 잊을 수 없다.

외계 생명체 씰이 예상 외로 인간 세계에서의 적응력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좋다. 씰의 인간 세계에서의 적응을 괜히 걱정한 듯하다.

대강 영화의 내용을 알고 있어서 하는 얘기지만, 씰이 제대로 된 보살핌과 교육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전형적인 괴수물의 진행 패턴을 따른다. 씰을 잡기 위한 인원들이 초반부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상대가 외계 생명체라 그런지 피터 벤츨리의 소설에 등장하는 해양 생물들이나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에 등장하는 공룡, 고릴라 같은 존재들보단 참신해 보인다. 게다가 상대가 힘세고 강한 미소녀의 외형을 하고 있다. 하악, 내 취향이다. (?)

핏치 이 새끼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이자 사이코패스다. 이런 놈이 제일 먼저 죽어야 한다. 동료들의 입장에선 씰보다 이 새끼가 더 위험한 존재일 듯하다. 역시 크리처물엔 이런 악역 같은 캐릭터가 한둘쯤 등장해야 제 맛이다.

읽던 중 이런 생각이 든다. 씰은 얼마든지 인간들에게 우호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으나 그녀를 공격하거나 노리는 인간 세계가 그녀를 더욱 괴물로 만들어버린 듯하다. 어째 씰보다 그녀를 잡으려고 하거나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는 이들이 더 나빠 보인다.

씰이 배우자를 찾아 고생하는 모습이 짝을 찾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씁쓸했다. 결혼과 저출산 문제는 외계 생명체에게도 큰 고민거리로 보인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처럼 생물학 등의 과학적인 얘기가 자주 나온다. 내 취향이다. 흥미롭다.

교통사고를 당한 씰과 그녀를 발견한 남자를 대하는 병원의 대우를 보니 당혹스럽다. 역시 악명 높은 미국의 의료 시스템과 의료 서비스이다.

이 소설이 크리처물이 아니었다면 씰의 연애는 꽤나 문학적인 낭만이 느껴질 법도 하다.

한편으로 씰은 너무도 이기적이다.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죽이고 본다. , 그게 씰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씰이 나를 본다면 도태된 한.남이라고 거들떠도 안 보는 게 아닐까. 덕분에 씰은 내 아이를 가지려고 달려들지 않을 테고 난 인류를 구하는 일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 이런 식의 자기위로는 너무도 슬프다.

등장인물들 간의 감정들이나 관계들도 세세히 묘사한다. 아마 이런 부분에서 영화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일 듯싶다.

씰의 질투심이 귀엽기까지 하다. 진정한 얀데레다. 한편으론 여성들이 씰처럼 질투심 강하고 공격적이며 이성에게 적극적이었으면 좋겠... 넘어간다.

씰이 스테판과 거사를 치른 후의 모습이 어딘가 씁쓸했다. 그 순간만큼은 냉혹한 씰도 사랑을 느끼고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 정신 차리자. 악역인 외계생명체에게 지나칠 만큼 감정 이입을 해버렸다.

지하와 동굴에서 씰을 추적하고 상대하는 장면은 긴장감이 넘쳤다.

정리하자면, 영화 원작으로 추정되는 소설치고는 괜찮았다. 대충 쓴 책은 아니었다. 보통의 크리처물과 달리 씰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다.

대충 훑어본 영화판에서의 의문스러웠던 몇몇 장면들이 소설에선 세세하게 설명되어 이해하기 쉬웠다. 또한 세부적인 내용이나 묘사에서 소설과 영화가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영상과는 또 다른 책의 힘 덕분이 아닐까 싶다.

킬링 타임 용도로 적당히 볼만한 소설이었다. 다만, 나 같은 크리처물이나 힙스터 취향이 아니라면 딱히 추천해주기에는 난감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