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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문제삼는 건 고전문학 축약본, 다이제스트판임.


보통 저런 책 시장은, 보통 그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연령대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짧고 쉽게 해당 책을 읽게 하려는 어른들의 욕심으로 돌아감.


이건 마치 명작 영화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지를

5분 짜리 출발 비디오여행 클립이나,

가이드 동행한 12개국 3박 4일 코스로 휘도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음.


더 큰 문제는 후자의 경우의 시청자나 여행자는

자신의 감상이나 경험이 완전치 않았던 것임을 적어도 자각은 함.


그런데 전자의 아이들은 선택이 아닌 부모나 어른들의 강요로

작가가 아닌 3류 출판사 직원이나 전집단위 계약을 한 역시 삼류 글쟁이의 주관으로 난도질당한,

작품이라기보단 원작을 파쇄해서 휴지로 만든 다음 사용하기 까지한 똥묻은 휴지 같은 걸 책으로 알고 읽게 되는 거임.



그리고 그 어린 독자는 두 가지 착각을 함.

1. 고작 이 정도 책이었구나

2. 난 이 책을 다 읽었구나


......


언젠가 초등 4학년 아이에게 오이디푸스 이야길 원전으로 읽혔다는 자랑을 하는 어른을 보고

진심 빡쳐서 열불을 내면서 깐 적이 있음.


아니, 운명의 잔혹함에 대해서, 욕망에 대해서, 자유의지나 선택의 역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긴 커녕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했을 아이에게

그런 책을 읽히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애들한테 책을 읽히고 싶다면 그 또래 아이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집필된 좋은 동화들,

아이의 생각과 경험의 크기에 맞게 만들어진 훌륭한 마스터피스들을 소개해주면 될 일이라고 생각함.


좀 오버해서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의 참혹한 수준의 독서량과

의견이 달라서가 아니라 정말이지 말과 글을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의 원인의 큰 축은

기성세대의 같잖은 탐욕에 기생해 난립하는 군소출판사의 세계문학(요약본) 전집류에 있다고 봄.